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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판 짜는 부·울·경] “2030월드엑스포는 부산의 잠재력 실현 앞당겨줄 특급 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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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혁신과 소통 통한 ‘글로벌 부산’ …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에게 듣는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13일 부산시청 집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도중 시정에 대한 계획을 밝히고 있다. 송봉근 기자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13일 부산시청 집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도중 시정에 대한 계획을 밝히고 있다. 송봉근 기자

“매일 오전 5시부터 원어민과 1시간 통화하며 영어 회화 감각을 다시 가다듬고 있습니다.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 각국 대사를 만나 소통할 때 ‘글로벌 부산’의 인식을 심어주려는 노력이죠. 게다가 부산은 세계시민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K컬쳐의 힘을 갖고 있습니다. 엑스포 홍보대사인 BTS의 10월 부산 콘서트는 폭발적인 붐업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난 13일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의 집무실. 역점 사업인 2030월드엑스포 유치 현황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같이 답했다. 손수 스마트폰을 꺼낸 박 시장은 새로 공개된 그룹 X4의 ‘PRESENT’ 뮤직비디오를 틀어 내밀었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스타 반열에 오른 이정재와 전소미, 자이언티, 원슈타인이 광안대교 등 부산 명소를 배경으로 촬영한 영상이다. 고리타분한 ‘관의 색깔’을 완전히 지워낸 2분35초 분량 콘텐트 조회수는 공개 사흘 만에 30만 건에 육박했다. 박 시장은 “낡은 기준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혁신과 소통, 이를 통한 부산의 저력 실현이라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압도적 득표율(66.36%)을 기록하며 재선에 성공한 박 시장을 만나 그가 구상한 청사진을 들여다봤다. 다음은 박 시장과의 일문일답.

2030월드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배경과 기대 효과는.

“월드엑스포는 부산의 잠재력 실현을 앞당겨줄 특급 엔진이다. 국내 고위 관료 등 많은 지도자가 수도권 일극주의 시각에 매몰돼있다. 부산과 울산, 경남을 과거 제조업 단지 정도로만 여기는 낡은 인식이 여전하다. 하지만 부산 앞바다로 전세계 화물 물동량의 75%가 지나간다. 세계적 환적항인 동시에 공항과 육상물류까지 포괄하는 트라이포트로서 황금 입지를 지녔다. 월드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중앙·지방정부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고, 실제 유치로 이어지면 글로벌허브·금융도시로서 부산의 저력을 세계에 알릴 무대가 된다. 규제 허들만 낮춰준다면 돈과 투자가 몰리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런 인식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 큰 힘이 되고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 위기론’이 나온다. 신임 경남·울산 단체장과의 온도차를 극복할 해법은.
“이달 초 대통령 시도지사협의회 때 박완수 경남도지사, 김두겸 울산시장 두 분과 어느 정도 교감했다. 경남과 울산의 이익을 배척하는 것이 결코 아니며 오히려 이들 지역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가령 제가 주도해 선정한 메가시티 70개 과제와 36조원 상당의 중앙정부 지원 업무협약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혜택을 앉아서 포기한다는 건 너무나 아까운 일이다.”

신임 울산시장, 경남지사에게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나.

“현실적 측면을 봐야 한다. 중앙정부에 대한 영향력 행사 측면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인구 1000만 이상의 메트로폴리탄 경쟁이 한창이다. 메가시티가 전임 단체장의 역점 사업이라고 해서 외면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충분한 소통이 필요한 문제로 여기며, 조만간 두 분 단체장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말씀을 나눌 예정이다. 지역발전과 혁신의 차원에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은 왜 필요하다고 주장하나.

“국내에서는 항공물류의 98%를 인천공항이 독점하고 있다. 이는 대단히 비효율적인 구조이며 그 피해는 비수도권 지역민들이 떠안는다. 가령 수도권에 비해 물류 처리에 2, 3일이 더 들어가고 비용도 더 부담해야 하는 식이어서 개선이 시급하다. 항공물류와 해운물류를 연결할 수 있는 ‘스마트 항만’의 입지에 가덕신공항이 물류공항으로서 둥지를 틀면 이런 비효율 구조를 해소할 수 있다. 물류 이동의 신속성에 비중을 두는 기업의 입장에서도 가덕신공항은 매력적인 배후지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미래의 다목적 가치 차원에서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문제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효과적인 지방분권을 위해 제시할 방안이 있다면.

“현재 지방정부의 역량이 충분히 갖춰진 상황인 만큼, 권한을 과감하게 이양해 지방정부가 직접 현장의 막힌 혈맥을 뚫을 수 있게 해줄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는 이를 엄정하게 평가하면 된다.”

취임식에서 강조한 키워드 중 하나가 ‘혁신’이었다. 임기중 반드시 혁신을 이루겠다는 분야가 있나.

“교육 분야다. 부산 사람들이 ‘자식 교육 때문에 서울 간다’고 할 때면 억장이 무너진다. 국제학교와 제대로 된 특색을 갖춘 특성화고 등이 포진하고, 지역 대학이 만족스러운 수준의 취업지향적 방향을 선명하게 제시하는 등의 교육혁명이 절박하다. 산학협력을 통한 인재 육성은 기업 투자와 이전, 나아가 인구 유입 문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다양성과 창의성, 융합성을 고루 갖춘 인재가 쏟아질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겠다.”

박 시장은 1960년 부산 동구 초량동에서 태어나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17대 국회의원(부산 수영구), 이명박 정부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국회사무처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1년간 시정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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