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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쉽게 포기하지 마세요, 어려워도 2~3년은 버티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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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5~8일은 ‘제1회 여성기업 주간’이다. 한국 기업 689만 개 중 여성이 소유하거나 경영하는 기업은 277만 개(40.2%)다.  지난해 말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매년 7월 첫째 주가 법정 여성기업 주간으로 지정됐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여성기업인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40세 전업주부, 철강회사 창업

4일 대홍코스텍 공장에서 진덕수 회장이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각 사]

4일 대홍코스텍 공장에서 진덕수 회장이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각 사]

1992년 동생이 근무하던 철강공장을 찾았다가 이내 창업을 결심했다. 그것도 철강 가공회사다. 아이 둘을 키우던 전업주부 진덕수(68) 대홍코스텍 회장의 도전은 이렇게 시작했다.

“공장 안에 가득 쌓아둔 철강재를 봤는데 반질반질 윤이 나더군요. 우직하면서 섬세한 면도 있는 것 같고요. 남녀 구분 안 하는 5남매 집에서 자랐는데, 사회는 남자의 전유물이란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반대가 심했다. 군 장교였던 남편이 “사업을 할 거면 이혼을 하자”며 가로막았다. 하지만 하고 싶은 걸 못하면 힘든 성격이라 6개월을 버티다 시작했다고 한다. 아파트 담보로 대출받은 8000만원을 종잣돈 삼아 철강 가공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이 330억원에 이른다. 비영리재단인 덕수복지재단도운영 중이다. 현재 20~30%가량인 수출 비중을 늘리는 게 꿈이다.

“네 살배기 아들 유모차 태우고 장사”

신경옥(59) 세신산업 대표는 한 번의 부도와 두 번의 화재를 이겨낸 인물이다. 주부였던 신 대표는 1991년 생계를 위해 재래시장에 주방용품점 ‘은성상회’를 열었다. 네 살배기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장사하러 다니던 그는 외환위기 때 부도를 냈다. 하지만 3년 후 세신산업을 설립하며 주방용품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불이 나서 제품과 장비가 다 타고 건물이 무너지기도 했어요. 그래도 직원들 월급은 안 밀렸습니다. 재기 비결도 약속을 생명 같이 지킨 것입니다. 그렇게 신용이 쌓이니까 옆에서 도와주더군요.” 그는 “한 번 실패한다고 해서 포기하면 그렇게 끝난다. 그 실패의 원인을 찾아서 다시 도전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목 받는 여성 기업인

주목 받는 여성 기업인

남편 사업 이어받아 18배 키워

2001년 남편이 하던 사업을 맡은 지 20년 만에 회사 매출을 18배 가까이 키운 경영인도 있다. 각종 케미칼 제품과 친환경 제설제를 제조하는 업체인 해천케미칼을 이끄는 변화순(55) 대표 얘기다. 두 자녀를 키우는 주부였던 변 대표는 건강이 악화되던 남편이, 자신이 하던 사업을 해보라고 권유한 게 시작이었다고 한다.

2001년 10억원 규모였던 회사 매출은 최근엔 185억원으로 커졌다. 변 대표는 이렇게 회사를 키운 비결에 대해 “거래처에 진실하게 대한 게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적이고 남자 비중이 높은 화학 시장에서 처음 비즈니스를 자리 잡는 게 어려웠다”며 “하지만 품질과 시장 경쟁력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비즈니스를 이어 오다 보니 고객의 신뢰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교 때 창업, 첫 달 매출 4만원

박예나 대표가 운영하는 육육걸즈 신사옥 모습. [사진 각 사]

박예나 대표가 운영하는 육육걸즈 신사옥 모습. [사진 각 사]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블로그를 개설해 판매 경험을 쌓았다. 고교 진학과 함께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어 지금까지 15년째 대표를 맡고 있다. 박예나(30) 육육걸즈 대표는 이렇게 두려움이 없이 시작했다. 박 대표가 일찌감치 사업에 뛰어든 데는 어린 시절 경험이 영향을 줬다. “부모님이 동네에서 횟집을 운영했는데 서빙도 하면서 돈 버는 게 정말 힘든 일이구나 느꼈습니다. 어떻게 해야 돈이 벌리는지 그때부터 고민한 것 같아요.”

어린 나이로 인해 우여곡절도 겪었다. 박 대표는 “고등학교 때 사업자등록증을 내러 세무서에 갔는데 처음엔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반려하더라”고 말했다. 세무서를 설득해 겨우 사업자등록증을 받은 그는 회사를 15년 만에 매출 600억 원대의 회사로 키웠다. 중3 때 용돈 10만원을 투자해 첫 달에 4만원을 벌었던 일을 생각하면 놀랄만한 발전이다.  박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사업을 1년만 해보고 그만두지 말고 2년, 3년 버텨야 한다. 창업을 시작하는 이들이 너무 빨리 일찌감치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62년간 한 우물 … 샤넬도 찾는 ‘벨벳 여왕’

경북의 벨벳 직물 제조업체인 영도벨벳의 류병선(82) 대표는 62년간 한 우물을 판 경우다. 1960년에 창립해 벨벳이라는 직물 단일 아이템으로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시작은 스무 살 때였다. 2남 2녀를 키우던 그는 남편 고 이원화 회장과 공동 창업했다.

당시만 해도 수입만 하던 벨벳을 국산화해 보겠다며 연구에 뛰어들었다. 두 사람은 온갖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벨벳 생산에 성공했다.  국산화에만 그친 것이 아니다. 그는 생산하는 제품의 98%를 해외 120여 개국에 수출하는 기업으로 키워냈다. 샤넬이나 구찌도 고객사였다. 벨벳 패션 아이템으로는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여성 경영인은 회사와 가정을 양립하는 게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마이자 아내라는 걸 잊을 필요는 없다고 봐요. 스스로에게 당당한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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