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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개인정보 안 내면 사용불가”라는 페북, 집단소송 이어질까

중앙일보

입력 2022.07.26 06:00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가 서비스 이용을 조건으로 개인 정보 제공을 필수로 요구하자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페이스북 탈퇴 움직임에 이어 일부 시민단체들은 집단소송 가능성도 제기한다.

[페이스북 캡쳐]

[페이스북 캡쳐]

무슨 일이야 

메타는 지난달부터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려면 ①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②개인정보의 제공 ③개인정보의 국가 간 이전 ④위치 정보 ⑤개인정보 처리 방침 업데이트 ⑥이용 약관 등 6개 항목에 동의해야 한다고 공지하고 있다. 당초 메타는 이달 25일까지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 사용을 못한다고 했다가, 이 기한을 다음 달 8일까지로 연장했다. 동의하지 않은 이용자는 다음 달 9일부터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계정을 이용할 수 없다.

왜 중요해   

메타는 국내에서 매달 3000만명 이상이 쓰는 대형 소셜네트워크 플랫폼 두 곳을 운영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월 1회 이상 로그인한 월활동이용자(MAU) 기준으로 페이스북은 1118만, 인스타그램은 1889만 명에 이른다. 두 개 플랫폼 누적 가입자로는 5000만명이 넘는다(나폴레옹캣 조사기준 페이스북 2771만명, 인스타그램 2272만명).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메타는 이들 수천만명으로부터 친구 목록은 물론, 앱과 브라우저 사용 기록, 휴대전화 등 기기 정보, 조회한 광고는 무엇인지 등 각종 개인정보를 수집해 '맞춤형 광고' 사업을 해왔다. 이용자들도 메타의 광고 사업에 자신의 정보가 이용된다는 걸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동의 요구는 해당 정보들을 메타에 제공하지 않으면 서비스에서 배제된다는 통보나 다름없어 분노하고 있다. 이번 동의 요구는 앞으로 개인 동의를 확실히 받고 계속 정보 수집을 하겠다는 의미.

메타가 수집하는 내 정보들 

[페이스북 개인정보처리방침 안내 캡쳐]

[페이스북 개인정보처리방침 안내 캡쳐]

이용자들은 이번에 메타의 수집 정보의 범위가 얼마나 광범위한지 새삼 확인하고 놀랐다는 반응이다. 메타는 사이트 방문 기록, 배달앱 주문 기록, 게임 이용 기록까지 보유하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로그인하지 않은 이들의 개인정보도 수집하고 있다. 또 메타가 운영하는 다른 서비스에 이용자 정보를 제공하고, 정부 기관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내용에도 이용자 동의를 요구하고 있어, 거부감이 더 커졌다. 30대 직장인 A씨는 "페이스북 요구에 동의하지 않아 계정 사용이 중지되면 블로그나 다른 SNS를 쓰겠다"고 말했다.

메타의 이런 동의 요구 절차는 한국에서만 진행됐다.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개인정보를 수집할 경우 이용자의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수집 대상 정보의 범위는 제공 서비스에 따라 기업이 정한다. 메타의 경우, 광범위한 정보 수집에 일단 동의한 후 '개인정보보호센터' 메뉴에서 정보 제공 범위를 수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관심사 정보의 경우, 이용자가 페이스북에 제공하지 않겠다고 설정해도 페이스북이 광고 추천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해당 관심사 분야의 광고가 노출된다. 사용자의 의지에 관계없이 추천 광고에 필요한 정보를 메타가 계속 수집한다는 의미다.

메타 주장은   

[페이스북 개인정보처리방침 안내 캡쳐]

[페이스북 개인정보처리방침 안내 캡쳐]

메타 측은 각국 법규를 준수하고 향후 법률적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페이스북 코리아 관계자는 "어떤 정보가 어떤 목적으로 처리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제공하는 차원으로, 업데이트는 해외 모든 시장에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EU와 인도 지역 메타 서비스 이용자들은 요구에 동의하지 않아도 서비스는 계속 쓸 수 있다.

메타는 국내 대부분의 플랫폼이 포괄적 동의를 통해 이런 개인정보들을 이미 수집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자신들은 고객들에게 보다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동의를 요구했을 뿐이라는 것.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반대 측 주장은   

반대 측은 메타가 수집하는 개인정보가 서비스 제공을 위해 꼭 필요한 데이터에 해당하지 않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크다는 입장이다.

지난 22일 '메타의 개인정보처리방침에 동의하지 않을 권리'란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정의당 장혜영·배진교 의원 등 개최)에서 김진욱 변호사(한국IT법학연구소장)는 "서비스의 본질적 기능 수행을 위한 필수 정보가 아님에도 동의를 거부하면 서비스 제공을 배제하겠다는 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면서 "추후 서비스에서 배제되는 이용자들은 집단소송(단체소송)을 제기할 사유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동의하지 않을 권리에 관한 토론회 참석자들.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

지난 22일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동의하지 않을 권리에 관한 토론회 참석자들.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

개인정보보호법 51조에 따르면 요건을 갖춘 소비자단체 또는 비영리단체는 개인정보 처리자가 집단분쟁 조정을 거부하거나 결과를 수락하지 않는 경우 법원에 권리침해 행위의 금지·중지를 구하는 단체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최호웅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는 "정부, 수사 기관이 정보를 요청하면 법원이 발부하는 영장 없이도 메타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된다"면서 "유럽의 GDPR(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정보 수집 동의는 강제가 아닌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번 동의 요구는 해당 규정 위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메타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 규정에 반발하는 단체가 만든 포스터. [홈페이지 캡쳐]

메타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 규정에 반발하는 단체가 만든 포스터. [홈페이지 캡쳐]

경실련과 한국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는 24일 공동 성명을 내고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메타의 동의 강요는 시장지배 사업자의 지위 남용에 해당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이런 맞춤형 광고를 규제하라"고 주장했다.

정부 입장은 어때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2일 "주요 온라인 광고 플랫폼의 행태 정보 수집 및 맞춤형 광고 활용실태를 점검하고 있고, 최근 메타의 동의방식 변경과 관련된 내용도 조사 내용"이라고 밝혔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전체 회의 모습.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홈페이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전체 회의 모습.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홈페이지]

개인정보위는 '이용자가 필요 최소한 개인정보 이외의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비스의 제공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개인정보보호법 39조의3 3항)는 규정에 근거해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개인정보위는 메타의 방침이 위법하다고 판단할 경우 과징금, 과태료 등 처분을 내린 뒤 경찰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앞서 개인정보위는 페이스북에 2018년 4월부터 1년 5개월간 이용자 동의 없이 '얼굴인식 서식(템플릿)'을 만들고 수집한 혐의 등으로 과징금 64억4000만원, 과태료 26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과 개선 권고를 내린 적 있다.

앞으로는  

현재로서는 메타가 이용자 반발을 이유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다음달 기한(8일) 이후에도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해야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기존 계정을 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그러나 서비스에서 배제된 이용자들은 집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메타의 동의 요구가 고의적인지, 국내 법규를 따르는 차원인지를 살피겠다"며 "다음 달 8일까지 메타의 추가 조치 여부를 지켜보면서 소송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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