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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는 위험한 소설..모든 독자가 '한국사람'이 됐으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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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장편소설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2022.8.8/뉴스1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장편소설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2022.8.8/뉴스1

 "저는 농담반 진담반 모든 독자들이 한국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자주 얘기합니다."
 소설 『파친코』의 새 우리말 번역본 출간에 맞춰 내한해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연 이민진(54) 작가의 말이다. 그는 이어 "작품에 감정이입을 하고 공감하면서 톨스토이를 읽으면 러시아 사람이, 디킨스를 읽으면 영국 사람이 되듯 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모두 한국 사람이 되어 한국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미교포 1.5세인 그는 영어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대학 시절 강의를 빠진 것을 "땡땡이"라고 하는 등 우리말을 가끔 섞었다. 강의를 땡땡이 친 대신 그는 일본에서 활동한 미국인 선교사의 특강을 들으러 갔다. 여기서 또래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던 재일교포 중학생의 비극적 이야기를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가 나중에『파친코』를 쓰게 된 계기다. 특히 여러 재일교포를 인터뷰하고 완전히 개작하기 이전의 초기 원고에 대해서는 "책 한 권 분량을 다 썼는데, 끔찍한 책이자 아주 지루한 책이었다"며 "솔로몬이 주인공이었고, 선자는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인사말 하는 이민진 작가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장편소설 '파친코'를 쓴 재미교포 작가 이민진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8.8   jin9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인사말 하는 이민진 작가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장편소설 '파친코'를 쓴 재미교포 작가 이민진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8.8 jin9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는 창작 외에 PEN 아메리카, 미국작가조합 등에서 주요 직책을 맡아 작가들을 보호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며 "작가는 아주 중요하고도 매우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작가가 하는 일은 저항이고, 혁명입니다.『파친코』는 위험한 책이고, 저는 위험한 책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그는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한국 사람의 뚱한 표정 뒤에 5000년 역사가 있다는 것을 떠올리기 바랐다"고도 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도, 대학교 때도 글을 썼지만 처음부터 작가가 되야겠단 계획은 없었다"며 "사실 1990년대만 해도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된다는 것은 좀 이상한 말로 여겨지던 시절이었다"고 했다. 최근 그를 포함해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의 활약에 대해서는 한류 붐의 “시너지”와 "크리티컬 매스”, 즉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이 점점 늘어나 주목할 만한 규모에 이른 데 따른 것으로 설명했다. 다만 이전에도 한국계 작가들의 "오랜 역사가 있었다"며『딕테』의 차학경 작가 등을 언급했다.
 그는 "제가 54세인데, 겨우 두 권의 책을 썼다"고, 특히『파친코』는 "거의 평생에 걸쳐 쓴 작품"이라며 정확한 번역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새 번역본은 그가 쓰지 않았는데 각 장에 붙어 있던 제목을 없앴고, 베네딕트 앤더슨의 '상상의 공동체'를 인용한 부분 등 이전 한국판에 누락됐던 부분도 다시 실었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장편소설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2.8.8/뉴스1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장편소설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2.8.8/뉴스1

 차기작에 대해서는 "어느 한국 기자가 '아메리칸 아카데미'라고 다시 영어로 번역했던데 제 차기작 제목은 '아메리칸 학원(American Hagwon)'"이라며 "영국 브랜드에서 차용된 '바바리'가 레인 코트를 뜻하듯, '학원'은 한국 사람들을 이해하려면 전 세계 사람들이 알아야 할 단어라는 점에서 한국어를 그대로 쓴 것"이라고 그 함의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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