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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열어보고 그 자루에 투자하라" 업비트 투보센터장 조언 [올똑투]

중앙일보

입력

투자는 왜 해야 할까요? 꾸준히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겠죠. 죽기 전까지 쓸 돈과 앞으로 벌 돈이 딱 맞아떨어지긴 어렵습니다. 예기치 못한 인생의 변수도 많지요. 지금 당장 얼마를 버는 것보다 이것을 어떻게 관리해 안정적 상황을 만드느냐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혹시 '가즈아~' 분위기에 휩쓸려 묻지마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적 없나요? 제대로 투자하려면 기본기부터 다져야 합니다. '올바르고 똑똑한 투자(올똑투)'에선 금융의 기초 지식을 차근차근 알려드립니다. 오늘은 암호화폐 첫번째 이야기입니다.

지난달 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고팍스 등 국내 5대 암호화폐 거래소는 '디지털 자산 거래소 공동 협의체'를 구성했습니다. 루나 사태 이후 각 거래소 간 대응 방안이 달라 투자자들의 피해가 더 가중됐다는 지적이 많았거든요. 추후 유사한 문제가 빚어진다면 투자자 보호를 우선으로 두고 혼란을 막기 위해 5개 거래소가 상장, 폐지에 관한 최소한의 공통 가이드라인 등을 포함한 대응 기준을 마련한 거죠.

가이드라인에는 디지털 자산 거래 지원 시작부터 종료까지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강화된 규율 방안 마련, 투자자에게 충분한 정보 제공 및 투자 위험성에 대한 인식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구속력 있는 법령이 아닌 업계의 자율 규제안이라 얼마나 잘 시장에 적용될지 의구심을 표하는 시각도 많습니다. 그러나 지금 논의중인 디지털 자산 기본법 등이 제정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상황에서 업계가 자발적으로 움직인 건 긍정적 신호로 읽힐 만한 대목이죠.

업비트는 암호화폐 거래소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기대하는 책임도 그만큼 큽니다. 업비트는 지난해 12월 '투자자보호'를 전면으로 내세운 투자자보호센터를 설립하고 이해붕 전 금융감독원 핀테크현장자문단 부국장을 센터장으로 영입했습니다. 올똑투가 이해붕 센터장을 만나 올바른 투자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지난해 12월 투자자보호센터가 문을 열었다. 설립 취지는 무엇인가?
(그 동안 정부는) 가상 자산을 금융이 아니라고 봤다. 반면 투자자들은 금융성 투자라고 생각을 한다.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부분과 실제 제도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고 있다는 말이다. 기존 제도권에서 적용되던 투자자 보호 규칙에는 세 가지가 있다. 투자는 금융 수익에 관한 약속을 사는 행위이다. 그러면 그 금융수익을 약속하는 자가 누구인지, 어떤 약속을 하는지, 약속한 대로 잘 이행하고 있는지 알아야 될 거 아니냐. 본인은 약속대로 했다 하지만 진짜 약속대로 이행했는지 독립적인 제3자가 들여다 봐줘야 된다. 이것이 증권 규제의 원칙이다. 정보에 입각한 투자, 알고 사는 투자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그런데 가상 자산, 암호 자산, 디지털 자산은 '금융이 아니다'라고 하니 제도적 보호 장치가 적용될 여지가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투자자는 스스로 자신의 자산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잘 지키려면 잘 알아야 한다. 투자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세세히 알려주기 위해 투자자보호센터를 만들었다. 디지털 자산 투자자 보호, 디지털 자산의 건전한 투자 문화 육성이 설립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사진 업비트]

지난해 12월 문을 연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사진 업비트]

최근 특히 주안점을 두고 있는 활동은 무엇인가?

