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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민주 "558조 풀어 인플레 해결" 공화 "증세를 물가안정 포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민주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4300억 달러(약 558조원) 규모의 정부지출안을 담은 이른바 ‘인플레이션 감축법’ 처리를 위한 첫번째 절차에 돌입했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미국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해 완화하겠다는 내용으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가 지난 5일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가 지난 5일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상원 절차 끝나면 하원·대통령 거쳐 발효

6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방송·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상원은 이날 해당 법안 통과를 위한 첫번째 절차적 표결을 진행한 결과, 찬성 51표와 반대 50표가 집계됐다.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전원이 반대해 찬반 동수인 가운데, 당연직 상원 의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결과다.

해당 법안은 예산 조정 법안으로, 일반법과 달리 무한 토론을 통해 의사 진행을 막는 필리버스터가 불가능하다. 과반 찬성표만 있으면 통과시킬 수 있다. 다만 법안 내용 중, 민간 건강보험 적용의 변경 내용이 포함돼 있어 이 조항을 수정 없이 통과시키려면 최소 60표가 필요하다.

상원은 이날 최종투표까지 무제한으로 수정안 표결을 진행하는 방식인 ‘보트-어-라마(Vote-a-Rama)’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며, 7일 종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원 절차가 끝나는 대로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법안을 최종 통과시키면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법안이 발효된다.

미국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6일 국회의사당에서 기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6일 국회의사당에서 기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민주당 "법안, 인플레 즉각 해결"

민주당이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바이든 대통령의 역점 추진 법안인 ‘더 나은 재건(BBB)’ 법안을 일부 수정한 것이다. 법인세와 부자 증세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기후 변화와 처방약 가격 인하, 에너지 안보 등에 투자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에너지 안보 및 기후 변화 대응에 3690억 달러(약 479조원), 처방약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전국민건강보험에 640억 달러(약 83조원)를 각각 투입하고, 대기업에 최소 15%의 법인세를 부과한다. 민간 보험료 납부자에게 지원되는 보조금을 3년 연장하고 미국 서부의 가뭄 방지, 민간 건강보험을 통해 인슐린 가격을 35달러로 제안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다.

미국 행정부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는 중산층 가정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 법은 국민이 처방약 비용과 건강보험료를 아끼는 데 도움이 되며 기업이 최소한의 세금을 내도록 함으로써 과세 체계를 더 공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역시 “인플레이션에 즉각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증세를 물가안정으로 속여"

반면 공화당은 “해당 법안은 위태로운 수준에 접어든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고 경제에 피해를 줄 거액의 세금 인상 정책”이라면서, ‘증세’를 ‘물가안정’으로 포장한 민주당에 대해 “가증하다”고 공격했다. 미치 매코넬 공화당 켄터키주 상원의원은 “민주당은 미국 국민의 분노를 또 다른 세금과 지출에 대한 명령으로 오독(誤讀)했다”면서 “세금을 올리면서 인플레이션을 감축한다는 발상이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좌파 정치인인 버니 샌더스 무소속 상원의원 역시 “이 법안은 지구가 직면한 실존적 위협을 다루기 시작했다는 것 외에는 완전히 부적절하다”면서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이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해 기자회견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이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해 기자회견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NYT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승리 발판"

학계에서도 이 법안을 ‘증세’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버논 스미스, 케빈 해시트 전 미국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 등 230명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서한을 통해 “세금 인상은 공급 측면에서 투자를 저해할 것”이라면서 “현재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촉발한 재정 정책 오류를 영구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스티브 행케 존스홉킨스대 경제학과 교수도 “이 법안은 인플레이션 감축이 아니라 증세에 관한 것”이라며 “(증세로 인플레이션을 해결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AP통신에 전했다.

일각에선 오는 11월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를 선출하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노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NYT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특히 하원 다수당이 걸린 중간선거에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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