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대 머신서 내린 1000원대 커피"...커피族 몰린 '이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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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편의점들이 잇달아 자체브랜드(PB) 커피 품질 개선에 나서며 ‘싼 고급커피’ 경쟁에 불이 붙었다. 국제 원두 가격과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은 커피 가격을 앞세워 고객몰이에 나선 것이다.

1000만원대 기계는 기본 

편의점 CU는 자사의 ‘GET커피’를 만드는 커피머신과 원두를 전면 교체하고 로고까지 바꾼다고 17일 밝혔다. GET커피는 CU에서 컵얼음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품목이다. 최근 3년 동안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는데, 올해 상반기 매출도 전년 대비 22.6% 증가했다.

편의점 CU는 17일 커피머신부터 원두, 브랜드 로고까지 모두 재단장한 자체 즉석원두커피 'GET커피'를 선보였다. [사진 BGF리테일]

편의점 CU는 17일 커피머신부터 원두, 브랜드 로고까지 모두 재단장한 자체 즉석원두커피 'GET커피'를 선보였다. [사진 BGF리테일]

CU는 커피 맛을 더욱 차별화하기 위해 세계 상업용 커피머신 점유율 1위인 이탈리아 ‘라심발리’의 전자동 커피머신을 전국 점포에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따르면 이번에 도입하는 모델은 1000만원 중반대의 고급형으로 열 교환 방식의 신형 보일러 기술이 적용돼 50잔 이상 연속으로 커피를 추출해도 품질의 맛과 풍미가 균일하게 유지된다. 또 두 가지 원두로 동시에 커피를 내릴 수 있어 이탈리아 커피 ‘일리’의 인텐소 다크 로스팅 원두로 만든 ‘일리 아메리카노’를 추가로 선보이기로 했다.

새로운 GET커피용 원두도 개발했다. 콜롬비아·브라질·니카라과산 원두를 50:25:25로 배합한 커피로, 은은한 산미로 시작해 고소한 맛을 지나 단맛으로 마무리되는 게 특징이다. 진영호 BGF리테일 상품본부장은 “지난 2년간 커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수천 잔의 커피를 시음하며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맛과 향을 가진 조합을 찾아냈다”며 “친환경 소비 트렌드에 맞춰 100% 열대우림동맹 인증 친환경 원두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GET커피는 연간 2억잔 가까이 팔리는 인기 상품인 만큼 합리적인 가격에 전문점 수준의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혁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라진 ‘1000원 커피’…과연 맛은?

편의점 커피 경쟁은 2015년 업체들이 자체 브랜드를 선보이며 본격화했다. 당시 아메리카노 보통크기 한 잔 가격을 기준으로 ‘1000원 커피’로 불리며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이제 편의점 커피도 모두 1000원이 넘는다. 이상 기후로 원두 가격이 급등하면서 올해 4~5월 편의점들이 커피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현재 편의점 자체 커피 가격은 보통크기를 기준으로 아메리카노 1200~1300원, 아이스 아메리카노 1700원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가격을 올린 대신 편의점들은 ‘커피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최근 물가 급등으로 카페 전문점 대신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 가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도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자체커피 브랜드 '세븐카페'. 국제 원두가격 인상 등 전반적인 물가가 오르는 가운데 이달 들어 매출이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사진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의 자체커피 브랜드 '세븐카페'. 국제 원두가격 인상 등 전반적인 물가가 오르는 가운데 이달 들어 매출이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사진 세븐일레븐]

실제 세븐일레븐의 ‘세븐카페’는 이달 들어 매출이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 세븐일레븐은 풍미가 좋은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되 깔끔한 맛을 위해 고압 스팀으로 추출하는 에스프레소 방식 대신 종이 필터로 한 잔씩 내리는 전자동 ‘드립 방식’을 쓴다. 특히 최적의 맛을 위해 뜨거운 커피는 브라질 50% 콜롬비아 30% 우간다 20%, 아이스 커피는 콜롬비아 50% 브라질 30% 우간다 20%로 원두 배합을 달리한다.

GS25의 '카페25' 커피. 스위스의 유명 커피머신 '유라(JURA)'로 고급 커피를 추출한다. [사진 GS25]

GS25의 '카페25' 커피. 스위스의 유명 커피머신 '유라(JURA)'로 고급 커피를 추출한다. [사진 GS25]

GS25의 경우 한 대에 1300만원이 넘는 스위스의 커피머신 ‘유라’를 점포마다 도입하고 콜롬비아·브라질·과테말라·에티오피아 등 유명 산지에서 원두를 들여와 ‘카페25’의 커피 맛 향상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달 들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값을 1700원으로 올린 이마트24의 ‘이프레쏘’는 브라질 세라도 지역의 최고급 원두를 쓴다. 여러 원두를 혼합하지 않고 단일 원산지의 원두만 사용한 싱글오리진 커피를 선보여 깔끔한 맛과 진한 풍미가 특징이다. 커피머신은 이탈리아의 ‘세코 그랑이데아’를 쓰는데 역시 대 당 1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이프레쏘는 지난해 총 5000만잔이 팔렸고 매년 매출이 40%씩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24의 '이프레쏘'. 브라질의 최고등급 원두로 만들며 1000만원 대 커피머신으로 내리는 풍미가 진한 커피를 지향한다. [사진 이마트24]

이마트24의 '이프레쏘'. 브라질의 최고등급 원두로 만들며 1000만원 대 커피머신으로 내리는 풍미가 진한 커피를 지향한다. [사진 이마트24]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먹거리 가격이 계속 오를 전망이어서 한 잔에 4500원이 넘는 커피 전문점 대신 1000원대 편의점 커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소비자의 커피 수준이 워낙 높은 만큼 전문점 못지않은 ‘맛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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