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터넷의 아버지 “기록 보존 갈수록 짧아져 후세도 판독할 수 있는 기술 필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1974년의 빈트 서프 박사. [사진 구글]

1974년의 빈트 서프 박사. [사진 구글]

구글에는 ‘수석 인터넷 전도사(Chief Internet Evangelist)’라는 특이한 직함을 가진 인물이 있다. 1970년대에 현재 인터넷의 토대가 된 TCP/IP를 개발해 ‘인터넷의 창시자’로 불리는 빈트 서프(Vint Cerf·79) 박사다.

TCP/IP는 서로 다른 시스템을 가진 컴퓨터 간에도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한 통신 규약이다. 같은 회사 컴퓨터끼리만 소통할 수 있었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을 끝낸 기술이다. 지난 1일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그를 화상으로 만났다. 그는 구글에서 디지털 기록의 보존을 연구하는 디지털 벨룸(Digital Vellum·전자 양피지) 프로젝트와 사물인터넷(IoT)의 보안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1997년 서프(왼쪽) 박사가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기술 매달을 받는 모습. [사진 구글]

1997년 서프(왼쪽) 박사가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기술 매달을 받는 모습. [사진 구글]

인터넷 전도사라는 직함이 생소하다.
“인터넷은 여전히 전 세계 인구의 60%만 쓸 수 있는 기술이다. 아직 인터넷에 닿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인프라 투자를 활성화하는 게 나의 역할이다. 벌써 50년 넘게 이 일을 하고 있다.”
TCP/IP를 쉽게 설명해준다면.
“컴퓨터는 데이터를 보낼 때 패킷(packet)이란 작은 단위로 쪼개서 보낸다. 패킷은 우편엽서와 비슷하다. 받는 사람, 보내는 사람의 주소가 있고 엽서 내용이 있다. 엽서를 우체통에 넣은 여러분은, 이게 목적지까지 잘 도착할지 어떨지 모른다. 때론 분실될 수도 있다. 패킷도 마찬가지다. 데이터가 손실될 가능성이 있다. 그걸 복원하고 재전송하는 시스템이 TCP다. 이번엔 친구에게 책을 보내고 싶다고 해보자. 근데 우편 체계상 여러분이 보낼 수 있는 건 엽서뿐이다. 책을 페이지마다 찢어서 엽서에 붙여야 한다. 붙이다 보니 중간에 누락되는 페이지가 없게 페이지 번호도 매겨야겠고, 혹시 모르니 사본도 떠놓는다. 엽서를 다 보내고 나서 여러분은 고민한다. ‘잘 받았다는 걸 어떻게 확인하지? 친구가 회신을 주면 좋겠지만, 연락이 안 되면?’ 결국 확인할 때까지 중복 엽서를 계속 보낸다. 그게 TCP/IP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월드와이드웹을 만든 팀 버너스 리(왼쪽)와 서프 박사. [사진 구글]

월드와이드웹을 만든 팀 버너스 리(왼쪽)와 서프 박사. [사진 구글]

인터넷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뭐라고 보나.
“세계 인구의 40%에겐 도달하지 못했다는 점과 생각보다 ‘증폭 효과’가 거대하다는 점이다. 네트워크의 가치는 실제 사용자의 제곱 수로 증가한다. 예컨대 소셜 미디어(SNS)에 글을 쓰는 건,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인터넷 자체는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를 식별할 수 없다는 거다. 그래서 거짓 정보나 악성 소프트웨어도 아주 빠르게 유통된다. (인터넷의) 잠재적 해악을 인정하고, 이런 악의적 행위자들을 추적하고 사법 처리할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
서프 박사(왼쪽)와 그의 아내 시그리드 서프. [사진 구글]

서프 박사(왼쪽)와 그의 아내 시그리드 서프. [사진 구글]

사물인터넷(IoT)의 개인정보 보호를 연구 중인데.
“IoT는 상당히 유용하지만, 개인정보가 다 관여돼있다. 보안이 조금만 허술해도 허가받지 않은 사람들이 e메일이나 웹캠에 접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를 비롯한 동료들의 우려가 크다.”
‘디지털 벨룸’ 프로젝트도 맡고 있는데 왜 시작했나.
“인류의 기록 보존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고대 도시에서 쓰던 점토판은 5000~6000년, 양피지는 1000~2000년, 종이는 500년까지 보존된다. 희한하지 않나. 종이 다음에 나온 디지털 저장매체는 생명이 더 짧다. 요즘 플로피 디스크나 CD를 읽는 기기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으니까. 지금 우리가 쓰는 문서가, 100년 뒤 운영체제(OS)에선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새로운 소프트웨어, 새로운 OS가 나와도 지금의 데이터를 이해할 수 있도록 비트(bit, 데이터의 기본 단위)를 변환하거나, 판독하는 기술을 만드는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손자들 그리고 후세대까지 과거의 기억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The JoongAng에서 뉴스 그 이상, 팩플을 만나보세요.

이 기사는 요약 버전입니다. 빈트 서프 박사가 생각하는 웹 3.0와 사물인터넷(IoT)의 미래는 중앙일보 팩플 홈페이지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어요. (풀버전 기사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90296)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