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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긴축재정 선언…-내년 예산부터 '-3% 룰' 지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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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윤석열 정부의 국가 재정 목표가 설정됐다. 7일 정부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긴축재정을 선언했다. 재정준칙을 법제화해 당장 내년도 예산 편성부터 재정 적자의 한도를 정하고, 임기 말까지 국가채무를 50%대 중반까지 관리하겠다는 게 목표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충북 청주 충북대학교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충북 청주 충북대학교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내년도 예산부터 ‘-3%’룰 지킨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개선하기로 했다.우선 올해 5.1%(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로 예상된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당장 내년에 3% 이내로 줄이고, 계속 유지한다는 목표다. 관리재정수지는 국민연금 등 기금을 제외한 정부의 수입에서 지출을 뺀 것으로, 재정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국가채무비율 50%대 중반을 목표로 관리하기로 했다. 올해 연말 기준 49.7%로 예상되는 국가채무비율을 임기 내에 5~6%포인트 오르는 정도로 통제하겠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국가채무비율 상승폭(14.1%포인트)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를 위해 재정준칙을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내용으로 만들기로 했다. 정부는 연간 관리재정수지 3% 이하 통제를 재정준칙에 담고 법으로 못 박는다.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으면 수지 한도를 더 축소한다. 전쟁·대규모 재해 등 특수한 상황에선 준칙 적용에 예외를 두지만, 그럴 경우 다음해에 재정건전화 계획을 수립하도록 한다.

관리 기준도 기존 통합재정수지가 아닌 관리재정수지를 쓴다. GDP 대비 적자 비율은 관리재정수지가 통합재정수지보다 통상적으로 2%포인트가량 더 높은데, 이는 재정을 더욱 엄격하게 통제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지출 구조조정…직접일자리 줄인다

재원 마련을 위해 불필요한 공공기관 자산은 매각한다. 골프장·콘도 회원권 등 복리후생이나 유휴부지 등이 대상이다.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도 시행한다. 특히 노인일자리 외에 직접일자리 사업은 축소한다. 정부 주도의 소액지원도 줄인다. 올해 1205개의 민간보조사업 중 440개 사업을 점검해 61개를 폐지, 191개를 감축 대상으로 분류했다. 또 공무원 정원·보수는 엄격히 관리하기로 했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이 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 주요내용을 사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이 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 주요내용을 사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민간투자사업을 활성화하고, 미활용 국유재산은 매각하는 등 세수 외에 쓸 수 있는 재원을 총동원한다. 중장기 재정 지속가능성을 위해 ‘재정비전 2050’도 수립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5년간 재정 상황이 크게 악화했다"며 "공공부문을 긴축해 조성된 자금으로 어려운 경제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전엔 -3% 안 돼

그러나 코로나19 이전 재정수지 추이를 보면 새 정부가 제시한 관리재정수지 3% 적자도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그 이전엔 보통 2%를 넘지 않았다. 실제 한국의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019년 2.8%에 그쳤으나,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5.8%로 급등한 후 줄곧 4∼5%대에 머무른 상태다. 코로나19 이전에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3%를 넘은 건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이 가장 최근이다. 정부가 긴축이라고 비교하는 기준을 코로나19 확산기로 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론적으로 경제성장률 이내에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관리하면 정부부채가 쌓이지 않는다”며 “이를 계산해 3%라는 목표치를 잡은 것으로 보이지만 조금 더 강하게 했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 정부에서 극심한 확장재정을 하다 보니 기조를 바꾼다는 의미에서 긴축이라는 말을 쓴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교부금 개편, 고질적 문제는 못 건드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 등 교육환경 변화를 고려해 교육재정교부금도 일부 개편하기로 했다. 하지만 고질적 문제는 건드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교육재정교부금에 포함된 교육세를 고등·평생교육에 쓸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교육세는 약 3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전체 교육교부금 규모(65조1000억원)와 비교하면 극히 일부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가 자동으로 연동해 책정되는 구조다. 경제가 성장하고 물가가 오르면서 세수가 통상 매년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교부금 규모도 매년 커질 수밖에 없다. 학령인구는 반대로 계속 감소 추세다. 실제로 올해 2000년 대비 학령인구(6~17세)는 34% 감소했고, 교부금은 약 4배 늘었다.

교육교부금 관련 연구를 해온 김학수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았지만, 임시 방편이지 근본적 개편 방안은 아니다”며 “건전재정으로 가기 위해서는 내국세와 이렇게 연동되지 않도록 총량 산정 방식을 바꾸는 게 하루라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교육계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부처나 기관이 많아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지속적으로 개편방안 마련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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