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600만뷰 대박…'우영우 신드롬' 전부터 터진 이 영상 비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콘텐트 요약 유튜버 고몽이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콘텐트 리뷰 유튜버 중에서는 지무비(222만명)에 이어 두 번째(208만명)로 구독자수가 높은 유튜버다. 김경록 기자

콘텐트 요약 유튜버 고몽이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콘텐트 리뷰 유튜버 중에서는 지무비(222만명)에 이어 두 번째(208만명)로 구독자수가 높은 유튜버다. 김경록 기자

“열흘간 매일 100만명씩 봤어요. 조회수 그래프가 매일 큰 산 모양을 그리더군요.”

리뷰 유튜버 '고몽' 인터뷰

최고 시청률 15.8%(닐슨코리아)를 기록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시청률이 급상승하기 전 입소문이 먼저 터졌다. 입소문과 함께 유튜브에서 1600만뷰를 기록한 리뷰 영상이 있다. ENA 채널이 개국 전부터 콘텐트 리뷰 전문 유튜버 고몽(33‧김웅현)에게 의뢰해 만든 1,2화 요약 영상이다. 6월 29일, 30일 방영된 '우영우' 1,2화를 요약한 이 영상은 7월 2일 유튜브에 업로드 돼 8일 현재 1686만뷰를 기록했다. 그가 만든 요약 영상이 드라마 흥행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이다.

“고구마 조금, 사이다 계속… 사람들이 좋아하는 전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케이블 채널로는 이례적으로 15%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몰이 중이다. 사진 ENA 캡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케이블 채널로는 이례적으로 15%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몰이 중이다. 사진 ENA 캡처

지난 3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건물에서 만난 고몽은 “ENA 개국을 앞두고 작품 5개를 미리 의뢰 받아 요약 영상 작업을 하게 됐고,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다”며 “‘우영우’도 제목 외에 아무 정보 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거꾸로 해도 우영우,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를 듣는 순간 '이게 뭐지?' 하고 출연진과 줄거리를 찾아봤다”고 했다.

그는 “'우영우'는 복잡하지 않고, 갈등 구조가 깔끔하게 해결돼 머리 쓸 게 없는 쉬운 이야기였다”며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고구마’(답답한 전개)인데, ‘우영우’는 고구마를 조금 먹인 다음 계속 사이다(시원한 해결)를 먹인다”고 분석했다.

2016년 4월 첫 영상을 올린 뒤 지금까지 영상 중 '우영우' 리뷰는 두 번째로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고몽의 다른 영상들과 비교해봐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고몽은 "드라마가 좋으면 리뷰 영상은 당연히 잘 되는 경향이 있는데, '우영우'는 유독 조회수가 높았다"고 말했다. 유튜브 '고몽' 캡쳐.

2016년 4월 첫 영상을 올린 뒤 지금까지 영상 중 '우영우' 리뷰는 두 번째로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고몽의 다른 영상들과 비교해봐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고몽은 "드라마가 좋으면 리뷰 영상은 당연히 잘 되는 경향이 있는데, '우영우'는 유독 조회수가 높았다"고 말했다. 유튜브 '고몽' 캡쳐.

고몽은 2016년부터 영상을 만들기 시작해 6년차, 구독자 208만명을 가진 스타 유튜버지만 1000만뷰가 넘는 영상은 10개 정도다. 우영우는 그 중 가장 짧은 기간에 1000만뷰를 달성했고, 고몽 채널에서 두 번째로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고몽은 “대박 영상은 첫날 100만이 보고, 대개 그 뒤론 기세가 약해지는데 '우영우'는 열흘 간 매일 100만씩 봤다. 조회수 그래프에 큰 산이 매일 하나 씩 생겼다”며 “한국에서 유튜브로 드라마 내용을 보는 시청층을 500~600만 정도로 추산하는데, '우영우'가 기록한 추세는 드라마를 안 보던 사람들도 찾아본다는 얘기고, '신드롬'이라고 할 만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썸네일에 압축한 '우영우'… "흩어진 초점, 변호사 배지"

'우영우' 리뷰 영상 썸네일은 게임 화면에서처럼 머리 위에 초록색으로 캐릭터 요약을 적고, 아래에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학벌을 적어서 우영우의 뛰어난 능력을 압축적으로 설명했다. 유튜브 '고몽' 캡쳐.

'우영우' 리뷰 영상 썸네일은 게임 화면에서처럼 머리 위에 초록색으로 캐릭터 요약을 적고, 아래에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학벌을 적어서 우영우의 뛰어난 능력을 압축적으로 설명했다. 유튜브 '고몽' 캡쳐.

