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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노쇼’가 뭐예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최근 들어 부쩍 많이 듣게 되는 용어가 ‘노쇼’다. 코로나19 백신 예약을 해 놓고 당일 접종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것을 ‘노쇼’라 부른다. 관중들이 해외 스포츠팀의 유명 선수를 직접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경기장에 갔는데 막상 그가 경기에 나오지 않자 이를 ‘노쇼’했다고 표현한 기사가 난 적이 있다.

얼마 전에는 손님이 40인분의 김밥을 주문해 놓고 오지 않아 주인이 김밥을 모두 폐기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여기에서도 ‘노쇼’란 말이 사용됐다. 며칠 전에는 휴가철을 맞아 관광지 숙박업소나 식당 등을 예약해 놓고 ‘노쇼’를 해서 자영업자들이 울상이란 기사도 나왔다.

‘노쇼(no show)’는 이처럼 예약해 놓고 나타나지 않는 행위 또는 그런 사람을 가리키는 영어다. 원래는 항공 업계에서 주로 쓰이는 말로 알려져 있다. 국립국어원은 ‘노쇼’를 대신할 우리말로 ‘예약 부도’를 선정한 바 있다. 과거 ‘예약 펑크’라 부르던 것을 생각하면 ‘예약 부도’란 말이 괜찮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부도’란 말이 다소 어렵거나 무겁게 다가온다. 한글문화연대는 ‘예약 부도’의 의미가 잘 와닿지 않는다며 ‘노쇼’의 우리말로 ‘예약 어김’을 제시하기도 했다. ‘예약 부도’나 ‘예약 어김’ 어떤 것이든 ‘노쇼’를 대신해 문맥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면 외래어 남용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노쇼’를 여기저기 사용하다 보니 ‘예약 부도’나 ‘예약 어김’으로 바꾸어 쓸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대했던 선수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그런 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노쇼’란 외래어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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