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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병욱 도발…민주당 수십년 원칙 재벌개혁 "강령서 빼자"[스팟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강령(綱領)에 기재된 ‘재벌 개혁’과 ‘금산분리 원칙’을 빼자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강령은 당의 이념과 가치를 정리한 문건으로, 재벌개혁과 금산분리는 민주당이 수십년간 견지해온 대원칙이다. 구체적으로 강령엔 “금산분리 원칙 견지, 부당 내부거래 해소 등의 재벌 개혁을 추진한다”고 적혀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런 두 원칙에 대한 수정 요구는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 강령 수정 작업을 진행 중인 전당대회준비위 강령분과(분과장 김성주 의원)에서 나왔다. 강령분과 위원이자 이재명 의원의 측근인 김병욱 의원(재선ㆍ경기 성남 분당을)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강령분과 토론에서 “과거 시민사회단체들이 사용하던 ‘재벌개혁’을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지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산분리 원칙에 대해서도 “영속적이거나 절대적인 원칙이라고 보는 것은 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령, '경제' 파트에 적시된 문구.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더불어민주당 강령, '경제' 파트에 적시된 문구.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김 의원은 14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재벌 개혁이라는 말을 너무 관성적으로 써서 반기업 이미지가 굳어졌다”며 “재벌을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경제 성장의 동반자로 보자는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고려대 MBA를 졸업한 금융 전문가로, 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위원장과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지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도발적인 주장을 펼쳤다.
“시대에 맞는 강령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과거엔 재벌 개혁이라는 화두가 일정 정도 의미를 가졌지만, 그 화두가 2022년에 여전히 민주당 강령에 들어가는 것이 맞는지 토론할 때가 됐다.”
강령에서 ‘재벌 개혁’ 네 글자를 아예 빼자는 건가.
“그렇다. 현재 강령엔 ‘부당 내부거래 해소 등의 재벌 개혁’이라고 적혀있는데, 부당 내부 거래가 재벌만의 문제인가. 잘못된 행위에 대한 지적은 당연히 남겨두되, 재벌만 겨냥한 문구를 바꾸자는 것이다.”
재벌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많다.
“과거의 잘못된 문화와 행태는 공정거래법 등 여러 법으로 규제해왔다. 지배구조 개선을 전제로 위법한 행위 하나하나만 규제를 하면 되지, 재벌이라는 경제 주체를 통틀어서 비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결과적으로 보면 재벌의 순기능도 있었다.”
재벌의 순기능이 뭔가?
“소유와 경영의 일치를 통해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반도체ㆍ전기차ㆍ배터리 부문에 빠른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으면, 대한민국 경제가 이렇게 발전했겠느냐는 주장에 민주당도 귀 기울여야 한다.”
그간 민주당 생각과 다른 주장이다. 계기가 있나.
“대선과 지방선거에 연패하면서 ‘민주당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나.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진정한 진보 개혁 정당인가’라는 화두를 끄집어내고 싶었다. 또 국민께 민주당이 무조건 기업을 반대하는 정당이 아니라,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돕는 정당이라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다.”
진정한 진보 개혁 정당이란 뭔가.
“먼저 극빈층을 없애는 노력을 해야 한다. 명색이 진보 개혁 정당을 표방하는데, 김대중ㆍ노무현ㆍ문재인 전 대통령 집권기에도 가난한 사람을 제대로 케어하지 못해 양극화가 더 벌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8년 9월 2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 의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9월 2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 의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금산분리 원칙을 강령에서 빼자는 말도 했다.  
“국회가 4년 전 ‘인터넷 은행법’(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을 통과시킬 때도 논란이 컸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 잘 정착됐지 않았나. 또 빅테크 기업의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산업 참여가 기존의 금산분리 원칙을 부분적으로 침해하기도 한다. 행위규제는 하되, 현 상황에 맞게 당 강령에선 빼는 게 맞다.”  

김 의원은 인터뷰 중간중간 “제가 재벌을 비호하는 건 절대 아니다”라며 “옛날에 주장했던 이슈를 관성적으로 강령에 포함한다는 게, 현재 상황과 맞는지 고민 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토론회에서 내놓은 제안은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으로 넘어간 상태다. 이곳에서 연구원들이 조문 작업을 진행하고, 오는 27일 전준위 전체회의에서 최종안이 결정된다. 김 의원은 “토론회 때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며 “특히 민주연구원의 젊은 실무진들은 내 주장을 긍정적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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