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절 놀이'하다 뇌사 상태 비극…英 12세 소년, 결국 숨졌다

영국에서 '기절 챌린지'를 하다가 뇌사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진 아치 배터스비(12)가 연명치료를 중단한 이후 사망했다. AP=연합뉴스

영국에서 '기절 챌린지'를 하다가 뇌사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진 12세 소년이 연명치료를 중단한 이후 사망했다.

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아치 배터스비가 이날 로열 런던 병원에서 숨졌다고 보도했다.

그의 어머니 홀리 댄스는 이날 병원에서 눈물 젖은 목소리로 "아치가 낮 12시 15분에 숨을 거뒀다"면서 "그는 마지막까지 싸웠고, 나는 그의 어머니인 게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아치는 지난 4월 7일 집에서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된 이후 로열 런던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치명적인 뇌 손상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인공호흡기와 약물 치료 등으로 연명해왔다.

아치의 부모는 아들이 당시 온라인으로 '기절 챌린지'에 동참하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재능있는 체조선수였던 아치는 종합격투기 팬이었다.

영국에서 '기절 챌린지'를 하다가 뇌사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진 아치 배터스비(12)가 연명치료를 중단한 이후 사망했다. AP=연합뉴스

병원 의료진은 소년의 뇌간이 이미 죽어 회복할 가망이 없다고 보고 연명치료를 중단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반면 부모는 연명치료를 계속하기를 원했고, 이에 현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1·2심 모두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영국 대법원에서도 아치의 삶에 대한 열정이 전파력이 있지만 그에 대한 연명치료를 이어가는 것은 소용이 없다고 판단하며 부모의 상고 신청을 기각했다.

이후 유럽인권재판소(ECHR)에 치료 중단을 막아달라는 긴급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모는 아들이 지금 있는 병원에서 나가 호스피스(임종이 임박한 환자가 머무르는 시설)로 이송될 수 있도록 런던 법원과 ECHR에 신청했지만, 법원은 그가 현재 병원에 머물러야 한다고 결정함에 따라 거부됐다.

병원 측은 아치의 상태가 불안정해 가까운 거리라도 이송되면 위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병원 측은 5일 생명유지장치를 다음 날 오전 10시 제거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통보했고, 결국 아치는 생명유지장치가 제거된 후 숨졌다.

병원 운영진은 "아치 배터스비는 오늘 오후 로열 런던 병원에서 법원 결정에 따른 연명 치료 중단으로 사망했다"면서 "아치의 비극적인 사례는 가족과 친지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많은 이들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