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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방문 함구한 펠로시…중국선 “펠로시 요격해야” 위협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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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미국 워싱턴 기자회견에서 답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9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미국 워싱턴 기자회견에서 답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싱가포르·말레이시아·한국·일본 방문을 포함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의회 대표단을 이끌고 있다고 미국 하원이 31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미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여부를 함구하며 자세를 낮췄지만 대만 방문을 배제하는 표현 또한 하지 않았다. 이날 선진커(申進科) 중국 공군대변인은 “공군의 다양한 전투기가 조국의 보물섬을 돌며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함을 수호하는 능력을 향상했다”고 말하며 펠로시 순방을 견제했다.

“싱가포르·말레이·한·일 방문” 발표 #후시진 “격추” 트위터 글 자진 삭제 #펠로시 91년 천안문 항의 영상 퍼져

펠로시 의장은 “오늘 우리 의회 대표단의 인도·태평양 순방으로 지역 내 동맹과 친구에 대한 미국의 강력하고 흔들리지 않는 다짐을 재확인한다”며 “싱가포르·말레이시아·한국·일본에서 대표단은 고위급 회담을 갖고 공유하는 이익과 가치를 증진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방문단에는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교위원장, 마크 타카노 하원 보훈위원회 위원장, 수잔 델베네 하원의원 등 의원 6명이 참가한다. 전날 기자회견까지 펠로시 의장은 “매우 흥분된다”면서도 안전을 이유로 전체 여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 인민해방군 창군 기념일 95주년을 하루 앞둔 31일 중국 매체 펑파이는 펠로시 의장의 아시아 순방 발표를 전하며 “전문에 중국 대만 지역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시 로긴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는 29일 자신의 트위터에 “외교 소식통이 나에게 다음 주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기대된다며 아시아 투어 초반에 이뤄질 것으로 말했다”고 공개했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이 탄 항공기의 요격을 위협했다.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전 총편집은 지난 29일 자신의 영문 트위터에 “만일 미국 전투기가 펠로시를 호위해 대만에 진입한다면 이는 침입”이라며 “인민해방군은 펠로시의 항공기와 미국 전투기를 경고 사격과 차단 전술 기동을 포함해 강제로 쫓을 권리가 있다. 만일 효과가 없다면 격추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후의 ‘격추’ 트위터가 알려지자 미국 폭스TV는 곧 백악관에 미국의 입장을 물으며 파문이 커졌다. 그러자 30일 후시진은 개인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자신의 트위터 계정이 차단됐다면서 “처마 아래에서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며 “글을 삭제해 자신의 트위터 계정 봉쇄를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은 트위터 측에 후시진 계정의 차단 여부를 질의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후시진은 지난 2020년에도 환구시보 사설에 “미국 군용기가 대만에 이·착륙한다면 대만 해협의 전쟁은 그때 시작된다”고 위협했지만 2021년 백신과 의원을 실은 미 군용기가 수차례 타이베이 쑹산(松山)을 이·착륙하자 “대만 당국이 미국 상원의원이라는 지푸라기를 잡았다”고 말을 바꾼 선례가 있다.

낸시 펠로시(가운데) 현재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 1991년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를 위해 숨진 이들에게 바친다”는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운동 희생자를 기리는 플래카드를 들어 보이며 항의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낸시 펠로시(가운데) 현재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 1991년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를 위해 숨진 이들에게 바친다”는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운동 희생자를 기리는 플래카드를 들어 보이며 항의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한편, 1940년생인 펠로시 의장은 1991년 동료 의원과 함께 중국 천안문 광장을 찾아 “민주를 위해 숨진 이들에게 바친다”고 영어와 중국어로 쓴 검은색 플래카드를 펼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펠로시 의장 일행이 중국 공안에게 저지당하는 영상이 최근 다시 트위터를 통해 퍼지면서 펠로시와 중국의 ‘악연’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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