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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돈 받고, 집은 형 줬는데…5년 전 10억 집이 20억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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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SOS외전-가족쩐]

A씨(45) 형제는 5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서울 아현동에 있는 아파트 한 채를 물려받았다. 전용면적 84㎡(약 33평)인 이 아파트의 당시 시세는 10억원. A씨와 형의 몫은 아파트 지분의 50%씩, 시세를 기준으로 각각 5억원이었다.

[금융SOS외전-가족쩐]

당시 무주택자였던 A씨의 형은 해당 아파트로 이사하길 원했고 A씨에게 지분만큼 현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미 1주택자였던 A씨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아파트 지분 50% 대신 시세의 절반인 5억원을 받았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면서 현금으로 정산한 뒤 1년 만에 아파트값이 3억원이 올랐고 현재는 20억원까지 상승했다. A씨의 형은 최근 아파트를 팔기 위해 매물로 내놨다. 아파트를 판 돈으로 서울 수색동에 전용면적 84㎡와 전용면적 59㎡(약 24평) 아파트 두 채를 사기 위해서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뛰는 아파트값을 보며 뭔가 억울한 마음이 생긴 A씨는 형에게 상속받은 뒤 5년간 오른 집값의 일부라도 더 달라고 요구했지만, 형은 거절했다. A씨는 “결과적으로 형은 15억원을, 나는 5억원을 상속받은 꼴”이라며 “상속재산분할 무효 소송이라도 해볼까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상속재산분할 관련 분쟁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19년 1223건에 불과했던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는 2020년 2095건으로 증가했다. 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주택 관련 상속 분쟁도 많아지고 있다.

각각 지분을 나눠 가졌어도 “지금 팔아야 한다” “아직 고점이 아니다”는 식으로 부동산 매도 여부를 두고 옥신각신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특히 A씨처럼 주택 지분 대신 현금으로 상속받은 경우는 뛰는 집값을 보며 억울한 마음이 들어 돈을 더 내놓으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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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쟁에도 결론부터 정리하면 A씨는 형에게서 더 받을 수 있는 자산이 없다. 상속을 받을 당시 자산의 가치(아파트 시세)에 대해 이미 정산이 끝난 상황이라서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 A씨와 A씨의 형은 각각 상속 자산 가치를 절반씩 나눠 가지면서 5년 전 상속에 관한 계약이 종료됐다”며 “나중에 집값이 올라서 10억원의 가치가 생긴 것은 A씨 형이 본인이 받은 상속분을 해당 아파트에 투자해서 얻은 가치이기 때문에 A씨와 나눠 가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증여를 하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국세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6년 사전 증여 수요는 11만6111명이었지만, 2020년 21만4603명으로 증가했다. 본인이 사망 전에 미리 자녀에게 주택 등을 증여하면, 부모 입장에선 보유세를 줄일 수 있고 자녀 입장에선 자산 활용이 수월할 수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예컨대 본인이 사망한 뒤 해당 주택을 자녀가 상속받게 되면 양도소득세를 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현재 1주택자인 자녀가 주택을 상속받은 뒤 기존 주택을 처분하면 양도세 비과세(1가구 1주택) 대상이다. 하지만 상속받은 주택을 먼저 처분하면 비과세 대상이 아니라 중과세된다.

때문에 자녀가 여러 명이라면 주택의 지분을 나눠주기보다 아예 직접 주택을 처분하고 현금으로 증여하는 것이 분쟁의 씨앗을 없애는 방법일 수 있다. 자녀들이 주택 지분을 나눠서 소유할 경우 주택 처분 시점 등 활용 방안에 대해 다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SOS외전-가족쩐]
가족 간의 쩐의 전쟁(가족쩐)은 지난해 3월부터 연재한 [금융SOS] 코너 외전입니다. 일상 속 ‘돈’으로 얽힌 문제 가운데 결혼과 이혼, 상속과 증여 등으로 생긴 가족 간 돈 문제를 전문가의 도움으로 풀어줍니다. 사랑보다, 피보다 진한 ‘돈’ 때문에 벌어지는 가족 간 분쟁을 막고, 한 푼이라도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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