자체적으로 리서치(자료 조사) 역량을 키워서 제도적 관점에서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각국이 정답지를 많이 내고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건전한 시장 조성을 위해 필요한 제도와 기본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말이다. 이것을 정확한 표현, 정확한 법조문의 형태로 여러 이해 관계자에게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투자자들 중에는 백서조차 보지 않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거래 지원하고 있는 가상 자산에 관한 원문 백서를 국문으로 정확히 번역해 차례로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투자자보호센터에 가장 많이 접수되는 민원은 무엇인가?
오입금이다. 오입금은 사실 좀 잘못된 용어이고, '전송 실패'가 정확한 표현이다. 은행권에서는 착오 송금이라는 용어가 있다. 그것은 은행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돈이 다른 계좌에 잘못 전해진 거다. 은행이 어느 정도 개입해 (착오 송금 계좌주한테) '이거 잘못 들어왔으니 돌려 주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권유 할 수 있다. 가상자산의 오입금, 전송실패는 다르다. 거래소가 지원할 수 없는 네트워크로 흘러 간 것이다. 그것을 복구해 주려면 모든 인프라를 새로 구축 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공동 저수지에 들어가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야 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스마트 컨트랙트로 들어가 있는 거는 지원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오입금 된 특정 자산을 복구하기 위해) 공용 금고 자체를 다 활짝 열어버리게 되면 나머지 투자자들의 자산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 계약조건을 블록체인에 기록,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당사자 간 자동으로 거래가 체결되는 기술.

오입금을 막기 위해 투자자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무엇인가?
암호화폐 지갑 주소가 굉장히 길기 때문에 붙여넣기 할 때 매우 주의해야 한다. 거래소가 공지하는 내용, '거래 지원하는 네트워크로만 입금을 하세요'라는 공지를 반드시 유념 하고, 실수를 줄이려면 소액 단위로 한 번 테스트한 후 입금을 해보는 게 피해를 막는데 효과적이다.
올바른 투자를 위한 전제 조건은?
금융 투자는 전부 계약행위이다. 계약 내용을 꼼꼼히 살피지 않고 계약서에 잘못 서명하고 나면 그로부터 나오는 책임은 전부 다 본인이 지게 돼 있다. 서양에는 이런 격언이 있다. '사는 자여 주의하십시오. 당신은 살펴봐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caveat emptor·캐비엇 엠토르)'. 자루에 새끼 돼지가 있는데, 이걸 잘 키우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누군가 얘기한다. 이 말이 끝나자 마자 살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이 자루 안에서 갑자기 돼지가 아닌 병든 고양이 소리가 난다. 이것을 덥석 샀으면 이걸 가지고 무슨 돈을 벌었겠냐. 우리는 파는 자가 꽉 쥐고 있는 그 자루를 열어보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 안에 뭐가 있는지, 어떤 투자 위험 요소가 있는지 알려 주세요'라고 얘기했는데 안 열어준다면 그건 그야말고 사기다.
거래소의 책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어떤 역할과 책임을 다 할 필요가 있다고 하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단순한 거래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생길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은 예방하는 등 공정한 시장 유지, 관리 책임은 있다고 본다. 다만 그 책무의 범위가 명확하게 제도적으로 특정 됐으면 좋겠다. (시장 유지, 관리) 역할을 성실하고 올바르게 이행을 하는 행위 주체가 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 거래소의 책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법령이 시급하다.
이해붕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장.

이해붕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장.

어떤 제도적 공백이 있나?
예를 들어 보이스피싱 관련해서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 있다. 거래소에서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하면 자산 계좌 동결이라든지 임시 조치를 해야 되는데 금융회사만 할 수 있다. 금융 자산, 자금에 대해서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앞서 언급했듯) 그동안 정부는 가상자산을 금융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거래 지원하고 있는 가상자산이 보이스피싱 등에 연루됐다고 해보자. 지금으로서는 어떠한 임시 조치도 발 빠르게 내리기 어렵다.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했을 때 임시 조치를 할 수 있는 사업자 범위에 금융회사, 그리고 가상자산 사업자인 거래소 이렇게 포함을 시켜주는 등 보다 명확한 제도와 법령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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