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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 아닌 역량 봤더니…90년대생 팀장·엑스퍼트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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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LG CNS의 디지털전환(DX) 전문가로 선발된 김명지 팀장, 임승영 총괄컨설턴트, 황건호 총괄컨설턴트(왼쪽부터). [사진 LG CNS]

LG CNS의 디지털전환(DX) 전문가로 선발된 김명지 팀장, 임승영 총괄컨설턴트, 황건호 총괄컨설턴트(왼쪽부터). [사진 LG CNS]

“선배라서 무조건 더 많이 알고, 후배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 있지 않아요. 연차와 관계없이 역량이 뛰어난 ‘고수’에게 배울 수 있고, 서로 도움을 주는 문화가 가장 큰 장점입니다.”

LG CNS의 김명지(31) 언어 인공지능(AI) 랩장과 임승영(29)·황건호(34) 엑스퍼트(총괄컨설턴트)는 1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입을 모아 말했다. 세 사람은 사내 최연소 팀장과 최연소 엑스퍼트 등으로 발탁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태어난 젊은 층) 직장인이다.

이 회사는 ‘역량 레벨’ 평가와 ‘디지털전환(DX) 정예전문가’ 제도를 통해 개인의 직무역량을 키우고, 수평적 기업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2016년부터 연 1회 기술인증시험(TCT)을 시행해 레벨1~5로 역량을 부여한다. 대개 레벨4 이상이면 기술 전문성을 갖고, 대내외적으로 성과를 끌어낼 인재로 인정받는다. 레벨4부터는 그룹 토론과 심층 평가, 임원 면접 등을 거쳐 포텐셜 엑스퍼트→엑스퍼트→마이스터→연구·전문위원으로 선발한다. 또 고과·승진·보상 등 인사제도와 연계해 DX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이 회사 임직원 6000여 명 중 레벨4 이상은 2800명 정도 된다.

김명지 팀장은 사내 최연소 팀장으로 ‘언어 AI랩’에서 15명의 부서원을 이끌고 있다. 임승영 총괄은 올해 최연소 엑스퍼트로 선발됐고, 황건호 총괄은 클라우드 개발 분야에서 손꼽히는 엑스퍼트다.

세 사람은 LG CNS의 인사 시스템에 대해 “동기 부여가 분명하고, 나이·연차에 구애받지 않는 역량 평가가 강점”이라고 자랑했다. 김 팀장은 “평가 결과에 따라 임금 인상이나 진급 혜택이 주어진다”고 소개했다. 역량 레벨과 DX 정예전문가로 인정받았을 때 인센티브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란 얘기다.

임 총괄은 AI 기술 관련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고, 최신 논문을 탐독하는 등 자기계발에 더 투자하게 됐다고 답했다. “누구의 질문에도 정확하고 안목 있는 정보를 주기 위해 더 많이 공부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대기업에 입사한 이들이 매년 역량을 평가받고, 새로운 과정에 도전한다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김 팀장은 “반대로 저연차 직원이라도 역량이 충분하다면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는 여느 회사에는 없을 것”이라며 “물론 사람에 따라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분명한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격 테스트가 사내 분위기를 경직시키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임 총괄은 “절대평가다 보니 서로 협력해 레벨을 올리자는 분위기다. 누가 누구를 이겨야 한다는 압박은 전혀 아니다”라며 “대개는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동료들과 함께 공부한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서비스 업계의 특성상 직무 관련 공부를 게을리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어요. 이 과정에서 회사의 인사·인증 제도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하는 조력자 역할을 한 거지요. 인증과 보상, 발탁은 이에 따르는 결과물입니다.”(황건호 총괄)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이들의 성과가 이른바 ‘워라밸’을 포기해 얻은 성과는 아닐까 궁금해졌다. 임 총괄은 “벌써 여름휴가를 다녀와서 새까맣게 피부가 탔다”며 “회사의 일은 회사에서 집중해 끝내서 워라밸은 지키려 한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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