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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잡을 때까지 ‘페드 풋’ 없다…Fed '인플레 파이터' 강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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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머릿속에 전 세계 금융시장을 휘젓는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는 없었다. 대신 ‘I(Inflation·물가 상승)의 공포’를 잠재우기 위한 '인플레 파이터'의 본능만 꿈틀댔다. 경기 둔화를 감수하더라도 긴축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결기로 가득했다. 오는 26~2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은 더 커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6일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을 공개했다. 의사록에는 "높아진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경우 훨씬 제약(긴축)적인 통화 정책 기조가 적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인식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은 제롬 파월 Fed 의장. [EPA=연합]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6일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을 공개했다. 의사록에는 "높아진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경우 훨씬 제약(긴축)적인 통화 정책 기조가 적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인식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은 제롬 파월 Fed 의장. [EPA=연합]

Fed가 6일(현지시간) 공개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담긴 메시지는 뚜렷했다. 통화정책의 우선순위는 경기보다 물가에 놓였다. FOMC 위원들은 “통화 정책 강화가 당분간 경제성장의 속도를 늦출 수 있지만, 물가상승률을 2%로 낮추는 것이 최대고용 달성에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의사록에 ‘인플레이션’이 90차례 등장했지만, 경기 침체(recession)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을 정도였다.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긴축 행보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단서도 담겼다. 의사록은 “높아진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할 경우 훨씬 제약(긴축)적인 통화 정책 기조가 적절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커지는 경기 침체 우려에도 물가가 잡힐 때까지 '페드 풋'은 없다는 이야기다. 페드 풋은 Fed가 금리 인하나 양적 완화 등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금리 인상을 이루고 시장친화적 발표를 통해 증시 등 시장이 위태로울 때 가격 하락을 막아주는 것을 의미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에 따르면 의사록이 공개된 뒤 7월 Fed의 자이언트 스텝 전망은 97.5%로 5일(83.8%)보다 훌쩍 높아졌다. 인플레이션 인사이트의 오마이르 샤리프 대표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Fed가 인플레이션 문제를 '매우 중요한 위기(five-alarm fire)'로 격상시켰다”고 말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CNBC,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CNBC,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Fed가 확고한 긴축 방침을 견지하는 건 인플레의 장기화 조짐 때문이다. 지난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이 40년 만의 최고치인 8.6%를 기록하는 등 물가의 ‘피크 아웃(정점 통과)’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도시 봉쇄 여파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 강공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깔렸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임금과 상품 가격을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을 장기간 끌고 가는 요인이 된다. 미시간대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미국의 단기(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5.3%까지 치솟은 상태다.

의사록은 “Fed가 직면한 중대한 위험은 대중(시장)이 FOMC의 물가 안정 의지에 의문을 갖기 시작해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하는 것”이라며 “물가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통화정책 강화와 명확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Fed가 통화 정책의 고삐를 제대로 쥐며 경기 침체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예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 전망이 4월보다 상당히 어두워졌다”며 “2022년은 힘든 해가 되겠지만, 2023년은 더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에 대해 “치러야 할 대가”라고 말했다.

두툼한 소비자 지갑과 튼튼한 고용시장을 앞세웠던 미국 경제에도 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미시간대가 발표한 6월 미국 소비자심리지수는 사상 최저치(50.0)를 기록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지난 1일(현지시간)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1%(전 분기 대비·연율)로 제시했다. 미국 경제는 1분기(-1.6%)에도 마이너스 성장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CNBC,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CNBC,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Fed 내부적으로 인플레와의 전쟁이 경기 침체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인식이 확산하고 있지만,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기꺼이 지불해야 하는 대가로 여기는 듯하다”고 말했다.

Fed의 긴축 행보에 한국은행이 오는 1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가능성도 커졌다. 현재 한국(연 1.75%)과 미국(연 1.5~1.75%)의 기준금리는 상단이 같다. 만약 한은이 기준금리를 그동안처럼 0.25%포인트 올리고, Fed가 이번 달에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경우 한·미 금리 차는 0.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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