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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불똥 튄 배터리 전쟁…中 CATL, 美 6조 투자 발표 보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이 3일 대만 타이페이 총통실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이 3일 대만 타이페이 총통실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이 북미 투자 계획 발표를 연기했다고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논란을 피하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CATL이 미국 테슬라·포드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하려 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북미 공장 프로젝트 발표를 연기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CATL는 북미 수요를 고려해 미국과 텍사스 근처 멕시코에 적어도 2개의 장소를 고려하고 있으며, 수주 내에 발표를 앞두고 부지 선정과 해당 지자체와 인센티브 등을 협상 중이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관계가 민감해진 시기에 이런 발표가 있을 경우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단 CATL은 여전히 미국과 멕시코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며, 계획을 철회할 의사는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블룸버그는 CATL이 멕시코 등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프로젝트엔 무려 50억 달러(약 6조5000억원)를 투입될 것으로 관측됐다. 당초 미국에 공장을 지으려 했지만, 미·중 관계를 고려해 분산 투자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CATL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또 중국은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음극재 생산 등에서 절대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장악한 배터리와 소재 부문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자국 내 생산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다음달 통과가 예상되는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중 전기차 지원 분야도 중국을 겨냥한 내용이 담겼다. 법안은 배터리에 들어가는 원자재를 국내에서 조달하거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한 국가에서 들여오는 비율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도록 했다. 이 비중은 2024년까지 50%, 2026년까지 80%로 미국에서 조달한 원자재·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준다는 내용이다. 한국의 LG·SK 등이 미국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두고 있는 것과 달리 CATL은 미국에 배터리 공장이 없다.

CATL의 본사는 중국의 푸젠성과 가까운 대만해협 건너편에 있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방문 후 4일부터 대만해협 근처에서 군사훈련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펠로시 의장은 대만 방문 이틀째인 3일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류더인 회장을 만나 최근 미국 의회에서 통과시킨 '반도체산업 지원법'에 관해 논의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보도했다.

WP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회의는 미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예정인 TSMC가 같은 부지에 추가로 공장을 짓는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앞서 펠로시 의장은 대만 도착 후 기자들에게 TSMC가 세계 반도체의 절반 이상을 생산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근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은 대만과 협력을 증대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은 미국의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520억 달러(약 68조원)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글로벌 점유율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 TSMC가 수혜 기업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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