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중앙시평

강화된 확장억제 나와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2022.08.03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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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장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장

새 정부 출범을 지켜보던 북한이 드디어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그것도 최고지도자의 극언을 통해서다. 김정은은 7·27 소위 ‘전승절’ 연설에서 윤석열의 망언과 추태 운운하면서 윤석열 정권과 군대는 전멸할 것이라고 했다. 북측 최고지도자가 직접 공개 리에 남측 최고지도자를 거명하며 비난한 사례는 드물다. 험난한 남북 관계를 예고하는 신호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터프한 대북 정책에 대한 확신을 갖고 강한 대응을 하게 될 것이다. 정부 밖에서도 다양한 주장이 나올 것이다. 일각에서는 핵 무장 또는 미국의 전술 핵 재배치 주장이 나올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정부의 정책도 아니고 야당의 정책도 아니며 미국이 동의하지도 않으니,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안이다. 한편 다른 쪽에서는 북한과 대화를 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자는 주문도 나올 것이다. 이 또한 북한이 불응할 것이므로 현실성이 있는 대안은 아니다.

북한, 미국 본토 타격 능력으로
확장억제 공약의 약화를 노려
한미간 강화된 확장억제 합의로
국민 안심시키고, 북한 억제해야

그러므로 우리 사회의 북핵 대응 담론은 이러한 양 극단의 대안은 지양하고,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중심으로 전개되어야 마땅하다. 현실적인 대안은 다음과 같은 기본적 접근을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우선 북한에 맞대응을 하여 위태로운 악순환을 촉진하지 않아야 한다. 상황을 관리하고 대화의 여지는 열어 두되, 대화를 구걸하지 않는 의연함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진화하는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에 대한 억제력을 정비해야 한다. 1차적으로는 재래식 군사력에 기초한 대응 역량을 키워야 한다. 재래식 전력으로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핵 차원의 억제를 동원해야 한다. 핵 무장이나 전술 핵 도입은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니 미국의 확장억제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이상의 기본적 접근 중에서 확장억제를 제외한 나머지는 우리 스스로 대처하면 되는 사안이다. 확장억제는 미국이 제공하므로 미국과 협의를 잘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 10여 년 간 북핵과 미사일의 발전 추이를 보면 확장억제 공조를 이대로 두기 어려운 사태 진전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김정은 치하의 북한은 전략 핵과 전술 핵을 병행 개발하고 이를 운반할 다양한 사거리와 종류의 미사일을 갖췄다. 이로써 북한은 한국은 물론 일본, 괌과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사정은 미국이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고려할 때, 미국 본토가 피격될 가능성을 실제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애당초 북한이 전략 핵, 전술 핵과 다양한 투발 수단을 갖추고자 하면서 염두에 둔 전략적 겨냥 점이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약화와 한미 이간이었을 터이다. 새로운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는 동안에도 한미 간 확장억제 논의에는 내용상 의미 있는 변화가 없었다. 확장억제 전략협의체라는 조직이 출범한 정도가 변화라면 변화였다. 미국은 원래 핵 무기의 운용에 대해 한국과 깊이 있는 협의를 하는 데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미국은 핵에 관한 한 독자적 결정권을 최대한 유보하려는 관성을 갖고 있다. 물론 미국이 모든 나라에게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는 핵 기획 그룹(Nuclear Planning Group)을 만들어 핵 무기 운용에 대한 다양한 협의를 해 왔다.

이제 북핵 관련 상황이 달라졌으므로 우리도 적극적으로 확장억제의 신뢰도를 높이는 구체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내적으로 국민을 안심시키고 일각의 핵 보유 여론을 무마하며, 북한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주어 오판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침 정부가 확장억제 전략협의체를 재가동하기로 했으니, 차제에 우리의 대처에 참고가 될만한 고려사항 몇 가지를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한미 최고위 급에서 확장억제의 신뢰도를 높일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도출하여 이를 실무 선에 하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핵 무기 운용 협의를 꺼리는 미국 내 관료적 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둘째, 설득력 있는 우리 입장을 정립하여 협의에 임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의 진지한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우리의 입장에는 경우의 수 별로 확장억제를 가동시킬 절차, 타격 목표, 시행 시퀀스 등에 관한 구상이 포함되어야 한다. 확장억제 논의가 원론에서 맴돌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확장억제 협의 내용이 한미 연합 전력 운용 과정과 작전계획에 어떤 형태로든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확장억제와 유리된 채 연합훈련이나 작계가 운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넷째, 역내 미국의 동맹과 함께 나토 식 핵 기획 그룹을 운영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일본과 어느 선까지 공조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 두어야 한다.

이제 남북 관계는 험로로 들어섰다. 당분간 대화는 무망할 것이다. 위기로 치닫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이 참에 강화된 확장억제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당장 국민을 안심시키며 북한을 억제할 것이고, 향후 협상재개 시에는 소중한 교섭 자산으로 기능할 것이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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