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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두번째 총격 2.7초후…경찰 딱 1명만 방탄가방 집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총격 사망과 관련, 경호문제에 대해 본격 검증에 나섰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지난 14일 저녁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말해 경호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언급하면서다. 일본 경찰은 같은 날 검증팀을 나라(奈良)시 현장에 보내 조사에 들어갔다.

아베 피습 때 경호원 3인 대응 늦어

지난 8일(현지시간) 일본 나라현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총기로 저격한 남성이 범행 직후 경호원들에게 제압당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시간) 일본 나라현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총기로 저격한 남성이 범행 직후 경호원들에게 제압당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요미우리신문은 사건 당일 나라시 유세현장에 파견됐던 경찰 4명 가운데 3명이 늦게 대응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15일 보도했다.

지난 8일 아베 전 총리의 참의원 선거유세 현장에선 특별경호를 맡는 경시청 소속의 경호원(SP) 1명과 나라현 경찰 소속의 경찰관 3명 등 총 4명이 경호를 맡았다. 당시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41)가 뒤편에서 아베 전 총리 쪽으로 약 7m를 다가가 총을 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약 9초. 첫 총성이 울렸을 때 경호인력 4명은 앞을 보고 있어, 뒤에서 접근하는 야마가미 용의자를 알아채지 못했다고 한다.

두 번째 총격이 있었던 것은 그로부터 약 2.7초 후. 경시청 소속 SP 1명은 이때 방탄 기능이 있는 가방을 집어 들고 아베 전 총리 앞을 막으려 했지만, 아베와 2~3m 떨어져 있어 총탄을 막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요미우리는 “나라현 경찰 3명은 첫 총격 후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면서 “두 번째 발포 후 2명이 야마가미에게 뛰어들었다”고 보도했다. 경찰 1명은 SP 경호인력과 함께 부상을 입은 아베 전 총리에게 달려갔지만, 아베 전 총리를 구하는 데엔 실패했다. 일본 경찰청은 현장에 있던 경호 인력의 역할분담과 경위를 파악해 오는 8월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무기고 같은 집이었다”

지난 8일 선거 유세 중이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총으로 쏴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41). [AP=연합뉴스]

지난 8일 선거 유세 중이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총으로 쏴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41). [AP=연합뉴스]

마이니치신문은 야마가미 집에서 직접 제작한 총 5점이 발견됐으며, “무기고 같은 집”이었다는 경찰의 발언을 전했다. 용의자의 집은 사건 현장에서 남동쪽으로 약 3㎞ 떨어져 있는 임대아파트로, 원룸 구조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사건 당일 이뤄진 압수수색에선 쇠파이프 같은 금속통 9개를 묶어 만든 것으로 보이는 대형 총도 발견됐다.

마이니치는 야마가미가 지난 5월 일을 그만두면서 생활비가 바닥났고, “생활이 더 어려워지기 전에 범행 계획을 실행해야 해 이달 들어 범행을 결심했다”는 용의지 진술을 전했다.

야마가미는 어머니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에 빠지면서 거액을 기부해 집이 파산했다고 주장하며 담담하게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야마가미는 이 종교단체가 아베 전 총리의 영향으로 일본 내에서 확산했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바 있다. 친척 집에 머물고 있는 야마가미 어머니는 경찰조사에서 “아들이 큰 사건을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장례식을 오는 9월 국장(国葬)으로 치르기로 했다. 일본이 전직 총리의 장례식을 국가가 부담하는 국장으로 치르는 것은 지난 1967년 요시다 히게루(吉田茂) 전 총리 이후 두 번째다. 요미우리는 일본 정부와 자민당이 주도해 치르는 국장은 오는 9월, 도쿄((東京) 부도칸(武道館)에서 치러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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