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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악동’ 위에 ‘테니스 신’…조코비치, 윔블던 4연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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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회 4연패를 달성한 조코비치가 윔블던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대회 4연패를 달성한 조코비치가 윔블던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오뚝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돌아오다.”

뉴욕 타임스는 윔블던 테니스 대회 4연패를 달성한 노박 조코비치(3위·세르비아)를 이렇게 표현했다. 조코비치는 11일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끝난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코트의 악동’ 닉 키리오스(40위·호주)에 3-1(4-6, 6-3, 6-4, 7-6〈7-3〉)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조코비치는 2018·19년, 2021년에 이어 윔블던 4연속 우승과 함께 28연승에 성공했다. 2020년 윔블던은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됐다. 윔블던 남자 단식 4연패는 2003년부터 5년 연속 우승한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 이후 16년 만이다. 통산 7번째 윔블던 트로피를 들어 올린 조코비치는 8회 우승에 빛나는 페더러를 바짝 추격했다. 조코비치는 우승 상금 200만 파운드(약 31억원)를 받았다.

지난해 그가 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 등 3개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자 전문가들은 ‘조코비치의 시대’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올해 조코비치는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 우승을 연달아 라이벌 라파엘 나달(스페인)에게 내줬다. 특히 지난 1월 호주오픈엔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아예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달 프랑스오픈에선 8강전에서 나달에 패해 탈락했다. 조코비치는 이날 윔블던 우승을 확정지은 뒤 감격한 듯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코트 잔디를 뜯어서 입에 넣고 씹기까지 했다. 이어 자리에 엎드려 양팔을 날개처럼 펼쳐 드는 ‘비행기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이날은 조코비치의 결혼기념일이어서 더욱 뜻 깊었다. 조코비치는 우승 후 “깜빡하면 큰일 난다. 잠시 후 꽃다발을 준비할 것”이라며 웃었다.

경기장을 찾은 조코비치의 아내 옐레나(왼쪽)와 딸 타라. [AP=연합뉴스]

경기장을 찾은 조코비치의 아내 옐레나(왼쪽)와 딸 타라. [AP=연합뉴스]

조코비치와 키리오스의 브로맨스도 눈길을 끌었다. 둘은 첫 맞대결을 벌였던 2017년부터 사이가 나빴다. 다혈질인 키리오스가 조코비치의 실력과 인품을 비난하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그러나 최근 둘 사이엔 화해 무드가 형성됐다. 올해 조코비치의 호주오픈 출전이 좌절되자 키리오스는 조코비치를 두둔했다. 이후 키리오스는 조코비치에게 “우린 이제 친구인가”라고 물었고, 조코비치는 “저녁 식사에 초대하면 (친구로) 받아들이겠다. 내일(윔블던 결승에서) 이기는 사람이 저녁을 사자”고 제안했다. 조코비치는 이날 우승한 뒤 “조만간 키리오스와 저녁 식사를 할 것이다. 그와 나는 앞으로 메이저 대회 결승에 자주 맞붙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키리오스는 “조코비치는 ‘(테니스의) 신’”이라고 극찬했다.

조코비치와 나달, 페더러 등 남자 테니스 ‘빅3’의 ‘GOAT (Greatest Of All Time·역사상 최고의 선수)’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조코비치는 메이저 대회 우승 횟수를 21회로 늘리며 이 부문 2위로 올라섰다. 22회로 선두인 나달을 1승 차로 추격했다. 나달은 올해 윔블던 4강에서 부상으로 기권했다. 메이저 20승의 페더러는 3위다.

올해 남은 메이저 대회는 8월 말 개막하는 US오픈이다. 현재로선 나달, 조코비치, 페더러의 출전이 모두 불투명하다. 나달은 복부 통증, 페더러는 무릎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조코비치는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아 미국에 입국하기 어렵다. 테니스 황제 페더러는 이제 만 41세다. 1986년생 나달(36)과 나달보다 한 살 어린 조코비치(35)가 메이저 최다 우승 기록을 놓고 다투는 모양새다. 스페인 마르카는 “조코비치가 GOAT 경쟁을 재점화했다. 최고의 선수 논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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