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 공정위원장 앞 난제…잦은 소송·사건 지연·폐쇄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6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6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첫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명됐다. 플랫폼 독과점·기업집단제도 개선 등 공정위가 풀어야 하는 정책 과제가 많지만 공정위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 후보자가 청문회를 거쳐 임명될 경우 풀기 어려운 숙제들을 마주할 것이라는 우려다.

①빈번한 행정소송

6일 중앙일보가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과 함께 공정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공정위에 행정소송으로 제기된 과징금액이 총 9465억8500만원에 달했다. 기업 등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고 이를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제기한 액수다. 2019년(886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10배가 넘게 늘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해 1년 동안 접수된 행정소송 건수는 175건이다. 공정위 처분에 불복하거나 법원 2심 판결에 대한 상고 등이 포함된 숫자다. 늘어난 소송비용도 문제다.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소송에 대응하는 비율은 증가세다. 공정위는 지난해 166건(94.8%) 소송에서 대리인을 선임했다. 대리인 선임 비율은 2017년(82.4%)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간(2017~2021년) 성공보수를 제외하고 변호사 선임에 쓴 착수금만 85억6600만원에 달한다.

송 후보자는 5일 지명 이후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정위에 대한 시장에서의 신뢰”라며 “공정위 규제는 더 설득력이 있어야 하고, 하는 일이 상당히 정확하다는 사회적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제재에 납득하지 못 하는 일이 많다는 것을 송 후보자가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②늘어난 사건처리 기간 

최근 5년 사이 공정위의 사건처리 기간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도 주요 개선 과제로 꼽힌다. 2017년에 평균 198일이었던 직권조사에 소요되는 기간은 지난해 350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조사 종료 후 의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82.8일에서 197.1일이 됐다. 직권인지 사건이라고 가정할 때 조사 시작부터 심의를 마치기까지 280.8일이 걸리던 게 547.1일로 늘었다는 뜻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에 대해 공정위는 “기업 측에 의견진술 기회를 더 많이 보장하고 의견서 제출기한도 연장해준 영향이다”며 “사건 난이도가 높아짐에 따라 심의 과정에서도 시간이 더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건 결론 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면 기업 입장에선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공정위는 이 같은 지적이 나오자 사건 처리기간을 줄이기 위한 태스크포스(TF)까지 운영했지만, 근본적 개선책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국세청은 삼성전자에 대한 세무조사도 20일 이내에 마무리한다”며 “차기 위원장은 불필요한 조사기간은 줄여나가는 노력과 함께 공정위 신뢰도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③시장과의 단절 

공정위의 폐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김상조 전 공정위원장 때인 2018년 시행한 외부인 접촉 차단 때문이다. 기업이나 로펌으로 이직한 공정위 OB(퇴직관료)는 물론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나 기업 담당자 등을 접촉하면 일일이 신고해야 한다. 지난해에만 이를 지키지 않은 ‘성실의무 위반’으로 주의·경고 등 징계를 받은 공정위 직원만 20명이 넘는다.

밖에서가 아니라 공정위 사무실에서 잠깐이라도 만났다면 신고를 해야 하다 보니 미신고로 인한 무더기 징계가 나온 것이다. 외부 청탁 차단하고 공정성 강화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도한 통제로 공정위가 시장과 괴리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더기 징계까지 나올 정도로 애초 규정이 과도하다 보니 시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공정위가 고립됐다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