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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文정부 알박기 논란중…尹 "우리쪽 위법 여부 체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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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몇몇 참모들에게 “대통령실과 각 부처에 위법 사항이 없는지 수시로 체크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행여 잘 모르고 한 일이 불법 논란에 휩싸이지 않게끔 잘 챙겨보라는 취지였다”며 이같이 전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통령실과 부처 모두 문재인 정부의 ‘인사 알박기’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까닭에 참모들은 불법 논란이 일 정도로 무리하게 사퇴를 압박하진 말라는 취지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윤 대통령 측 한 참모는 “자칫 ‘찍어내기 프레임’으로 되치기를 당할 수도 있다”며 “전 정부 인사 물갈이 문제는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경제고문 위촉식을 마치고 간담회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경제고문 위촉식을 마치고 간담회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문제는 새 정부에서 일할 인사들이 이미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 측 핵심 인사는 국민권익위원회를 예로 들면서 “사실 권익위 부위원장에 부장판사 출신 A(행정심판)씨와 대학교수인 B(부패방지)씨를 내정한 지 꽤 됐지만,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권익위는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전현희 위원장을 비롯한 수뇌부가 계속 일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 위원장 등을 겨냥해 “대통령의 철학을 이해하고 정치적인 식견이나 견해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것을 통해 책임 정치를 구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새 정부는 법이 정한 기관장 등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압박이 특히 심하다. 지난 1월 문재인 정부 당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기관 임원들을 물러나게 했다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징역 2년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었고, 수사를 맡았던 부장검사가 주진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다. 게다가 현재 검찰은 문재인 정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수사하는 등 또 다른 블랙리스트 사건도 수사하고 있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가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건 감사·점검을 강화하는 것 정도”라고 토로했다. 사실상 사퇴를 우회적으로 종용하거나, 여론전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전현희 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거취 문제에 대해 “임기가 있으니 자기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에서 열린 '2022 보령해양머드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하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에서 열린 '2022 보령해양머드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하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이날 문재인 정부 임기 막판에 공공기관 주요 보직에 대한 대규모 인사가 이뤄졌다며 22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지난 2일 권성동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알박기 인사’ 59명을 적시한 데 이은 추가 공개다. 권명호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5~2017년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상임위원을 지낸 박종운 변호사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가 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 부위원장이었던 이상원씨도 대선 직후 건설근로자공제회 비상임이사로 임명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비서실 인사는 4명이다. 김종호 전 민정수석은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으로, 배재정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상임감사가 됐다. 박종만 전 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인천공항시설관리 상임감사로, 국정상황실 선임행정관 최용선씨는 한전KPS 비상임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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