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97세대(90년대 학번ㆍ70년대생)가 8ㆍ28 전당대회에 야심 차게 내건 세대교체 깃발이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에 막혀 주춤대고 있다. 한길리서치ㆍ쿠키뉴스의 ‘민주당 당 대표 적합도’ 조사(9~11일)에서 이재명 의원은 압도적 1위(37.0%)였다. 2위인 박용진(18.3%) 의원을 비롯해, 박주민(7.1%)ㆍ강훈식(1.7%)ㆍ강병원(1.5%) 의원 등 ‘97주자 4인방’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8.4%포인트를 앞섰다.
그런 이 의원 독주에 맞서기 위한 97주자들의 물밑 네트워킹 작업이 분주하다. “전당대회 흥행과 혁신의 단초를 남기기 위해서라도 97주자의 길을 넓혀줘야 한다”(다선 의원)는 당 내 일각의 기류를 파고 들겠다는 몸부림이다.
‘충청 결의’ 강훈식…“컷오프라도 통과시켜주자”
당 대표 출마자 중 유일한 비수도권 주자인 강훈식 의원(충남 아산을)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의 한정식집에서 충청권 의원 10여명과 오찬 회동을 가졌다. “강훈식 의원의 전당대회 도전을 격려할 목적”(모임 주선 의원)으로 모인 이 자리엔, 총 19명의 충청권 의원 중 과반이 참석했다.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 의원(6선), 당 중앙위원회 의장인 변재일 의원(5선), 문재인 정부 문화체육관광부ㆍ법무부 장관 출신인 도종환ㆍ박범계 의원(이상 3선) 등 다선 의원도 많이 참석했다. 참석자에 따르면 이들 중 일부는 “전당대회에서 충청 정치인을 밀어주자. 여기 모인 사람들은 다 강훈식 밀어주라. 최소한 컷오프(예선)는 통과시켜 본선으로 보내야 하진 않겠나”라고 말했다.
최종 후보 3명을 추리는 당 대표 예비 경선은 중앙위원 70%와 국민 여론조사 30%로 결판난다.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광역ㆍ기초자치단체장 등으로 구성되는 중앙위원이 총 550명이다. 강 의원을 지지하는 충청권 의원은 “후보가 최소 6명 나오는 선거에서, 40여표의 충청권 표가 한 사람을 밀게 되면 그 영향력은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로 찾는 박용진, 김해영 찾은 강병원, 친명 노선 박주민
'어대명'에 맞서는 다른 97주자들도 활로를 뚫으려 사활을 걸고 있다. 대통령 경선 출마와 쓴소리 이미지로 인지도는 꽤 높지만, 당내 반감도 만만치 않은 박용진 의원은 요즘 당 원로들과 만나는 데 적극적이다. 그는 최근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따르던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고문,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문희상 고문,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정세균 고문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을 만났다.
이 중 권노갑ㆍ문희상 고문은 지난달 이 의원과 만나 면전에서 당 대표 출마에 부정적 입장을 냈던 인물이다. 박 의원은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평화센터에서 권 고문과 찍은 사진을 올리며 권 고문이 본인에게 “제2의 DJ가 되라”는 말을 했다고 소개했다.
97주자 중 친문(친문재인계)색이 가장 짙은 강병원 의원은 출마 선언(지난달 29일) 직후인 지난 3일 부산으로 달려가 김해영 전 의원을 만났다. 김 전 의원은 친문 주류에 쓴소리를 해왔던 소장파다. 이 자리에서 강 의원은 “김 전 의원은 미래의 지도자이자, 더 넓은 민주당을 상징하는 우리의 큰 자산”이라고 추켜세웠다. 이후 강 의원 측에선 “김 전 의원이 우릴 돕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주민 의원은 당에서 분출되는 ‘이재명 책임론’을 적극 방어하며 강성 당원과 의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그는 “한 2주 전쯤 둘이서 새벽까지 술 마셨다”(지난 11일 라디오 인터뷰)라며 이 의원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박 의원은 12일 언론 인터뷰에서도 ““연이은 선거 패배 평가가 특정인에게만 책임을 지우려는 쪽으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