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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시간 운동 즐겁다” 근대5종 세계 1위 전웅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근대5종은 무척이나 ‘서양스런’ 스포츠잖아요. 종목이 탄생한 배경도 그렇고, 올림픽 역사를 통틀어 봐도 서양 선수들이 금메달을 독식했고요. 그런데 근래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어요. 다른 나라 선수들이 한국을 주목하고, ‘한국 따라하기’에 열을 올리거든요. K팝이나 K아트처럼 ‘K펜타슬론(pentathlon·근대5종의 영문 명칭)’의 시대가 온 것 같아 즐겁습니다.”

14일 경북 문경 국군체육부대에서 만난 근대5종 국가대표 전웅태(27·광주광역시청)는 “컨디션도 경기 결과도 너무 좋다 보니 매일 15시간씩 운동에 매달리는 일정마저도 즐겁다”며 활짝 웃었다.

근대5종 국가대표 전웅태 선수가 지난 1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렵사리 오른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김현동 기자

근대5종 국가대표 전웅태 선수가 지난 1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렵사리 오른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김현동 기자

전웅태는 ‘근대5종은 서양스포츠의 정수(精髓)’라는 고정관념을 깬 주인공이다. 올 시즌 출전한 국제근대5종연맹(UIPM) 월드컵 3개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하며 이 종목의 최고수로 우뚝 섰다.

지난 5월 불가리아 알베나에서 열린 월드컵 3차에서 세계신기록(1537점)을 세웠고, 지난달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월드컵 파이널에서 1508점으로 또 한 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도쿄올림픽 남자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근대5종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는데,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 단계 더 올라선 셈이다. 전웅태는 “랭킹으로 모든 것을 말하긴 어렵지만, ‘1’이라는 숫자가 갖는 상징성은 적지 않다”면서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데, 금메달도 세계랭킹 1위도 한 번 경험해보니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근대5종은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이 고안해 만든 종목이다. 나폴레옹 시절 전쟁 중 군령을 전하기 위해 적진을 돌파한 프랑스 기마장교의 영웅담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펜싱, 수영, 승마, 사격, 육상의 다섯 종목으로 기량을 겨루는데, 지난 2009년부터는 사격과 육상을 묶어 ‘레이저 런(laser run)’이라는 복합 방식을 도입했다. 가까운 적은 칼로(펜싱), 먼 곳의 적은 총으로(사격) 제압하고, 강을 건너고(수영), 들판을 달리고(육상), 적의 말을 빼앗아 타기도 하며(승마) 임무를 완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웅태는 수영선수로 출발했다가 서울체중 재학 중 ‘여러 종목을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에 매력을 느껴 근대5종 선수가 됐다. 이후 육상을 시작으로 사격, 펜싱, 승마까지 종목군을 차츰 넓히며 성장했다. 체력 종목(수영, 육상)은 일찌감치 톱 클래스였지만 펜싱, 승마 등 뒤늦게 접한 기술 종목이 걸림돌이었다. 전웅태는 “최대 약점으로 지적받은 펜싱 역량을 강화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틈날 때마다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펜싱부가 있는 대학교를 찾아가 기술 지도를 받았다”고 했다.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는 게 전웅태의 신념이다. 올림픽 등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각종 인터뷰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 나는 ‘될 놈’이다”라고 거듭 말하는 건 대중과의 약속이자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기도 하다. 그는 “격투기 선수 코너 맥그리거가 강자 조제 알도와 맞대결을 앞두고 ‘어퍼컷으로 쓰러뜨리겠다’고 공언한 뒤 그에 맞게 훈련을 하고, 실제로 어퍼컷으로 승리한 영상을 봤다”면서 “경기 후 맥그리거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나는 말하는 걸 지키는 사람’이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모습에서 전율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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