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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시험대 오른 대중국 외교…유연하고 당당하게 풀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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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7일 G20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하고 있다. [외교부]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7일 G20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하고 있다. [외교부]

오늘 칭다오에서 첫 한·중 외교장관 회담

사드 3불·대만·칩4 논의 … 국익 우선돼야

윤석열 정부의 대중국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오늘 중국 칭다오에서 취임 후 첫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한다. 이어 정부는 조만간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 예비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미국·일본·대만이 참여하는 칩4는 사실상 중국 견제가 목적이다. 중국과의 갈등 소지가 있다. 오늘 외교장관 회담은 쉽지 않은 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4일이면 한·중 수교 30주년이다. 하지만 국제정세는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민감하다. 30년 전 수교 당시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중국과 러시아 등 권위주의가 주변을 압박하고 있고, 미·중은 전략경쟁에서 냉전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중국은 대만을 포위한 군사훈련을 실행했다. 이젠 한반도 인근 서해로 확대하고 있다. 한·중 외교회담이 열리는 칭다오는 이번 서해훈련을 주관하는 중국 북해함대 사령부가 있는 곳이다. 바로 그 앞바다에서 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수교 30주년을 앞둔 양국 회담이 베이징이 아니라 해상훈련이 있는 칭다오에서 열리는 이유부터 석연치 않다.

이번 회담에선 대만 사태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칩4 등이 주요 사안으로 테이블에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대만 사태와 관련, 중국이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빌미로 실시한 훈련은 거친 정도가 아니라 겁박이었다. 대만을 공격하는 듯했다. 중국의 도발적 훈련으로 대만 인근을 항행하던 민간 선박과 항공기가 우회했다. 국제적 상식과 규범에서 벗어난 잘못된 행동이란 비난을 받는 이유다.

사드 문제도 그렇다. 중국은 여전히 윤 정부에 ‘사드 3불’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방어 무기인 사드 배치는 북한 핵·미사일로부터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주권적 조치였다. 중국 국익과는 거리가 있다. 더구나 지난 문재인 정부가 언급한 사드 추가 배치 불가 등의 사드 3불은 중국과 합의한 조약이나 협약도 아니다. 구속력이 없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사드 억지 주장보다 북한 비핵화 견인이 우선이다.

칩4 협의체는 쉽지 않은 난제다. 한국 반도체의 60%가량이 중국과 홍콩에 수출된다. 그래서 한국이 반도체와 관련해 중국에 너무 집착하면 국제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될 수 있다. 한·미 동맹은 물론 우리 국익과도 거리가 멀다. 우리의 생존이 달린 칩4 참여는 거절할 수 없는 사안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칩4에 참여하되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보다 공급망 차원에서 협력하면서 새로운 표준 을 만드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익’이 중요하다. 한·중 외교는 상식과 규범에 기반해 원칙적이나 유연하고 당당하게 풀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