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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아마존 호미 장인처럼...플랫폼 올라탄 '디지털 상공인' 44만 시대

중앙일보

입력

각종 플랫폼과 데이터를 활용해 비즈니스를 키우는 디지털 상공인. 사진 셔터스톡

각종 플랫폼과 데이터를 활용해 비즈니스를 키우는 디지털 상공인. 사진 셔터스톡

60대 시골 대장장이의 호미가 미국 아마존 원예부문 톱10 상품이 되고(경북 영주대장간), 인스타그램에만 판매 장소를 공지하는 과일 티셔츠 트럭(김씨네과일)에 줄서서 열광하는 시대다. 이처럼 플랫폼을 발판 삼아 경제적 도약을 이룬 소상공인을 ‘디지털 상공인(D-SME)’으로 분류하고,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소상공인의 ‘위기’로 여겨졌던 디지털 경제의 확산을 ‘기회’로 바꿔보자는 것.

무슨 일이야

중소벤처기업부·코리아스타트업포럼·혁신의숲·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가 공동주최한 ‘소상공인에서 디지털 상공인의 시대로’ 토론회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글로벌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김주희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 연구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은 소규모 사업자도 자원과 규모의 불리함을 뛰어넘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며 “우리나라 기업 생태계의 93.3%를 떠받치고 있는 소상공인을 새로운 혁신의 주체로 보고 디지털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주희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 연구본부장이 12일 서울 중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소상공인에서 디지털 상공인의 시대로'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국민대혁신기업연구센터

김주희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 연구본부장이 12일 서울 중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소상공인에서 디지털 상공인의 시대로'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국민대혁신기업연구센터

디지털 상공인은 누구?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는 디지털 상공인을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활동을 수행하는 소상공인”으로 정의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국내 290만 소상공인 중 디지털 상공인은 44만명(15.4%). 네이버, 무신사, 인스타그램 등 여러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디지털 영업 기술을 연마하는 이들이다.

김 본부장은 “디지털 상공인들은 기업가정신이 뛰어나다”며 “변화한 환경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용할 줄 아는 성향”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플랫폼의 진화

플랫폼 생태계가 진화하면서 디지털 상공인들의 활동 반경도 넓어지고 있다.
중개→가치창출의 시대: 통상 플랫폼의 역할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중개자’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 단순 중개를 넘어 디지털 마케팅을 가르치거나,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주는 등 판매자의 ‘가치 창출’을 돕는 플랫폼이 많아지고 있다. 캐시노트(매출 관리), 그린랩스(농장 데이터 솔루션) 등이 대표적. 신민주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를 ‘매치메이커(matchmaker·중개자)’와 ‘밸류 크리에이터(value creator·가치 창출자)’로 분류했다.

디지털 전환 수준과 디지털 상공인의 플랫폼 의존도에 따른 플랫폼 유형 분류. 사진 국민대혁신기업연구센터

디지털 전환 수준과 디지털 상공인의 플랫폼 의존도에 따른 플랫폼 유형 분류. 사진 국민대혁신기업연구센터

이게 왜 중요해

‘소(小)’ 떼고 ‘디지털’: 학계·산업계의 주장은 소상공인 ‘보호’ 대신 디지털 상공인 ‘육성’으로 관점을 바꿀 때가 왔다는 것. 국내 경제 생태계의 근간인 소상공인들을 보호나 지원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디지털 성장 경로를 함께 모색할 시점이란 뜻이다.

특히 디지털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85%의 일반 소상공인을 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들을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밀려난 보호대상으로 보기보단, 재교육을 통해 플랫폼을 활용하는 혁신가로 만들자는 것. 지난해 중기부 조사에 따르면 플랫폼 이용 후 매출이 증가한 소상공인은 41%였다. 이들 가운데 절반 가까이(48%)는 플랫폼 이용후 매출이 50% 이상 늘었다.

디지털 전환 성공하려면

물론 플랫폼 입점 자체를 디지털 전환으로 보긴 어렵다. 오히려 그 후부터가 진짜 시작. 플랫폼에서 살아남기, 전문가들의 조언은.

● “안 비싸요, 이것저것 해보세요”: 임영재 KDI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 환경은 임대료 부담이 없고 실패 비용이 적다.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은 자금력이 아닌 디지털 문해력”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배달 앱 생태계를 예로 들며 “본인 브랜드를 대규모 프랜차이즈로 키워낸 디지털 자영업자들을 만나보면 월 10만원에 컨설팅 업체를 쓰거나 유튜브 교육을 듣는 등 배우려는 시도를 많이 해봤더라”고 덧붙였다.

“브랜드 만들기 쉬워요”: 송대섭 네이버 정책연구실 이사는 네이버와 경상대 산학협력 사례를 예로 들며 “플랫폼을 이용해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라”고 조언했다. 그는 “전북 전주가 실크 산지로 유명한데, 지역 소상공인들이 납품만 하고 자체 브랜드가 없었다”며 “학생들이 이분들께 스마트스토어를 만들어주고 실크넥타이, 스카프 등에 제품명을 붙여주는 실험을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소개했다.

“딱 맞는 돌파구를 고민하세요”: 김주희 국민대 연구본부장은 “중개만 제공했다면 지금의 에어비앤비는 없었을 것”이라며 에어비앤비가 초기 고객 100명을 유입하기 위해 비싼 포토그래퍼를 고용한 사례를 소개했다. ‘찾아가고 싶은 멋진 집’을 연출해 고객을 끌어왔다는 것. 그는 “남이 성공한 전략 말고 본인의 사업모델에 맞는 전략을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12일 서울 중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소상공인에서 디지털 상공인의 시대로' 토론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김주희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 연구본부장, 홍경표 혁신의숲 대표, 임영재 KDI 선임연구위원, 송대섭 네이버 정책연구실 이사, 이재환 무신사 법무실장, 김도현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 센터장, 신민주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사진 국민대혁신기업연구센터

12일 서울 중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소상공인에서 디지털 상공인의 시대로' 토론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김주희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 연구본부장, 홍경표 혁신의숲 대표, 임영재 KDI 선임연구위원, 송대섭 네이버 정책연구실 이사, 이재환 무신사 법무실장, 김도현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 센터장, 신민주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사진 국민대혁신기업연구센터

이건 알아야 해

그러나 플랫폼이 소상공인을 종속시킨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소상공인 입장에선 플랫폼에 내는 수수료가 결코 적지 않고, 상품 노출의 알고리즘이 공정한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 취약계층은 여전히 플랫폼 진입이 어렵다는 문제도 남아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환 무신사 법무실장은 “사용료 없는 플랫폼이 존재할 순 없지만, 착취 구조가 되면 소비자도 그 플랫폼을 외면한다”며 “플랫폼과 판매자는 공생 관계라는 걸 (대부분의 플랫폼이) 알고 적정 수준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환 무신사 법무실장 12일 서울 중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소상공인에서 디지털 상공인의 시대로'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국민대혁신기업연구센터

이재환 무신사 법무실장 12일 서울 중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소상공인에서 디지털 상공인의 시대로'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국민대혁신기업연구센터

끝으로 김도현 국민대 혁신기업연구센터 센터장은 “플랫폼에게 새로운 과제가 생기고 있다”며 “앞으로는 (디지털 취약계층의 디지털 상공인 전환 등) 유효수요를 창출하는 것까지가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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