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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세상의 편견 뒤집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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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박은빈은 자폐 이론 등을 공부해 서울대 로스쿨 수석 졸업자이면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우영우’를 만들어냈다. [사진 스튜디오 지니]

박은빈은 자폐 이론 등을 공부해 서울대 로스쿨 수석 졸업자이면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우영우’를 만들어냈다. [사진 스튜디오 지니]

“양해 말씀드립니다. 저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가지고 있어, 여러분이 보시기에… 어… 말이 어색하고 행동이 어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을 사랑하고 피고인을 존중하는 마음은 여느 변호사와 다르지 않습니다.”

첫 회 시청률 0.9%, 입소문 타며 4회 5.2%

‘힐링 드라마’로 입소문을 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의 주변에는 사회생활이 낯선 우영우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하고 이해해주는 직장 동료들, 괴롭힘당하던 우영우를 구해주고 편견 없이 친구가 된 ‘찐친’이 있다. [사진 에이스토리]

‘힐링 드라마’로 입소문을 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의 주변에는 사회생활이 낯선 우영우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하고 이해해주는 직장 동료들, 괴롭힘당하던 우영우를 구해주고 편견 없이 친구가 된 ‘찐친’이 있다. [사진 에이스토리]

아이큐 164, ‘어차피 일등은 우영우’란 뜻의 ‘어일우’가 별명이고,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했지만, 졸업 후 6개월간 직장을 찾지 못했던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그는 로펌 취직 후 첫 재판에서 이렇게 변론을 시작한다. 우영우는 비상한 기억력을 가졌지만, 동시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도 가졌다. 자신을 소개할 때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등을 읊는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얘기다.

이 드라마는 케이블 채널 ENA에서 시청률 5.2%로 ‘대박’을 쳤다. 시청률이 첫 회 0.9%였는데, 입소문을 타며 3회 4.0%, 4회 5.2%로 치솟았다. 굿데이터 집계 드라마 화제성 점유율 53.86%로, 2위인 tvN ‘환혼’(10.63%)의 5배다. 넷플릭스 국내 시청 순위도 1위다.

이 드라마를 ‘힐링 드라마’로 만든 건 우영우의 장애를 감싸는 주변 사람들이다. 특이사항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적은 이력서 뒷장은 떼고 앞장만 남긴 로펌 대표, 우영우의 ‘반향어’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반향어 금지”라고 즉시 반영한 상사, 우영우 눈높이에 맞게 사회생활을 알려주는 동료 등 장애에 신경 쓰지 않고 능력 있는 동료로 대하는 커뮤니티가 그를 둘러쌌다.

‘힐링 드라마’로 입소문을 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의 주변에는 사회생활이 낯선 우영우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하고 이해해주는 직장 동료들, 괴롭힘당하던 우영우를 구해주고 편견 없이 친구가 된 ‘찐친’이 있다. [사진 에이스토리]

‘힐링 드라마’로 입소문을 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의 주변에는 사회생활이 낯선 우영우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하고 이해해주는 직장 동료들, 괴롭힘당하던 우영우를 구해주고 편견 없이 친구가 된 ‘찐친’이 있다. [사진 에이스토리]

정덕현 평론가는 “‘어떻게 이런 사람이랑 일합니까’라며 편견에 차 있던 상사는 어느덧 지지자로 변하고, 주변에 흔한 빌런이 한 명도 없다”며 “능력 있는 우영우가 장애로 인한 일상의 불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편견 없는 시선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구성”이라고 풀이했다. 김성수 평론가는 “주인공을 둘러싼 환경은 어찌 보면 판타지일 수 있지만, ‘언젠가 현실이 되겠지’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고 말했다.

읽은 책을 모두 기억하고, 관심사를 빠르게 읊는 우영우의 특별한 자폐는 드라마를 끌어가는 동력이다. 드라마 속 자폐 관련 의학 용어나 어려운 법률용어는 우영우의 독백으로 풀어낸다. 정덕현 평론가는 “용어를 대사로 풀면 어색한데, AI처럼 또렷하게 읊어주는 게 시청자에게는 이해하기 쉽게 다가간다”며 “장애가 오히려 장애 요소가 아니라는 걸 거꾸로 보여주는 드라마 작법”이라고 설명했다.

