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준비왕' 된 어린왕자, 김원형 SSG 감독…시즌 내내 1위 리더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

KBO리그 전반기의 주인공은 SSG 랜더스였다. SSG는 막판 6연승을 질주하며 1위(57승 3무 26패)로 올스타 휴식기를 맞이했다. SSG를 이끈 김원형(50) 감독의 지도력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18일 인천에서 만난 김원형 감독에게 리더십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SSG는 개막 10연승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이후 한 번도 1위를 빼앗기지 않고 전반기를 마쳤다.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다. 김원형 감독은 "선수들이 잘 했다. 목표를 세우지만, 전반기 내내 실현되는 건 어렵다. 칭찬을 안 할 수 없다"고 했다. 후반기를 앞두고 선수들과 가진 첫 미팅에서도 선수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5선발을 맡긴 노경은이 갑작스럽게 부상을 당했다. 외국인 선수 중 2명(이반 노바, 케빈 크론)이 성적 부진으로 이탈했다. 하지만 이태양, 전의산, 서동민 등 예비 전력들이 활약을 펼쳐 빈 자리를 메웠다.

'어떻게 위기를 헤쳐나갔느냐'는 질문에 김원형 감독은 '준비'란 단어를 여섯 번이나 썼다. 김 감독은 "경기를 하려면 항상 준비가 잘 되어야 한다. 코칭스태프들이 잘 준비했다. 물론 준비만 잘 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고, 사람이 하는 일이지만 선수들이 올라올 때마다 잘 해줬다"고 했다.

김원형 감독은 1991년 쌍방울에 입단해 SK로 간판이 바뀔 때까지 21년간 545경기에 등판해 134승 (144패 26세이브 평균자책점 3.92)을 따냈다. 역대 통산 9위다. 코치로 9년을 보낸 뒤 지난해부터 SSG 지휘봉을 잡았다. '2년차 감독'이지만 스스로 "내공이 부족하다"며 준비를 강조한 이유다.

김원형 감독은 "경기 내에선 결정을 신속하게 내려야 한다. 이를테면 대타를 쓸 때 선수도 마음의 준비나 장비 준비를 해야 한다. 투수교체도 긴박한 상황이 많다. 선수와 코치들이 감독의 생각을 잘 읽고 있다"고 했다.

추신수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김원형 감독(가운데). [연합뉴스]

추신수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김원형 감독(가운데). [연합뉴스]

현역 시절 '어린 왕자'라 불렸던 김 감독은 취임 당시 "과묵한 편인데 코치가 되면서 말이 늘었다"고 했다. 그런 그를 두고 '외유내강'형 지도자로 평가하는 시선이 많다. 부드러운 외모와 달리 김 감독의 마음 속은 불같다. 감독이 된 뒤 더 승부욕이 강해졌다.

김원형 감독은 "선수 시절엔 '내가 승리투수가 돼야지'란 마음을 가지진 않았다. '팀도 이기고, 나도 잘 던지면 좋다'란 마음이었다. 그런데 감독으로서는 그럴 수 없다. '이겨야 한다'는 마음을 가진다"고 했다. 매일 고민하는 승부사의 훈장인지 김 감독은 흰 머리가 가득했다. 김 감독은 "염색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아내도 원하지 않고… 누구 보여줄 것도 없다"고 웃었다.

이기고 싶은 마음을 감추는 게 김 감독의 과제이기도 하다. 김원형 감독은 "감독은 순간순간 일어나는 일에 대해 표현해야 한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하지만, 감독이 된 지 얼마 안 되다 보니 (감정이)드러날 때도 있다"고 했다. 이어 "내 표현이 선수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어 자제하려 하는데 경기에 집중하고 몰입하게 된다. 그게 승부욕으로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김원형 감독과 조원우 코치. [사진 SSG 랜더스]

김원형 감독과 조원우 코치. [사진 SSG 랜더스]

김원형 감독은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이다.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에 입단한 그는 SK 와이번스까지 21년을 뛴 뒤 은퇴했다. 그리고 코치 생활 5년 만에 1군 코치가 됐다. 하지만 2017년 롯데 자이언츠 수석코치로 옮겼다. 1년 선배인 조원우(51) 감독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어서였다. 지난해부턴 조원우 코치가 김 감독을 보좌하고 있다. 김 감독은 "눈 앞의 이익이 아니라 조원우라는 사람을 봤다. 막상 (SK를 떠나려니)나도 모르는 감정들이 나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 감독은 롯데에서 2년, 두산에서 2년 코치로 일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다. 김 감독은 "똑같은 세계지만 보고 느낀 것이 있다. 코치로서도 성장하는 느낌도 있었고,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떠올렸다.

SSG 더그아웃은 항상 활기차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엄격한 규율이 있다. 추신수, 김강민, 김광현 등 베테랑들 덕분이다. 김원형 감독 역시 자유로움과 책임을 강조한다. 김 감독은 "내가 재밌고, 살가운 스타일은 아니다. 다만 해야 될 것들은 선수로서 해 달라고 명확하게 얘기한다. 운동장에서 열심히 하면 별 말 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김원형 감독에게 생일케이크로 장난을 치는 김강민. [사진 SSG 랜더스]

지난해 김원형 감독에게 생일케이크로 장난을 치는 김강민. [사진 SSG 랜더스]

야구계에서 최근 각광받는 지도자상은 '소통 능력'을 갖춘 인물이다. 과거엔 모든 걸 꿰뚫어보고 결정하는 지도자가 인기있었지만, 이젠 코칭스태프와 구단, 선수의 목소리를 듣는 리더를 선호한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조조는 참모들의 의견에 귀를 항상 열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과 같을 땐 과감하게 결단하고, 다를 땐 다시 한 번 생각했다. 김원형 감독은 '조조와는 좀 다른 것 같다'면서도 "코치들과 자주 이야기를 한다. 의논을 통해 다수의 의견과 같을 경우엔 빠르게 결정하고, 내 생각과 다를 땐 따라갈 때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을 이해시키려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전반기 성적도 놀라웠지만, SSG의 후반기는 더욱 기대된다. 문승원이 돌아왔고, 투수 숀 모리만도(미국)와 외야수 후안 라가레스(도미니카공화국)를 영입했다. 문승원과 함께 팔꿈치 수술을 받았던 박종훈까지 합류하면 마운드는 더욱 탄탄해진다.

김원형 감독은 "라가레스는 좌익수를 맡는다. 민첩한 몸을 갖고 있어 기대된다. (부상중인)김강민도 돌아오고, 추신수도 외야 수비가 가능하다. 추신수가 수비를 하는 날엔 한유섬을 지명타자로 내보내 체력 안배도 할 수 있다. 오태곤은 수비가 좋기 때문에 1루수와 외야수를 모두 소화할 생각"이라고 후반기 전략을 귀띔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