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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싸게, 밤엔 비싸게…택시 탄력요금제 하면 승차난 해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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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시와 서울개인택시조합이 운영한 승차지원단이 시민들의 택시 탑승을 돕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시와 서울개인택시조합이 운영한 승차지원단이 시민들의 택시 탑승을 돕고 있다. [중앙포토]

요즘 심야시간대 택시 잡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줄며 늦은 밤까지 식당·주점 등에서 모임을 가진 뒤 택시를 타려는 승객은 급증했지만 정작 영업 중인 택시는 부족해 그야말로 ‘택시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 등 지자체에선 개인택시 부제 해제와 지하철 연장 운행 같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택시 난(亂)’을 풀기엔 역부족이다.

국내 최대 교통 관련 학술단체인 대한교통학회의 이선하(공주대 교수·사진) 회장에게 해법을 물었다. 대한교통학회는 150여 개 기관·단체와 교통 전문가·전공자 4600여 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선출됐다.

이선하 대한교통학회장

이선하 대한교통학회장

택시 승차난이 요즘 더 심해진 것 같다.
“택시기사의 양적 감소와 고령화 탓에 심야시간대 택시 공급이 수요에 훨씬 못 미치는 상황이 됐다. 올해 4월 기준 전국에 등록된 택시는 25만대로 이 중 법인택시는 8만여 대다. 나머지 17만여 대가 개인택시지만 기사의 74%가 60세 이상 고령층이다. 상당수가 야간 운전을 꺼리면서 공급 부족이 생긴다.”
법인택시가 야간 운영을 늘리면 되지 않나.
“코로나19 이전 시기와 비교해 법인택시 기사가 2만 명 넘게 줄었다. 법인택시 운행률이 30~40%대밖에 안 된다.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임금이 낮아 배달이나 대리운전 등으로 대거 이직했다.”
법인택시에 도입된 월급제가 효과 없나.
“정부가 2020년 1월 기존 ‘사납금제’를 없애고 기사들이 번 모든 수입금을 회사에 입금하고, 이를 월급식으로 배분받는 ‘전액관리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택시업체가 따로 ‘운송수입기준금’이란 걸 만들었다. 하루 회사에 입금해야 하는 일정액으로 이를 못 채우면 나중에 월급에서 제한다. 사실상 월급제가 효과가 없다 보니 기사는 줄고 택시 운행도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이다.”
택시 대란을 풀 방안은 어떤 게 있을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탄력요금제’ 도입이다. 승객이 적은 낮 시간대에는 요금을 기준보다 적게 받고, 공급이 부족한 심야에는 더 많이 받는 식이다. 현행법상 운임 신고제로 운영하는 대형·고급택시는 이를 적용하고 있다. 카카오 벤티·블랙이 대표적으로 기준요금의 0.7~4배 사이에서 수요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사실상 요금 인상이라는 반발이 나올 텐데.
“하지만 야간에 요금이 비싼 대형·고급택시도 없어서 못 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는 비싼 요금을 내더라도 이용하려는 승객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를 일반택시까지 확대하면 심야에 수입이 지금보다 늘게 돼 개인택시 운행이 증가하고, 법인택시에도 새로운 기사들이 유입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수입이 어느 정도 보장돼야 택시 기사도 증가하고, 특히 젊은 기사가 늘어난다. 이렇게 해서 운행 택시가 많아지면 결과적으로 승객이 편리해질 것이다.”
외국에도 탄력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나.
“주요 선진국에선 택시 요금이 우리처럼 경직돼 있지 않다. 일본 도쿄 택시의 경우 거리제와 시간제, 정액 운임 등 다양한 요금체계를 운영한다. 미국 뉴욕에서도 심야나 교통체증이 심한 피크타임에는 요금에 할증이 붙는다.”
택시난 해결을 위해 정부의 역할은.
“요금 책정과 기사 부족 등 산적한 택시 문제를 업계에만 떠넘겨선 안 된다. 탄력요금제 도입 역시 관련 부처와 택시업계, 시민단체, 모빌리티 플랫폼, 교통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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