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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부도'에 달아난 스리랑카 대통령, 이메일로 사임 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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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경제 위기가 촉발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인해 해외로 도피한 고타바야 라자팍사(73) 스리랑카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오후 이메일을 통해 국회의장에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익명의 핵심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익명의 관계자는 "라자팍사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도착한 후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보냈다"며 다만 "이메일 형식의 서한이 수용될지 여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마힌다 야파 아베와르다나 국회의장이 헌법상의 절차를 거친 후에 라자팍사 대통령의 사임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익명의 의장실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현재 새로운 대통령 선출을 위한 의회 일정은 전면 보류 상태다. 지난 10일 라자팍사 대통령은 13일 사임을 약속했고 의회는 오는 15일 의회를 소집하고 20일 새 대통령을 선출하기로 계획했다.

의장실은 이날 사임서가 의장에 도착한 날을 기점으로 3일 이내 차기 의회 소집 일자를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13일(현지시간) 스리랑카 반정부 시위대가 콜롬보에 있는 총리 집무실을 점령한 모습.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스리랑카 반정부 시위대가 콜롬보에 있는 총리 집무실을 점령한 모습. 연합뉴스

라자팍사 대통령은 전날 사의 표명 없이 부인, 경호원 2명과 출국해 몰디브로 향했다. 대통령 권한인 불체포 특권을 이용해 구금을 피하기 위해 대통령 신분이 유지된 상태에서 해외로 도주하려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경유지 몰디브에서 라닐 위크라마싱하 총리에게 대통령 권한을 이양하고 아베와르다나 의장과 전화 통화로 사임 서한에 대해 논의했지만 끝내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라자팍사 대통령 일행은 이날 오후 몰디브를 떠나 7시경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당분간 싱가포르에서 지낼 것으로 보인다.

스리랑카는 지난 5월 외채 이자를 갚지 못해 국가 부도를 선언했고, 신용 거래가 중단되면서 석유 등 필수품 수입이 사실상 끊겼다.
이에 반정부 시위대가 지난 9일 라자팍사 대통령과 위크레메싱게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대통령 관저와 총리실 등을 점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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