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반사우디 동맹’…첫 맹주는 누가 될까

중앙일보

입력 2022.07.07 00:03

지면보기

경제 07면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버윅에서 열리는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대회장에 걸린 주요 출전 선수들의 사진. 세계 랭킹 15위 안에 드는 선수 중 한 명 빼고 모두 출전했다. 성호준 기자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버윅에서 열리는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대회장에 걸린 주요 출전 선수들의 사진. 세계 랭킹 15위 안에 드는 선수 중 한 명 빼고 모두 출전했다. 성호준 기자

스코틀랜드 동부 해안의 노스 버윅. 영국의 에든버러 성에서 동남쪽으로 40분 거리이며 출렁거리는 포스 만(灣)을 건너면 골프 성지 세인트앤드루스로 갈 수 있는 요지다. 이곳에 세계 최고 골프 선수들이 집결했다. 한국의 현대차가 후원하는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이다.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이 7일 스코틀랜드 노스버윅에 있는 르네상스 골프장에서 열린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DP 월드 투어(옛 유럽 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사실상의 첫 대회다.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등 이전에도 공동 주관 대회가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PGA 투어의 대회였다.

양 투어는 지난해 엘리트 골프 투어를 만들겠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이 동맹을 확인하는 첫 장소다. 양 투어 주요 선수들이 대부분 참가해 반 사우디 항전의 의지를 보여줬다. 양 투어가 합동 훈련을 하는 듯한 인상도 준다.

랭킹 3위 존 람, 12위 조던 스피스, 4위 콜린 모리카와, 1위 스코티 셰플러, 로버트 매킨타이어, 28위 티럴 해튼, 5위 저스틴 토마스(사진 왼쪽부터)

랭킹 3위 존 람, 12위 조던 스피스, 4위 콜린 모리카와, 1위 스코티 셰플러, 로버트 매킨타이어, 28위 티럴 해튼, 5위 저스틴 토마스(사진 왼쪽부터)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측은 “메이저 대회를 제외하면 역대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모인 대회다. 세계 랭킹 15위 이내 선수 중 한 명 빼고 모두 출전했다”고 밝혔다. 대회장 곳곳엔 저스틴 토머스, 조던 스피스, 스코티 셰플러, 존 람, 콜린 모리카와, 로버트 매킨타이어, 티럴 해튼, 토미플릿우드, 매슈 피츠패트릭, 패트릭 캔틀리 등 유명 선수들의 사진이 붙었다. 사우디 LIV 투어에 가지 않은 골퍼 중 간판 선수들을 끌어모아 사우디에 대항하는 십자군의 인상이다.

사우디는 ‘석유 이후’ 먹거리를 목표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키우려 하고 있다. 사우디는 유럽 엘리트 축구팀만을 모아 만들려던 슈퍼리그가 실패하자 골프에서는 절대 지지 않겠다는 태도다. 마치 골프의 메카가 되려는 듯 저돌적으로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 사우디가 만든 LIV 투어는 필 미켈슨, 더스틴 존슨, 브라이슨 디섐보, 브룩스 켑카 등을 영입했다. LIV 투어에 가지 않겠다던 존슨, 디섐보, 켑카가 마음을 바꿀 정도로 큰돈을 줬다. 4명의 선수는 각각 1억 달러(약 1300억원)가 넘는 계약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 측 선수들의 갈등은 커지고 있다. PGA 투어에 이어 DP 월드 투어도 지난주 LIV 골프에 출전하는 선수 16명에 대해 10만 파운드(약 1억5700만원)의 벌금과 함께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출전을 금지했다. 그러자 LIV에 합류한 세르히오 가르시아, 리 웨스트우드 등은 공식적으로 소송 의사를 밝혔다. 그래도 DP 월드 투어는 강행했다. 이언 폴터 등은 출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제네시스 오픈에 참가한다.

가르시아는 독일에서 열린 DP 월드 대회에서 벌금과 출전 금지 소식을 듣고 다른 선수들에게 “사우디가 주는 돈을 벌어야 한다”고 소리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자리에 있던 DP 월드 투어의 로버트 매킨타이어는 “평생 바라보던 사람에 대한 존경심을 얼마나 빨리 잃을 수 있는지 놀라울 뿐”이라고 밝혔다.

LIV 투어로 간 16명의 선수를 비꼬는 ‘시큼한 16(Sour Sixteen)’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16강에 든 기쁨을 얘기하는 ‘달콤한 16(Sweet Sixteen)’을 패러디한 말이다.

제네시스 오픈에 뛰어난 선수들이 많이 나온 또 다른 이유는 다음 주 세인트앤드루스에서 디 오픈 챔피언십을 앞두고 전초전 성격으로 띠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디 오픈은 150회 기념 대회인 데다 골프 성지인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열린다. 선수들은 바닷가 골프장 링크스에서 적응하기 위한 전초전을 르네상스 클럽에서 치른다.

다음 주 디 오픈에는 LIV 투어의 선수들도 참가한다. 디 오픈은 말 그대로 ‘열린(open)’ 대회라 LIV 선수들을 막을 명분이 없다. 디 오픈에서 양측 선수들이 격돌하게 된다. 양쪽 모두 골프의 성지에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8년간 메이저 우승을 하지 못한 매킬로이는 이번 주 고향인 아일랜드에서 휴식을 취하며 디 오픈을 준비한다. 디 오픈 출전을 위해 US오픈을 건너뛴 타이거 우즈도 스코틀랜드 혹은 아일랜드에서 조용히 연습하고 있다.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는 한국 선수 6명이 참가한다. 임성재, 김시우, 이경훈이 PGA 투어 선수 자격으로, 이재경, 김주형, 김비오 등은 제네시스의 추천 선수 자격으로 출전한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는 이민우다. 호주 교포인 여자 골퍼 이민지의 동생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