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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중산층 세 부담 덜어주는 소득세 개편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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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봉급생활자의 소득은 유리지갑이다. 물가가 치솟으면 임금이 올라도 체감하기 어렵다. 선진국처럼 물가연동소득세를 도입해야 근로자의 세 부담을 합리화할 수 있다. 셔터스톡

봉급생활자의 소득은 유리지갑이다. 물가가 치솟으면 임금이 올라도 체감하기 어렵다. 선진국처럼 물가연동소득세를 도입해야 근로자의 세 부담을 합리화할 수 있다. 셔터스톡

4600만~8800만원 24% 13년째 그대로  

물가 오른 만큼 근소세율·구간 조정해야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직장인의 푸념, 평균적으로 보면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임금 인상률은 연평균 5% 안팎이다. 지난 2월 한국노총이 제시한 임금 인상률은 8.5%였다. 이런 요구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해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이 정도는 올라야 생활이 유지된다는 논리다. 그 결과 회사마다 노사 협상의 결과에 따라 달라지지만, 직장인의 연평균 임금은 해마다 5% 안팎 오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물가 상승에 따른 지출 체감도가 첫 번째다. 더 근본적으로는 물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소득세 체계에 문제가 있다. 물가 상승을 고려해 정기적으로 소득세율이나 세율 구간을 조정해 줘야 한다. 대다수 선진국에서 물가연동소득세를 적용하는 이유다.

예컨대 올해 연봉이 5000만원에서 5250만원으로 5% 올랐다고 가정해 보자. 올해 소비자물가는 6%대를 넘나든다. 연봉이 5% 올라봐야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오히려 실질소득은 마이너스가 된다.

하지만 중산층이 몰려 있는 8800만원 이하 소득세는 2010년에 손본 뒤 13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당시 정부는 1200만원 이하 과세표준에 대해서는 8%에서 6%로, 1200만원 초과~4600만원 이하는 16%에서 15%로, 46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는 25%에서 24%로 세율을 낮췄다. 그로부터 해마다 물가가 올랐지만, 이 소득세율과 구간 체계는 13년째 유지되고 있다.

정부는 그간 과표 10억원 초과에 대해 최고세율 45%를 신설하는 등 초고소득자 과세 강화에 힘을 쏟으며 과표를 종전 3단계에서 8단계로 세분화했다. 하지만 그사이 중산층에 대한 배려는 따로 없었다. 그 결과 현실은 어떤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과표 8800만원 이하에 몰려 있는 중산층은 해마다 세 부담만 무겁게 느끼게 된다. 연봉 1억원을 받아도 사실상 세금을 내고 나면 손에 쥐는 게 많지 않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1~10월 근로자 월평균 임금이 2016년 대비 17.6% 오를 때 근로소득세·사회보험료는 39.4% 뛰었다. 봉급생활자의 소득에 비해 세금 부담이 점점 과도해지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규제개혁 같은 거대 담론도 좋지만, 등잔 밑 어두운 곳을 살펴야 한다. 경제의 버팀목인 중산층의 생활 안정을 지원하려면 소득세 틀을 하루빨리 손질해야 한다. 중산층의 소득세를 합리화하면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도 잦아들 수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임금을 올리지 말라고 하기 전에 2010년 이후 그대로인 중산층 소득세 과세 틀부터 들여다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