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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강성 野지도부 나온다"…최고위도 친명, 이들의 무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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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6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6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순회경선 초반에 이재명 대표 후보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면서 ‘이재명 호(號) 민주당’의 청사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정청래 후보 등 친명계(친이재명계) 강성 후보가 우위를 보이자, 정치권에선 “초(超)강성 민주당 지도부 출현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6~7일 강원, 대구·경북, 제주, 인천에서 열린 순회경선에서 권리당원 표심은 ‘친명·강성 우위’ 구도가 확연했다. 당 대표 경선에선 이재명 후보가 74.15%(이하 누적득표율)를 얻었다. 5명을 뽑는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정청래(28.40%·1위), 박찬대(12.93%·3위), 장경태(10.92%·4위), 서영교(8.97%·5위) 등 친명계 4명 모두가 당선권이었다. 비이재명계 후보 중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후보(22.4%·2위)를 빼곤 모두 5위권 밖이었다.

친명계 최고위원 후보들은 ‘이재명 밴드왜건(bandwagon·편승)’ 전략에 그치지 않고, 정부·여당에 대한 비타협적인 투쟁을 역설했다. 정청래 후보는 8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원들이 원하는 것은 강력한 민주당”이라며 “국민의힘과 타협하기보다 국민의힘에 맞서 열심히 싸우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경태 후보도 전날 인천 합동연설회에서 “저희가 분명히 총선 때 ‘검찰개혁·언론개혁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약속을 지키는 게 강경파인가”라며 “국민이 원하는 입법이 바로 정무적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6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6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을 직격한 후보도 있었다. 서영교 후보는 전날 인천 합동연설회에서 “윤석열의 오만과 무능, 정치보복을 끊어 내고, 김건희의 주가 조작 끊어 내고, 대통령 집무실의 자잘한 이권까지 개입하는 ‘김핵관’ 끊어 내고, 민주당을 승리하는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외쳤다.

민주당 지도부인 최고위원회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당 대표와 최고위원 5인과 당 대표가 지명하는 지명직 최고위원 2인 등 9명으로 구성된다. 지난 4~5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주도했던 박홍근 원내대표는 당연직 최고위원이 된다. 민주당 내부에서 “현재 흐름이 그대로 간다면, 민주당 역사상 가장 강경하고 획일적인 지도부가 될 것”(다선 의원)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강한 민주당’은 당 대표 경선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후보의 공약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17일 당 대표 출마선언에서 “국민 지지 속에 할 일을 해내는 당이 바로 강한 정당”이라며 “토론·협의·조정에 최선을 다하되, 시급한 민생개혁과제라면 국회법과 다수결 원칙에 따라 국민이 맡긴 입법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2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충분히 논의했는데도 부당하게 발목 잡는 사안이 있다면, 패스트트랙 등 관련 제도들을 활용해서 당론을 정하고 그 절차를 개시해서 우리 국민들께서 ‘드디어 신속하게 필요한 일들을 해내는구나’라고 인지하실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지난해 11월 2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충분히 논의했는데도 부당하게 발목 잡는 사안이 있다면, 패스트트랙 등 관련 제도들을 활용해서 당론을 정하고 그 절차를 개시해서 우리 국민들께서 ‘드디어 신속하게 필요한 일들을 해내는구나’라고 인지하실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이 후보가 언급한 ‘입법권의 활용’은 국회법상 최장 270일 안에 법안 처리를 강제하도록 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제도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게 당내 대체적인 해석이다. 이 후보 측 관계자도 “국민을 위해 시급한 민생 입법이라면 패스트트랙도 상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이 후보의 평소 생각”이라고 전했다. 실제 이 후보는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11월 부동산 개발이익환수법과 노동이사제 법안 등의 연내 처리를 주문하며 “패스트트랙 절차로 가야 할 부분이 있는데,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절차는 취해놓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현재 국회 의석수는 민주당이 169석으로 가장 많다. 여기에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 6명(김홍걸·민형배·박완주·양정숙·윤미향·양향자)과 정의당(6석)·기본소득당(1석)·시대전환(1석)을 합치면 183석으로, 국회법상 패스트트랙 정족수(5분의 3)를 훌쩍 넘는다. 다만 민주당이 국회에서 법안을 단독처리 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실제 입법은 어렵다. 대통령 거부권까지 뒤짚으려면 국회 의석 2/3가 넘어야 하는데 범야권 의석이 여기엔 못미친다. 패스트트랙을 동원하더라도 입법으로 이어지기 보단 힘을 과시하는 정치적 이벤트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검수완박에 ‘올인’ 했다 참패를 당하고 쓴 반성문에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또다시 당이 강성 일변도로 치닫는다”며 “차기 지도부가 현명하게 처신하지 못하면, 민주당이 외려 흔들리는 윤석열 정부의 버팀목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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