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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파일] 공유 전동킥보드 유감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00호 31면

전민규 사진팀 기자

전민규 사진팀 기자

전동킥보드를 탄 앳된 얼굴의 아이들이 보행로를 질주한다. 한 명은 운전하고 그 뒤에 탄 아이는 한쪽 발만 킥보드에 올린 채 양손으로 운전자의 어깨를 잡고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다. 법으로 반드시 쓰게 돼 있는 헬멧은 보이지 않는다. 보행자 사이를 요리조리 곡예 하듯 달리는 무법자의 등장에 사람들이 깜짝 놀라 몸을 피한다. 지난해 5월 만 16세 이상, 원동기 면허 이상 소지자에 한해 운전할 수 있게 법이 개정됐지만, 거리에는 여전히 청소년들의 위험천만한 불법 운행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격이 없는 청소년들의 공유 킥보드 대여가 어떻게 가능한 걸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직접 경험해 보기로 했다.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간단한 인증 절차를 거치자 대여가 가능했다. 운전면허 인증은 필수라 생각했는데 안내만 할 뿐 등록하지 않아도 운행이 가능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과정은 이용료를 자동으로 결재할 수 있게 계좌를 연동하는 일이었다. ‘안전상의 문제는 운행하는 사람에게 있음’을 공지하고 사용자의 확인을 받는 절차 역시 체크만 하면 끝이 났다. 이용자에 대한 검증은 허술했지만, 책임을 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장치는 갖춰 놓은 듯했다. 돈을 지불할 능력만 있다면 청소년들이 언제든 범법을 저지를 기회가 열려 있어 보였다.

지난달 26일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청소년 킥보드 사고 순간. [사진 유튜브]

지난달 26일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청소년 킥보드 사고 순간. [사진 유튜브]

전동킥보드에 올라 레버를 당기는 순간 높은 출력을 내며 몸이 순식간에 앞으로 튀어 나갔다. 반면 작은 바퀴(지름 25.4㎝)는 작은 장애물 등에도 덜컹거렸고 핸들은 좌우로 크게 움직였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한 탓인지 제동장치도 생각보다 말을 듣지 않았다. 게다가 자전거 도로는 복잡하거나 끊겨 있어 수시로 인도를 침범할 수밖에 없었다. 빠른 속도 탓에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에서는 행인들을 피하느라 진땀을 흘렸고 움푹 팬 구덩이를 지날 때는 넘어질지 몰라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했다. 운전면허를 지닌 성인이지만 운행은 쉽지 않았다.

언론이나 SNS에서 청소년의 전동킥보드 사고 소식을 접하는 건 이제 어렵지 않은 일이다. 최근 면허가 없는 10대 청소년 2명이 교차로를 횡단하다 차와 부딪히는 사고 장면이 공개돼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또 전동킥보드 속도를 줄이지 못한 청소년이 전신주를 들이받아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17건에 불과했던 전동킥보드 사고는 2021년에는 1735건으로 10배 이상 폭증했고, 올 1월부터 6월까지 개인형 이동 장치(PM) 단속 중 6642건이 무면허로 적발돼 전체의 1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전동킥보드를 운행하다 사고를 일으키면 도로교통법상 자동차나 오토바이와 동일한 책임과 처벌을 감당해야 한다. 인도에서 보행자를 치어 다치게 하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에 따라 12대 중과실 사고에 해당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단순히 거리에 있는 장난감 같은 ‘탈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물론 공유 전동 킥보드 서비스가 사람들에게 근거리를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게 해주지만 법규를 잘 지키며 이용했을 때 이야기다. 관련 전문가들은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는 국내 전동킥보드 시장이 허가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안전 등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업체에 경고 및 퇴출하는 등의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유 킥보드 시장의 성장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청소년의 안전이다. 불씨가 보이면 끄는 게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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