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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희토류 전쟁, 中 주도 글로벌 공급망 바뀔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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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60% 이상(2019년 희토류 광물 생산량 기준)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는 건 익히 알려졌다.

2010년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규제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한창이던 2020년에도 미국이 화웨이를 비롯한 자국 기업에 제재를 가하자 즉각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수출 통제법’을 발효했다. 이처럼 지난 몇 년간 중국이 자국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희토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은 여러 차례 목격됐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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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제는 그 카드가 통하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이하 ‘CSIS’)는 “변화하는 시장 역학으로 새로운 경쟁 주체가 등장함에 따라 전 세계 희토류 산업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향후 몇 년 내 잠식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미국의 희망이 담긴 기대일까 아니면 미래에 대한 정밀한 예측일까?

중국은 지난 수년간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동력과 느슨한 환경규제를 이용해 전 세계 희토류 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올랐다. 2008~2018년,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수출량의 42.3%에 해당하는 408,000 메트릭 톤의 희토류를 미국과 일본, 한국, 유럽연합(EU) 등에 공급했다. CSIS에 따르면, 2008년 당시 희토류 수입 물량의 중국 의존도는 미국이 91.3%, 일본이 90.6%, 한국이 77.0%, 유럽연합(EU)이 68.2%를 차지했다.

희토류의 대중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자, 각국은 깊은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미국은 특히나 자국의 방위 산업에 대한 공급망 중단 위협까지도 우려를 표했다. 수중음파탐지기(SONAR)와 각종 통신 장비부터 미사일과 제트 엔진에 이르기까지, 미국 방산 기술에 희토류가 광범위하기 사용되기 때문이다. 미 의회 조사국(CRS)에 따르면 미국의 F-35 전투기 1대 생산에는 희토류 약 427kg이, 버지니아급 핵 추진 잠수함 1척 생산에는 희토류 약 4.2t이 필요하다.

이에 미국은 본격적으로 희토류 공급망을 재편하고, 과거 희토류 주요 공급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를 막기 위해 광산업에 대한 국가 비상상태를 선포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각종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희토류를 핵심 광물로 지정하고 이에 대한 공급망 취약성 검토를 지시했다. 이 밖에, 미국은 2017년부터 그간 폐쇄했던 ‘마운틴 패스’ 광산의 채굴을 재개하고, 현재는 호주와 합작해 텍사스에 희토류 분리 및 정제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 Nikkei montage/AP/Reuters]

[사진 Nikkei montage/AP/Reuters]

다른 국가들 역시 대중 희토류 의존도를 줄이고자 여러 이니셔티브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은 희토류 영구 자석 폐기물을 새로운 합금으로 재활용하는 프로세스 개발 이니셔티브(REE4EU)에 자금을 지원했다. 또한, 지난해 9월 원자재 개발 및 역내 원자재 가공시설 확충을 목표로 한 유럽 원자재 연합(European Raw Materials Alliance)을 출범시켰다.

호주 정부는 최근 희토류 개발 사업에 1억 7500만 달러(약 2269억 2200만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올해 3월 희토류 산업 지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호주는) 동맹을 위해 핵심 광물 강국이 되어 중국의 장악에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찍이 공급망 재편에 나선 일본은 중국에 대한 희토류 수입 의존도를 줄이는 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CSIS 집계에 따르면, 2018년 일본의 희토류 금속 및 합금 전체 수입 물량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8.5%까지 감소했다. 한국도 올 6월 미국이 주도하는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에 참여해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의 안정 및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中 아직 희토류 자원 우위 점하고 있지만…글로벌 공급망 교란 능력 곧 사라진다?

각국의 견제 움직임이 계속되면서 중국이 아직은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공급망을 일방적으로 교란할 수 있는 능력은 향후 몇 년 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CSIS는 “다른 경쟁국 및 경쟁기업들이 이미 특정 부분에서 중국의 우위를 빼앗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외 다른 지역의 광산에서 채굴되는 희토류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미국의 마운틴 패스를 비롯한 전 세계 광산들의 희토류 채굴량이 증가하면서, 전 세계 희토류 채굴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97.7%에서 2019년 62.9%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50%에서 36.7%로 떨어졌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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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되는 희토류 분리 및 정제 분야에서도 새로운 도전장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마운틴 패스의 운영권을 가진 MP 머티리얼즈(MP Materials) 사에 희토류 정제 시설 건설 및 기술 개발을 위해 4500만 달러(약 584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MP 머티리얼즈는 추후 기술 자립화를 통해 마운틴 패스 광산에서 채굴한 희토류를 정제·가공하기 위해 중국으로 보내는 대신 자국에서 처리하고자 한다.

브라질과 독일 정부는 양국 합작을 통해 나노기술로 희토류를 분류·추출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풍부한 매장량을 바탕으로 희토류 개발사업을 추진하려는 브라질과 희토류 수입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자 하는 독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시작됐다.

中 희토류 순 수입국 전환 vs 중국희토그룹 출범

한편 중국의 희토류 순 수입국 전환은 각국의 공급망 재편을 위한 시도들에 더욱더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중국은 처음으로 희토류 수입 물량이 수출 물량을 초월하여 세계 최대 희토류 수입국에 등극했다. CSIS는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많이 줄어들고, 마침내 새로운 주체들이 경쟁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였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 중국이 아니다. 지난해 말, 중국은 자국 내 희토류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을 통폐합해 세계 최대 규모의 희토류 기업인 중국희토그룹(中國稀土集團)을 탄생시켰다.

이 거대한 희토류 공룡의 탄생으로, 시장에서는 중국의 희토류 국제 가격 결정력이 강화되고, 공급망에 대한 지배력이 공고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존의 CSIS 예측과 정반대인 시나리오가 다시금 힘을 얻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희토류 전쟁, 과연 중국의 위상은 어떻게 변화할까. 향후 글로벌 희토류 자원의 공급 구도가 어떻게 바뀔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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