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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 하나는 기가 막힌다"…홍준표 휴가에도 '손가락 훈수'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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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와 배현진 비대위 대변인이 보수 진영 싱크탱크 ‘프리덤코리아포럼’ 창립식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018년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와 배현진 비대위 대변인이 보수 진영 싱크탱크 ‘프리덤코리아포럼’ 창립식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당헌·당규 교체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 꿈’ 이용자)
그러다가 더 어려워지는데. (홍준표 대구시장)

홍 시장은 휴가 중인 3일도 ‘손가락 훈수’를 쉬지 않았다. 자신이 만든 청년 온라인 플랫폼에 등장해 질문을 확인하고 답을 남겼다. 그는 전날 올라온 ‘이준석 대표 좀 말려주십시오’라는 글에도 “저러면 자업자득 될 수도”라고 적었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돌입한 국민의힘에 홍 시장이 연일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속 시원하다는 의미로 자칭 ‘홍카콜라(홍준표+코카콜라)’를 표방한 그는 이준석 대표 징계, 권성동 직대행 체제 붕괴, 비대위 전환 등 당 내홍 국면에서 자기만의 칼라를 부각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28일 오전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이케아 대구점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 체결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홍준표 대구시장이 28일 오전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이케아 대구점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 체결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는) 좀 더 성숙해져서 돌아오라”(7월 10일), “윤핵관들의 행태도 짜증 난다”(7월 17일), “왜 꼼수에 샛길로만 찾아가려고 하나”(지난 1일) 등 거침없는 직설 화법이 홍 시장의 주특기다. “그늘진 곳을 보살피는 것이 영부인의 역할”(7월 21일), “대통령도 사람이다”(7월 27일) 등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내외 언급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달 28일에는 ‘라스푸틴’, ‘노욕의 점성술’을 거론하며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정면 공격하기도 했다.

이런 홍 시장을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명암이 교차한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당 상황이 하도 엉망이다 보니 옛 ‘독불장군’(홍 시장 별명)의 훈수가 요즘은 가장 맞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며 “원래 홍 시장이 촉 하나는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의원은 “대구시장에 나가면서 ‘일체 중앙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게 불과 두 달 전인데, 여의도를 떠나 있으니 지방에서 훈수만 두고 주목받는데 재미가 붙은 모양”이라고 냉소했다.

이번 비대위 국면의 불을 당긴 배현진 의원과 홍 시장의 관계도 화제다. 배 의원은 당내 대표적 ‘홍준표 키즈’였지만 대선 경선 직후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다. 최근에는 당내 ‘신(新)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며 친윤 정체성 쌓기에 몰두하고 있다. 배 의원이 지난달 29일 최고위원 중 가장 먼저 사퇴 의사를 밝히고 2일 친윤 주도의 비대위 전환 표결에 참여하자 홍 시장은“정치인은 사퇴 선언을 하는 순간 그 직을 상실한다”고 정면 비난했다.

2018년 3월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가 앵커 출신 배현진씨를 당에 영입하며 태극기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중앙포토

2018년 3월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가 앵커 출신 배현진씨를 당에 영입하며 태극기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중앙포토

홍 시장은 과거 최고위원 줄사퇴로 대표 퇴진이라는 아픔을 겪은 장본인이다. 2011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당시 유승민·원희룡·남경필 등 최고위원들이 당 쇄신을 요구하며 잇따라 사퇴해 홍 대표가 물러나고 ‘박근혜 비대위’가 들어섰다. 여권 관계자는 “지방에서 당 내홍을 바라보는 복잡미묘한 심경에 옛 트라우마가 겹쳐 목소리가 더 커지는 것 아니겠나”라며 “홍 시장이 경선에서 진 뒤 ‘원팀’이라며 대구 선대위 고문을 맡긴 했지만, 그가 진짜 윤 대통령의 선거를 도왔다고 보는 사람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홍 시장을 두고 지역 정가에서는 “‘파워풀 대구’를 만든다더니 여의도만 바라본다”(대구시당 관계자)는 불만도 나온다. 홍 시장은 지난달 27일 청년의꿈 게시판에 ‘하방(下放)하면 중앙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더니 이런저런 말을 하는 건 이상하다’는 글이 올라오자 “어처구니없는 지적이다.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을 도울 때”라면서 “(중앙정치 품평은) 나라를 위해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 두 번째)와 홍준표 대구시장(오른쪽 세 번째) 등 참석자들이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대구·경북 예산정책협의회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 두 번째)와 홍준표 대구시장(오른쪽 세 번째) 등 참석자들이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대구·경북 예산정책협의회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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