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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잡는 자, 패권 거머쥔다…美는 367조 '韓예산 절반' 투자

중앙일보

입력

“반도체는 미국이 발명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해외에서 생산하도록 그냥 뒀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반도체 공급이 끊기면서 경제는 멈춰섰고, 가계는 높은 물가에 시달려야 했다. 이 법은 반도체를 바로 이곳,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배가시킬 것이다.”

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와 과학법(the CHIPS and Science Act, 이하 반도체법)’ 서명 기념식에 화상으로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종주국으로서 미국의 영광을 되찾겠다며 이같이 연설했다. ‘반도체 굴기’에 나선 중국에 대한 응전이다.

4일 산업연구원은 ‘미국 반도체법의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신(新)냉전 시대를 분석했다. 산업연구원은 “기술패권 경쟁 승리를 위한 미국의 과학기술ㆍ첨단산업 전략 그리고 중국과 주요국의 행보는 한국의 각성과 전략ㆍ정책 수준의 도약을 요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반도체법을 바탕으로 대규모 재정 투자에 나선다. 반도체 연구개발 예산과 산업 보조금 명목으로 2800억 달러, 한화 약 367조원에 이르는 돈을 투입한다. 한국 정부의 연간 총예산(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679조5000억원)의 절반이 넘는 재정을 반도체 산업에 쏟아붓는다는 의미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 역시 파격적이다. 시설ㆍ장비 투자에 대해 25% 세액공제를 해주기로 했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데 투자한 금액의 4분의 1 만큼 세금을 깎아준다는 얘기다. 미국 내 시설투자에 나선 반도체 기업은 세액공제로 10년간 총 240억 달러가량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미국은 중국ㆍ한국 등 아시아 지역 반도체 공장과의 가격 경쟁력 차이를 ‘무차별 달러 지원’을 앞세워 줄여나가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중국을 직접 겨냥한 단서 조항도 달았다. 미국 반도체법에 따라 세액공제 지원을 받은 기업은 중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짓거나 설비 투자를 확대할 수 없다. 세액공제분은 공장 가동 전 미리 받을 수도 있는데, 이 조항을 어기면 모두 반납해야 한다.

산업연구원은 “반도체법 제정은 중국과의 경제ㆍ군사는 물론 가치의 경쟁을 본격화한 미국 지도부의 인식을 투영한다”며 “주요국의 반도체 전략을 종합하면 2025년경 세계 반도체 산업은 분업 구조의 전환기를 맞이할 전망으로, 국내 산업 전략의 고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정부 합동으로 지난달 21일 발표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 이날 시행에 들어간 국가전략산업특별법 등 기존 반도체 지원 방안이 있지만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동향에 맞춰 이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산업연구원은 “시스템반도체 산업 전략 입안 시 TSMC 등 선도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기존 시장의 공략뿐 아니라 인공지능 연관 첨단 산업과 차량용 반도체 등 미래 수요 산업에 대한 초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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