“자폐를 발견한 사람은 한스 아스퍼거 (…) 일탈적이고 비정상적인 것이 모두 반드시 열등한 것은 아니다”처럼 자칫 작위적으로 비칠 수 있는 대사도 우영우의 독백을 통해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된다. 김성수 평론가는 “우영우가 내레이터로 나서면서, 시청자도 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보게 한다”며 “비장애인을 가르치거나 질타하지 않고, 장애인을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만 묘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균형 잡힌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힐링 드라마’로 입소문을 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의 주변에는 사회생활이 낯선 우영우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하고 이해해주는 직장 동료들, 괴롭힘당하던 우영우를 구해주고 편견 없이 친구가 된 ‘찐친’이 있다. [사진 에이스토리]

‘힐링 드라마’로 입소문을 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의 주변에는 사회생활이 낯선 우영우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하고 이해해주는 직장 동료들, 괴롭힘당하던 우영우를 구해주고 편견 없이 친구가 된 ‘찐친’이 있다. [사진 에이스토리]

우영우는 소음에 극도로 예민해 늘 헤드셋을 쓴다. 또 고래를 좋아해 틈만 나면 고래 이야기를 꺼낸다. 자폐인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다. 영화 ‘증인’에서 자폐인 주인공을 등장시켰던 문지원 작가는 김병건 나사렛대 유아특수교육과 교수의 조언을 받아 1년간 작품을 준비했다. 자폐인 자녀를 둔 이미영(56) 전 경기장애인부모연대 부회장은 “우영우가 학교 다닐 때 ‘미안해 놀이’로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대목은 당사자라야 알 수 있는 이야기”라며 “작가가 자폐인에 관해 얼마나 많이 관찰하고 고민했는지 느껴져 감동했다”고 말했다.

주인공이 예쁘며 똑똑하고, 자폐 정도가 약해 가능한 이야기라는 지적도 있지만, 자폐인 사랑협회장인 KCL 김용직 변호사는 “드라마가 자폐인의 요소를 담백하게 표현했다. 사람들이 자폐 장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이미영 전 부회장도 “사람들이 자폐에 관심을 갖게 하고, 덜 낯설게 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주인공 박은빈, 제작진이 1년 기다려 섭외

‘힐링 드라마’로 입소문을 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의 주변에는 사회생활이 낯선 우영우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하고 이해해주는 직장 동료들, 괴롭힘당하던 우영우를 구해주고 편견 없이 친구가 된 ‘찐친’이 있다. [사진 에이스토리]

‘힐링 드라마’로 입소문을 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의 주변에는 사회생활이 낯선 우영우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하고 이해해주는 직장 동료들, 괴롭힘당하던 우영우를 구해주고 편견 없이 친구가 된 ‘찐친’이 있다. [사진 에이스토리]

제작진은 우영우 역의 박은빈을 1년간 기다려 섭외했다. 박은빈은 제작발표회에서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고, 섣불리 선입견을 가지고 대하면 안 될 것 같았다”고 망설인 이유를 밝혔다. 서강대 심리학과 출신인 박은빈은 “특정 인물을 따라 하는 게 부적절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자폐 이론 등을 기반으로 우영우 만의 특성을 만들었다고 한다.

에이스토리, KT 스튜디오 지니, 낭만크루가 공동 제작한 드라마의 인기는 주가로도 나타났다. 지난해 대작 드라마 ‘지리산’의 부진으로 최고 5만 300원이던 주가가 지난달 1만 6050원까지 떨어졌던 에이스토리는 최근 콘텐트주 약세에도 6거래일 연속(4~11일) 상승했다. 시가총액도 1696억원에서 2988억원으로 늘었다. 드라마는 웹툰으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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