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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위한 與전국위 소집…홍준표 "왜 바보짓 하나, 총사퇴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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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끝에 국민의힘 최고위원회가 당 체제를 비상대책위로 전환하기 위한 절차 개시를 2일 의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위한 전국위원회 개최를 의결한 뒤 원내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김성룡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위한 전국위원회 개최를 의결한 뒤 원내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비대위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 소집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회의에는 최고위 재적 인원 7명 가운데 과반인 권성동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이상 당연직 최고위원), 배현진ㆍ윤영석 최고위원 등 4명이 참석했다. 비대위 전환에 반대하는 정미경ㆍ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당헌ㆍ당규상 최고위원회는 당 대표를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되는데, 앞서 사표가 수리된 김재원·조수진 전 최고위원은 재적 인원에서 제외됐다. 그래서 7명 중 4명 참석으로 '과반 참석'조건이 충족됐다는 주장이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상임전국위를 열어서 현재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볼 것이냐에 대해 당헌 유권해석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대위 출범 요건을 규정한 당헌 제96조 1항에 따르면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비대위가 출범할 수 있다. 앞서 최고위가 이준석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결정을 ‘궐위’가 아닌 ‘사고’로 판단한 데다, 최고위원 2명이 사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최고위 기능이 상실됐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당헌 상 ‘~등 비상상황’이라는 부분을 근거로 비대위 출범을 추진할 예정이다.

비대위원장 임명을 위해서도 당헌 개정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당헌 제96조에 따라 비대위가 출범할 경우 위원장은 ‘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 대표 또는 당 대표 권한대행이 임명’하도록 돼있는데, 현재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 대표 직무대행’이어서 임명 권한이 없다. 박 원내대변인은 “전국위에서 직무대행도 (비대위원장을)임명할 수 있도록 당헌을 개정하는 의결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지난 달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지난 달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권 원내대표는 이날 당 전국위원장인 서병수 의원 등 일부 중진의원들과 오찬 회동하며 비대위 전환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당초 서 의원은 비대위 전환에 반대해왔지만, 이날 오찬에선 ‘최고위 의결이 된 만큼 절차에 따라 전국위를 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서 의원은 오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완벽하게 준비를 해서 빠른 시간 안에 (비대위가)될 수 있도록 하자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기조국에 따르면 상임전국위에서 당헌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리고 당헌 개정안을 마련하면 전국위에서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당헌 개정안을 의결하게 된다. 비대위원장 임명도 전국위에서 결정되는데, 기조국 관계자는 “차수를 변경해서 하루 만에 비대위원장 임명까지 가능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국위를 소집하려면 3일 전에 공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빨라도 5일에야 전국위가 열릴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 의원은 이날 오후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러가지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좀 걸린다. 5일에 될 수 있을지는 검토를 또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에선 "내주 초까지는 비대위원장을 결정하고, 위원 인선을 포함해 늦어도 8월15일 전에는 비대위를 띄워야 한다"는 일정도 제기된다.

비대위원장엔 정진석·주호영·조경태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의 이름이 거론된다. 원외에선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비대위원장, 김황식·정홍원 전 국무총리 등의 이름이 언급된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 선임은)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하겠다. (후보가)추려지고 있다”고 밝혔다. 핵심 친윤으로 분류되는 정진석 의원과 '친윤'주호영 의원은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이 선호한다. 대선 경선 당시 홍준표 현 대구시장을 도왔던 조경태 의원은 친윤 그룹과는 거리가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달 27일 경북 울릉군 사동항 여객터미널에서 선박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 대표는 2일 당 최고위원회의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절차 개시에 대해 "절대반지(권력)를 위한 그들의 탐욕은 계속된다"고 비판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달 27일 경북 울릉군 사동항 여객터미널에서 선박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 대표는 2일 당 최고위원회의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절차 개시에 대해 "절대반지(권력)를 위한 그들의 탐욕은 계속된다"고 비판했다.[연합뉴스]

당 지도부가 밀어붙이는 ‘비대위 속도전’에 대해 여권 내부에서도 '꼼수'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당장 이날 최고위의 의결을 놓고도 “최고위원들의 ‘위장사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배현진 최고위원은 지난 달 29일, 윤영석 최고위원은 같은 달 31일 이미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 당시 민형배 의원의 위장탈당을 강력하게 비난했었는데, 이제 우리 당 최고위원들의 위장사퇴 쇼를 목도하게 되니 환멸이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도 페이스북에 “‘저는 오늘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한다’고 7월 29일에 육성으로 말한 분(배현진)이 표결 정족 수가 부족하다고 8월 2일에 표결한다”며 “반지의 제왕에도 ‘언데드(산송장)’가 나온다. 절대반지(권력)를 향한 그들의 탐욕은 계속된다”고 썼다. 다만 배현진ㆍ윤영석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로 전환하는)과도기여서 아직 최고위가 인수인계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사실상 이 대표의 복귀를 봉쇄하는 비대위 전환에 대해 이 대표와 가까운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한 일방적인 결정을 전체 투표로 결정한 것처럼 언론플레이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는 글을 올렸다.

당 중진의원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뭔가 잘못된 일이 있어서 다 같이 사퇴를 하면 비대위로 가는 거지, 비대위로 가기 위해서 최고위원들이 하나둘씩 사퇴를 한다는 건 웃기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당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휴가가 끝나기 전에 당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무리하게 비대위를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비대위가 출범할 경우 이 대표가 절차적 허점을 들어 법원에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SNS에서 “이미 만신창이가 돼 당을 이끌어갈 동력을 상실한 지도부라면 지도부는 총사퇴하고 원내대표를 다시 선출해 당 대표 거취가 결정될 때까지 비대위를 꾸리는 것이 법적 분쟁없는 상식적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가 가처분이라도 신청한다면 이번에는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여지는데, 왜 그런 무리한 ‘바보짓’을 해서 당을 혼란으로 몰고 가는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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