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국방혁신 4.0’을 추진하기 위한 국방부 내부 태스크포스(TF)에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국가안보실 근무자들만 배치돼 40일 넘게 업무를 전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혁신 4.0은 윤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이종섭 국방장관이 독대해 업무보고한 자리에서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던 핵심 국방정책이다.
"서욱이 임명, 이종섭 장관도 몰랐다"
정부 안팎에선 “현 정부 5년간 적용되는 군의 큰 그림을 세우는 작업에 전 정부 인사를 100% 기용한 건 난센스”라는 뒷말이 나온다.
8일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윤 정부 출범 닷새 뒤인 지난 5월 15일부터 ‘국방혁신 4.0 TF’를 운영 중이다. 그런데 당초 이 TF에 배치된 5명이 전원 문 정부의 국가안보실 출신(안보국방전략비서관실 3명, 국가위기관리센터 1명, 정보융합비서관실 1명) 영관급 장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말과 7월 초 차례로 추가 근무자 2명이 오기 전까지 TF는 이들 5명만 근무했다.
이들을 임명한 건 서욱 전 장관이었다. 이 장관은 이같은 사실을 국회에서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등 문제 제기할 때까지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 의원실은 전했다.
이 장관 취임(5월 11일) 전 이미 보직을 받았고, 별도의 검증 과정 없이 TF가 가동됐다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정부 일각에선 “정권 교체기 인사 참사”라는 자조가 나온다.
이들은 TF 내에서 ▶과학기술발전개념 팀장 ▶미래합동작전개념 담당 ▶미래획득체계혁신 담당 ▶군사력건설개념 분과장 ▶국방혁신 담당 등의 직책을 맡았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국방혁신 4.0 TF는 대통령실의 국방혁신 4.0 추진 조직과 연계할 국방부 실무 조직”이라면서도 “해당 인원들은 TF 지원을 위한 행정 처리를 담당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군 내에선 “이들이 세부 과제를 세우는 등 사실상 정책의 밑그림을 다 그려놓은 상태”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TF 사정을 잘 아는 군 소식통은 “국회에서 지적이 나오자 국방부가 부랴부랴 담당자 교체에 나섰는데, 이들 중 3명은 후임이 없다”며 “후임이 없다는 건 결국 기존 담당자들이 작업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겠다는 얘기가 아니고 뭐냐”고 반문했다.
당초 국방부는 TF를 지난달 1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다가 국방부 내에 ‘국방혁신 4.0 추진단’을 꾸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 의원실에 따르면 행정안전부가 올 연말까지 한시적인 조직이라며 조직 구성을 승인해주지 않았다. 결국 현 TF로 계속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방부는 TF 담당자 임명에 대해선 “현 정부 출범 시 청와대 근무자 31명을 복귀 조치하는 과정에서 정기 인사 시기가 아니어서 각 군과 협조해 보직 판단했다”며 “전문성, 개인희망, 각 부대별 보충 소요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그러면서도 “TF의 중요성을 고려해 우수 자원을 선발해야 했으나, 파견 소요 제기 시기(4월 말)가 각 군 정기인사와 불일치해 우수 자원 확보가 제한되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군 일각에선 “국방 업무의 연속성 차원에서 전임 정부 인사들이 참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 정부 관계자의 의견을 경청하는 수준이 아니라 업무를 통째 맡긴 건 문제"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의원은 “신정부 국정과제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주요 보직에 전 정부 대통령실 인사를 100% 임명한 건 부적절했다”며 “게다가 임명 결정을 전 정부 장관이 했다는 것은 TF가 ‘보직 챙겨주기’나 ‘신분세탁’ 수단으로 악용된 게 아닌지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고 비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해당 인원들 중 4명은 파견 기간이 종료돼 8일 각 군에 복귀할 예정"이라며 "나머지 1명은 계속 근무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