그가 만든 '우영우' 영상이 1000만뷰 이상을 기록한 데는 ‘썸네일’(영상 미리보기 사진)이 한 몫 했다. 우영우(박은빈)가 처음 법정에 나가 자기소개를 하는 장면을 캡처한 사진에서 머리 위에는 초록색으로 ‘자폐인 변호사’라고 써넣고 아래에는 ‘서울대 수석, 로스쿨 1등’ 자막을 넣었다. “게임 화면처럼, 캐릭터 머리 위에 초록색으로 이름이 뜨는 게 시각적으로 가장 잘 보여서” 캐릭터 요약을 머리 위에 적었고, 밑에는 “한국 시청자들이 관심 있어하는 학벌을 적어서” 우영우의 뛰어난 능력을 압축해 보여줬다.

고몽은 내용 분석을 위해 2번, 썸네일을 고르기 위해 2번, 제목을 정하기 위해 2번 드라마를 돌려보고 요약 영상을 완성했다. 썸네일을 고를 때에는 모든 장면을 멈춰보며 좋은 컷을 찾는다. 그는 “제목과 썸네일이 딱 한번에 잡히면 그 영상은 잘 된다”며 “눈의 초점이 흩어진 장면이지만 정갈한 옷차림에 변호사 뱃지가 달려있는 컷을 골라, 우영우의 특성과 성격, 직업을 한꺼번에 보여줬다"고 말했다.

"리뷰 콘텐트 보고 '드라마 볼까?' 결정 트렌드 생겨"

'고몽'은 명함을 골드버튼 모양으로 만들어 가지고 다닌다. 2020년 1월 100만 구독자를 달성해 골드 버튼을 받았다. 김경록 기자

'고몽'은 명함을 골드버튼 모양으로 만들어 가지고 다닌다. 2020년 1월 100만 구독자를 달성해 골드 버튼을 받았다. 김경록 기자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고몽' 채널은 지난 6월 구독자 200만명을 넘겼다. 유튜버 13명이 모여 영화‧드라마 리뷰 콘텐트를 만드는 회사가 생길 정도로 유튜브 내에서 '콘텐트 리뷰' 시장은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커졌다. 고몽은 tvN에 '과거 작품 몰아보기' 리뷰 시리즈를 제안해 '나의 아저씨'(1654만회) '라이브'(1628만회) 등 리뷰 영상을 만들기도 했는데, 이후 "유튜브 리뷰를 보고 드라마 시청 여부를 판단하고, 리뷰 콘텐트 자체를 즐기는 시청층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고몽은 공공기관 직원으로 일하던 중 "홍보팀에서 일하고 싶어서" 연습 삼아 시작한 영상 편집이 본업이 됐다.  "파이널 컷(영상 편집 툴) 공부해둬"라는 홍보팀 선배의 말에 중고 노트북을 사서 애니메이션 리뷰를 올린 게 1만 뷰,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 인기에 힘입어 만든 '아이언맨 20가지 수트 소개' 영상이 20만뷰를 기록하며 유튜버의 길로 들어섰다. 고몽은 "회사를 다니면서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웃기려고 작정하고 가볍게 만들었다"며 "구독자가 40만명이 됐을 때 회사를 나와서 전업 유튜버가 됐다"고 말했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케이블 채널로는 드물게 시청률 15%를 넘기고 넷플릭스 1위를 하는 등 인기를 끌면서, 촬영에 쓰인 수원 한 음식정에는 시민들이 줄을 설 정도로 화제가 됐다. '우영우'의 방영 초기 유튜브로 공개된 1,2화 리뷰 콘텐트 영상도 열흘만에 1000만뷰를 돌파하며 사람들이 '우영우 볼까 말까?'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 사진 뉴스1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케이블 채널로는 드물게 시청률 15%를 넘기고 넷플릭스 1위를 하는 등 인기를 끌면서, 촬영에 쓰인 수원 한 음식정에는 시민들이 줄을 설 정도로 화제가 됐다. '우영우'의 방영 초기 유튜브로 공개된 1,2화 리뷰 콘텐트 영상도 열흘만에 1000만뷰를 돌파하며 사람들이 '우영우 볼까 말까?'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 사진 뉴스1

"다른 사람이 만든 오리지널 콘텐트를 부스팅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내 것을 만들고 싶다'는 엄청난 갈증이 생겼다"는 고몽은 직접 콘텐트를 만들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에 감독과 작가, 제작사를 섭외해 비트코인을 소재로 한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들어 공개할 계획이다. 콘텐트 업계의 포화 또는 하락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고몽은 "아무도 모르던 ENA 채널이 '우영우' 하나로 시청률 15%를 넘길 지 누가 예상이나 했나"라며 "콘텐트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고, 재밌는 게 나오면 언제든 신드롬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고몽은 "리뷰를 할 때 내가 가장 영향력이 있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걸 알고 있다"며 "오리지널 콘텐트를 만들더라도 리뷰는 은퇴할 때까지 놓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