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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전력사용량 벌써 올 최대…기나긴 ‘전기 보릿고개’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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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 지역에 올여름 첫 폭염경보가 내려지며 열대야가 찾아온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날 서울의 밤(오후 6시1분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은 26.4도로 열대야 기준(밤 최저기온 25도 이상)보다 1.4도나 높았다. [뉴스1]

서울 지역에 올여름 첫 폭염경보가 내려지며 열대야가 찾아온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날 서울의 밤(오후 6시1분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은 26.4도로 열대야 기준(밤 최저기온 25도 이상)보다 1.4도나 높았다. [뉴스1]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37)씨는 지난달 말부터 온종일 집 안에서 에어컨을 틀고 있다. 낮에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 때문에, 밤에는 후텁지근한 열대야 탓에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없어서다. 김씨는 “작년보다 에어컨을 틀기 시작한 날이 보름은 빨라진 거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력 수요가 6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적인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는 가운데 7~8월 전력 수요 급증에 따른 수급 불안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월평균 최대 전력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3% 증가한 71.81GW(기가와트)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월별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5년 이래 6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다. 6월에 70GW 선을 넘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최대 전력은 하루 중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때의 전력 수요를 의미한다.

6월 전력 사용량이 급증한 것에는 일찍 나타난 덥고 습한 날씨가 영향을 미쳤다.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전날 오후 6시~다음 날 오전 9시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때)가 기승을 부리면서 냉방 가동 등 전력 수요를 자극했다. 강원도 동해안 등에선 최저기온이 30도에 달해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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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23일, 27일~이달 1일엔 연달아 80GW 넘는 최대전력을 기록했다. 지난달 23일엔 전기 공급 예비율(공급 예비력을 최대전력으로 나눈 비율)이 연중 최저인 9.5%까지 떨어졌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난방은 전기 말고도 가스·등유 같은 대체 수단이 있지만, 냉방은 전기밖에 없어 며칠 연속 더워지면 수요가 폭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력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요인이 많다. 북상 중인 4호 태풍 ‘에어리’가 불어올린 더운 공기로 당분간 낮 최고 35도 안팎의 습한 더위가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기상청 여름철 전망에 따르면 7~8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50%에 달한다. 매우 더운 날씨가 찾아올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폭염이 닥친 이달 1~3일 최대전력 수치는 작년 대비 8.4~19.4% 뛰었다. 전력거래소는 평년보다 높은 기온에 따라 4~8일 전력 수요가 88~91GW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예비율이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4일 오후 6시 기준 최대전력은 89.83GW로 90GW에 육박하면서 올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예비율도 이날 한때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6월에 나타난 ‘역대급’ 전력 사용 양상이 한여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전망에선 8월 둘째 주 전력 수요(91.7~95.7GW)가 정점에 올라설 것으로 봤지만 이 피크가 더 빨리, 더 높게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예측된 예비력(5.2~9.2GW)도 더 낮아질 수 있다.

유 교수는 “8월엔 휴가도 많이 가고 공장도 쉬니까 (전력) 여유가 있는데, 7월에 정점을 찍으면 수요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날씨와 전력 수요는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석탄화력 등 예비 자원이 있고, 전력 피크를 미리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수급 차질이 생기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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