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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공급망 병목, 생산 차질서 비용 상승으로…인플레 심화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의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생산 물량보다는 비용 측면에서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생산자들이 제품을 만드는 데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만큼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도 이어질 전망이다.

3일 서울의 한 재래시장. 이번 주 발표되는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3일 서울의 한 재래시장. 이번 주 발표되는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BOK이슈노트에 실린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의 특징 및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의 특징은 그 영향이 비용 측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있다. 코로나19 초기 공급망 병목 현상 때는 수요도 함께 줄며 가격 상승이 적었는데, 최근에는 수요 회복과 공급 병목이 겹치며 비용 상승 압력이 커진 영향이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봉쇄 등으로 인한 최근 공급망 차질의 특징을 ▶비용 압력 가중 ▶자동차 등 특정 산업 중심 생산 차질 ▶국가별 영향 차별화 등으로 정리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의 공급망 차질은 생산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는 대신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상반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봉쇄 조치가 취해진 반면, 최근에는 중국 등 일부 지역에만 봉쇄 조치가 진행되며 생산 자체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 영향이다.

반면 비용 측면의 압박은 늘어났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수요가 급감하며 생산 차질이 빚어져도 가격 상승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수요 회복이 이어지는 와중에, 지정학적 리스크로 에너지ㆍ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생산 차질이 산업ㆍ국가별로 미치는 영향도 달라졌다. 코로나19 초기에는 모든 산업에서 생산 차질이 빚어졌는데, 최근에는 공급망의 복잡성에 따라 영향이 달라졌다. 여러 곳에서 부품을 만들어 와 최종 생산품을 만드는 오는 자동차 산업은 공급망 차질이 여전히 생산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지난해 3분기에는 동남아 지역에서 델타 변이가 퍼지며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로 생산이 줄었고,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봉쇄에 따른 차량용 부품 공급이 발목을 잡고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가별로는 러시아ㆍ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공급망 차질의 영향을 갈랐다. 이들 두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미국은 산업 활동이 오히려 개선됐고, 유럽은 산업 활동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상황이다.

한국도 비슷한 영향을 받고 있다. 산업별 가동률을 보면 지난 4월 기준으로 자동차와 기계업 등 일부 부문을 제외한 대다수 산업에서 가동률이 코로나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한은은 “방역상황이 비교적 양호한 가운데 부품의 내재화 및 재고관리 노력 등이 이어지면서 실제 수급 차질이 주요국에 비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면 비용 측면에서는 원자재ㆍ중간재 가격 상승세가 자재와 부품 가격으로 이어지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산자물가 내의 공산품 가격 구성품목 중 올해 5% 이상 가격이 상승한 품목 비중은 50%를 넘고 있다. 가격이 10% 이상 오른 품목도 40% 수준이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 유지, 글로벌 식량수급 불안 가능성 등이 리스크 요인”이라며 “한국의 경우 대외의존도가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물가오름세가 심화되고 생산에 대한 영향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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