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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의 셀럽앤카]㊴ 교황 의전차로 이 車가 선택된 이유

중앙일보

입력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2006년 공식 의전 차량에 선정된 볼보 XC90. [사진 볼보자동차]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2006년 공식 의전 차량에 선정된 볼보 XC90. [사진 볼보자동차]

#1. 교황이 쇼퍼(전용기사)가 모는 차를 타고 있었다. 고속도로를 막힘 없이 질주하다 보니 교황은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직접 운전하고 싶어졌다. 결국 교황은 쇼퍼의 만류에도 운전대를 직접 잡았다. 뻥 뚫린 도로에서 교황은 점점 속도를 냈다.

그런데 잠시 뒤 경찰 순찰차가 ‘삐뽀 삐뽀’ 경광등을 켜고 따라 붙었다. 교황은 브레이크를 밟을 수밖에 없었다. 교통 순경은 “속도를 위반하셨습니다. 창문을 내려주세요”라고 말했다. 교황도 순경의 지시에 따라 창문을 내렸다. 그런데 교황을 본 순경은 놀라면서 급하게 본청 교통과장에 무전을 쳤다.

자동차를 사랑한 교황   

“과속 단속을 했는데 속도 위반 고지서를 발급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순경)
“높은 사람이라도 탔나. 의원?”(과장)
“아닙니다. 더 높은 분입니다.”(순경)
“장관?”(과장)
“아닙니다. 훨씬 높습니다.”(순경)
“그럼 대통령이라도 탔단 말인가. 누군데?”(과장)

그러자 순경은 “교황이 기사인 걸 보니, 아무래도 하나님이 타신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지난해 교황이 집전하는 성탄절 전야 미사를 위해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교황이 집전하는 성탄절 전야 미사를 위해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연합뉴스]

오래된 서구의 자동차 관련 유머 중 하나다. 이런 유머가 있는 까닭은 유럽을 중심으로 서구에서 교황의 위상과 관련 있다. 한국에서도 가끔 신차를 뽑으면 사고 나지 말라며 바퀴에 막걸리를 뿌리거나, 고사를 지내는 경우가 있다. 서구에서도 비슷한 관습이 있다. 바로 ‘신의 대리인’ 교황으로부터 축도를 받는 것이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2018년 F1 대회에 출전한 머신의 안전 운행을 기원하기 위해 축도를 하고 있다. [사진 바티칸]

교황 프란치스코가 2018년 F1 대회에 출전한 머신의 안전 운행을 기원하기 위해 축도를 하고 있다. [사진 바티칸]

모든 업체가 그러는 건 아니지만, 유럽의 많은 완성차 업체는 신차가 나오면 먼저 교황에게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교황의 축도를 통해 차량의 판매 성공과 운전자의 안전을 기원한다.

그런데 교황이 아무 차에나 축도를 해주는 것이 아니다. 엄격한 교황청의 심사를 통과한 차량과 업체만이 그런 영광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렇게 축도를 받는 것도 엄격한데 교황 전용차를 제공하는 것은 영광 중의 영광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06년 공식 의전 차량에 선정된 볼보 XC90의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볼보자동차]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06년 공식 의전 차량에 선정된 볼보 XC90의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볼보자동차]

#2. 때는 2006년. 독일 라칭거 추기경이 베네딕토 16세 교황으로 즉위한 다음 해다. 기존 교황이 타던 차량이 낡은 까닭에 새로운 공식 의전 차량이 필요했다. 심사 끝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볼보 XC90가 선정됐다. 교황청은 볼보 XC90를 택한 이유로 “볼보가 추구하는 안전과 생명 존중 철학이 교황청의 신념과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교황 의전 차량 선정된 볼보 XC90

특히 볼보의 이타심이 교황청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볼보는 운전자 안전을 넘어서 보행자 안전까지 생각해 세계 최초로 보행자 에어백 시스템을 차량에 장착했다. 보행자와 충돌하면 엔진 덮개(후드)가 올라간 뒤 에어백이 터지면서 앞 유리창을 덮어 보행자를 보호한다.

XC90는 2002년 첫 출시 때부터 자동차 업계의 큰 관심을 받은 차량이다. ‘안전의 대명사’ 볼보가 야심차게 만든 튼튼한 SUV이기 때문이다. 당시로는 최첨단인 전복 방지 시스템(RSC)과 미끄럼 방지 시스템(DSTC) 등 최고의 안전장치가 장착됐다. 볼보의 이타심은 친환경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재 신차로 팔리는 볼보자동차의 차량 중 내연기관만으로 달리는 차종은 단 한 개도 없다.

4일 시승한 볼보 XC90 리차지 T8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롱레인지 배터리를 탑재했다. 강병철 기자

4일 시승한 볼보 XC90 리차지 T8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롱레인지 배터리를 탑재했다. 강병철 기자

XC90도 충전할 수 없는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단계를 거쳐 충전할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거듭났다. 올해 출시된 신형 XC90 T8 리차지는 PHEV로 롱레인지 배터리를 탑재했다. 덕분에 한 번 충전 시 최대 53㎞까지 순수 전기모드로 주행이 가능하다. 사실상 도심에서는 전기차로 활용할 만큼 배터리 용량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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