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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국은 위법" 국회 입법조사처에 전문가들 자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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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입법조사처가 “행정안전부 경찰국은 위법”이라는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8일 개최되는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경찰국 신설의 위법성 여부가 중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질의 회답서에 따르면 입법조사처 자문위원들은 “정부조직법상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청장 사이에는 일반적인 지휘·감독 관계가 성립될 여지가 없다”며 “그러므로 행안부 내에 경찰국 설치를 한 것은 위법”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자문위원들은 “정부조직법 7조 1항에는 ‘각 행정기관의 장은 소관 사무를 통할하고 소속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그런데 행안부 장관은 치안 사무를 관장하지 않아 경찰청을 ‘통할’하지 않는 위치다. 따라서 경찰청장을 지휘·감독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을 직접적으로 지휘할 권한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시행령 개정을 통한 경찰국 신설은) 위법하다”는 논리를 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연한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연한뉴스

정부는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령인 ‘행안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를 일부 개정해 경찰국 신설 근거를 마련했고, 행안부는 지난 2일 부령인 ‘소속청장 지휘규칙안’을 제정했다. 이를 토대로 같은 날 경찰국이 출범했고, 김순호(치안감) 초대 경찰국장이 임명됐다. 하지만 입법조사처 자문위원들은 이같은 시행령 개정과 이후 관련 조치가 모법(母法)인 정부조직법과 경찰공무원법 등에 어긋나는 만큼 “위법”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입법조사처 자문위원들은 국가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 없이 경찰국이 신설됐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들은 “경찰국 신설은 경찰법상 경찰위원회의 필요적 심의·의결 대상에 해당한다. 이를 거치지 않은 것은 현행법 위반”이라고 했다.

이해식 의원은 “행안부 장관이 경찰위원회를 ‘패싱’하고, 광범위한 인사권 행사를 통해 경찰을 통제하겠다는 게 이번 경찰국 신설의 주된 목적”이라며 “행안부 내 경찰국을 설치함으로써 장관의 영향력이 치안은 물론 수사 업무에도 미치게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입법조사처 자문위원 중에는 ‘소수의견’을 낸 경우도 있었다. 일부 자문위원은 “지난 30년 동안 경찰위원회에 상정된 안건이 2544건에 불과했다. 모든 중요한 안건이 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건 아니란 의미”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경찰위원회는 자문기구에 불과하다”고 규정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입법조사처는 경찰국 신설 문제에 의견을 밝힌 자문위원이 누군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외부 전문가들의 법률 검토를 토대로 작성됐다”고만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민주당은 8일 윤희근 후보자 청문회에서 경찰국의 위법성 문제를 정면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행안위원회 관계자는 “윤 후보가 전국서장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을 대기발령하는 등 경찰국 신설을 위한 정권의 움직임에 충성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 점을 강하게 질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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