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레노버·바이두까지 뛰어들었는데…스마트 프로젝터, 벌써 ‘찬밥 신세’?

중앙일보

입력 2022.07.03 12:30

얼마 전까지만 해도 1인 가정, 신혼부부 등 중국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정에서 TV 대신 스마트 프로젝터가 인기를 끌었다. 중국 숏폼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抖音)에서는 프로젝터 관련 숏폼 동영상이 32억 번 재생되는가 하면, 샤오훙수(小红书)에서는 관련 피드가 45만 개에 달하는 등 SNS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징둥과 타오바오와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프로젝터 판매가 증가했다.

스마트 프로젝터 개발에도 대기업이 잇달아 뛰어들었다. 삼성, 하이신(海信) 등 전통 가전업체 외에도 샤오미, 레노버, 바이두, 알리바바 등 IT 업체가 대거 진입해 관련 시장 인기를 증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성기'를 보이던 스마트 프로젝터 시장이 최근 축소되는 추세를 보여 업계 이목을 끌고 있다.

[사진 mydrivers.com]

[사진 mydrivers.com]

젊은 층 시선 한몸에 받았던 프로젝터

중국 매체 창업최전선(创业最前线)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 프로젝터 제조업체 훠러커지(火乐科技·JMGO)가 스마트 프로젝터를 생산하기 시작했을 무렵인 2011년에만 해도 대형 TV가 대세였다. 이 때문에 ‘프로젝터’라는 신제품은 TV가 주류이던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이러한 상황 속 중국의 또 다른 프로젝터 제조업체 지미커지(极米科技)는 ‘가정용 스마트 프로젝터’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전통 업계에서는 스마트 프로젝터 전망을 부정적으로 점쳤다.

지미커지 관계자는 “초반에만 해도 스마트 프로젝터 자체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었다”며 “스크린이 필요 없는 TV”라는 장점을 내세워 홍보했다고 밝혔다.

스마트 프로젝터란 3D, 멀티스크린 등의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프로젝터를 의미한다. 기존 프로젝터가 수동으로 영상 초점을 맞춰야 했다면, 스마트 프로젝터는 자동으로 초점 맞추기가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기존 프로젝터 산업의 성장이 주춤하다가 최근 다시 증가하는 이유도 바로 이 스마트 프로젝터가 출시됐기 때문이다. 현재 스마트 프로젝터는 전체 프로젝터 중 65%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진 视觉中国]

[사진 视觉中国]

2014년부터 관련 시장이 흥하기 시작했다. ‘아웃사이더’였던 프로젝터의 ‘반란’을 알린 때였다.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IT 시장에 ‘홈 엔터테인먼트’ 바람이 불며 자본 역시 대량 유입되었다. 기존 케이블TV 업체가 패권을 잡고 있었으나, 콘텐츠 소비가 인터넷으로 급격히 기울며 새로운 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것이다. 이에 인터넷만 가능하면 언제 어디서든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스마트 프로젝터 업계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시장을 개척한 지 약 6년 만인 2020년, 가정용 스마트 프로젝터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룬토(洛图科技·RUNTO)에 따르면 2020년 가정용 프로젝터 제품 판매량은 372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87억 8000만 위안(1조 6924억 3280만 원)으로 12% 늘었다.

코로나19도 관련 시장 확대에 한몫했다. 영화관, 노래방, PC방 등 외부에서 놀거리·즐길거리가 줄자, 집안에서 이를 대신할 수 있는 홈 엔터테인먼트 수요가 더욱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온라인 교육, 재택근무, 온라인 피트니스, 온라인 게임 등이 빠르게 성장하며 상업용 프로젝터 시장도 열기를 더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스마트 프로젝터 산업이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한층 심화했다” 룬토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진 快科技]

[사진 快科技]

코로나19가 지속되던 2021년에도 스마트 프로젝터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룬토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중국 가정용 스마트 프로젝터 판매량은 491만 대로 지난해 동기보다 29% 증가했다. 관련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32% 확대된 132억 위안(2조 5436억 4000만원)에 달했다.

프로젝터 제조업체도 호황을 맞았다. 올해 3월 3일 기준 지미커지는 주당 133.73위안(2만 5781원)으로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커촹반(科创板, 과학창업반)에 정식 등록된 이후 상장 첫날 지미커지의 주가는 장중 350% 넘게 치솟기도 했다.

한때 스마트 프로젝터 시장 전망을 어둡게 바라봤던 업계는 지미커지의 상장 소식과 관련해 “지미커지, 화러커지 등 업계 퍼스트무버가 시도한 스마트 프로젝터 산업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성장 가도’ 달리던 스마트 프로젝터 시장, 올 4월부터 내림세

올해 1~3월에도 프로젝터 시장은 호황기를 이어왔다. 코로나19 재확산이 반복되면서다. 룬토는 지난 5월 30일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올 1~3월 중국 스마트 프로젝터(레이저TV* 제외) 온라인 판매량은 각각 41만 2000대, 24만 5000대, 30만 3000대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6%, 9%, 15%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올해 4월 중국 스마트 프로젝터 온라인 판매량은 25만 8000대로 3%포인트 줄었다.

*레이저TV: 레이저를 광원으로 화면에 영상을 반사하면서 화면을 보여주는 방식의 TV. 레이저 프로젝터에서 나오는 빛을 특수 광학 스크린에 투사해 TV 형태로 구현한다는 점이 일반적인 프로젝터와의 차이점이다.

스마트 프로젝터 온라인 판매량 감소의 주요 원인은 DLP(Digital Light Processing)* 브랜드의 스마트 프로젝터 제품 온라인 판매량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DLP 프로젝터: 디지털 방식으로 광원을 처리하는 프로젝터로, 스포츠처럼 인물과 사물이 빠르게 움직일 때에도 선명한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사진 163.com]

[사진 163.com]

올 4월, 상하이, 베이징 등 대도시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며 일부 지역이 봉쇄되는 사태까지 번졌다. 이 때문에 스마트 프로젝터의 생산·유통이 막히며 판매 둔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광전자 산업이 집중된 상하이를 비롯한 주변 지역은 코로나19 봉쇄로 큰 타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상하이, 쿤산(昆山), 쑤저우(苏州), 선전(深圳) 등지에는 스마트 프로젝터 원자재·장비 공급업체가 몰려있어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하드웨어 제품은 부품 하나만 부족해도 생산에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실업 등을 겪은 일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게 된 현실도 판매량 저하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룬토는 “전반적으로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대중들이 소비보다는 저축을 선호할 가능성이 많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뿐 아니라 칩 부족 문제도 관련 매출 하락의 원인으로 나타났다. 칩 부족은 대부분 DLP 스마트 프로젝터 브랜드의 공급에 차질을 일으켰고,이는 곧 판매량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진단이다.

이 밖에도 중국 스마트 프로젝터 업계가 11년의 역사를 지녔음에도 아직 발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온라인 판매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룬토 통계에 따르면 중국 가정용 스마트 프로젝터의 시장 침투율은 4%가량에 지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중국 스마트 프로젝터 시장은 경쟁 과열 상태로, 시장 집중도가 높지 않다. 룬토는 관련 통계를 인용해 스마트 프로젝터 상위 4개 브랜드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도 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장 활성화를 이끄는 업계 '일인자'가 없다는 의미다.

업계는 중국 스마트 프로젝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관련 기술의 완전 국산화’를 통해 앞서 짚은 칩 부족과 같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시장 세분화를 통해 더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해야 한다고 짚었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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