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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 5m에 197명 빼곡…50년만에 재연 된 '시루섬 기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단양중 학생 197명 팔짱 끼고 3분 버텨 

지름 5m 물탱크에 198명이 올라설 수 있을까. 50년 전 폭우에 고립된 주민이 물탱크에 올라가 극적으로 생존한 ‘시루섬의 기적’이 재연됐다.

충북 단양군은 21일 단양읍 문화체육센터에서 단양중 1·3학년 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시루섬 모형 물탱크 실험을 했다. 시루섬 기적은 1972년 8월 19일 태풍 ‘베티’가 몰고 온 폭우로 남한강이 범람했을 때 시루섬 주민 198명이 지름 5m, 높이 6m 크기의 물탱크에 올라가 서로 팔짱을 낀 채 14시간을 버텨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일을 말한다.

충북 단양군은 21일 단양중 학생과 시루섬의 기적 재연 실험을 했다. 197명이 5m 모형 물탱크에 올라가는 데 성공했다. [사진 단양군]

충북 단양군은 21일 단양중 학생과 시루섬의 기적 재연 실험을 했다. 197명이 5m 모형 물탱크에 올라가는 데 성공했다. [사진 단양군]

안타깝게도 사람들 속에 있던 한 아이는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아이 어머니는 주민들이 동요할까 봐 죽음을 알리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이날 실험에 참여한 단양중 학생 200명은 차례로 지름 5m, 높이 30㎝ 크기의 모형 물탱크에 올라섰다. 사회자는 가상의 사다리를 통해 물탱크로 오르는 학생들의 숫자를 셌다. 실제 상황이라 여긴 학생들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똘똘 뭉쳤다.

1972년의 시루섬 물탱크. [연합뉴스]

1972년의 시루섬 물탱크. [연합뉴스]

“체온 오르고, 꽉 껴” 콩나물시루 된 학생들 

당시 안타깝게 숨진 100일 된 아기를 제외하고 물탱크 위에서 살아남은 인원인 197번째 학생이 모형 물탱크에 오르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이어졌다. 이후 서로에게 의지해 3분을 버텼다.

김상철 단양군 문화예술팀장은 “197명이 모형 물탱크에 올랐을 때는 말 그대로 콩나물시루 같았다”며 “사람과 사람이 꽉 붙어 열도 나고, 발을 한치도 옮길 수 없는 상태가 됐다. 팔짱을 끼거나 서로에게 의지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물탱크 위에서 14시간을 버텼던 생존자 김은자(66)씨 자매도 현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실험을 지켜본 김씨는 “당시 물탱크를 내려오니 전혀 다른 세상이 되어 있었다”며 “시커먼 물바다 속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눈물이 난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충북 단양군 단양읍 증도리에 있는 시루섬. [사진 단양군]

충북 단양군 단양읍 증도리에 있는 시루섬. [사진 단양군]

단양군 8월 시루섬 기적 영웅 기념행사 

시루섬은 단양군 단양읍 증도리에 속하는 약 6만㎡ 면적의 섬으로, 1985년 충주댐 건설과 함께 사라진 섬마을이다. 시루섬은 섬 모양이 시루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시루섬 사연은 군이 2017년 적성면 애곡리에 조성한 시루섬 기적 소공원에 ‘14시간 사투 그리고 인고의 어머니’라는 제목의 글로 새겨져 있다.

단양군은 다음 달 19일 단양역 광장에서 당시 생존 주민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972. 8. 19. 시루섬 영웅들의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시루섬의 기적 5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군은 이번 실험 영상을 본 행사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시루섬 주민들을 위한 고향 땅 밟기와 합동 생일잔치, 천도제 등도 함께 계획하고 있다.

김문근 단양군수는 “시루섬 주민들이 보여준 단결과 희생정신을 단양의 정신으로 계승하고, 단양을 알리는 소중한 역사자원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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