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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엔트리' 박용택, 3번 타자 좌익수로 팬들과 작별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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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식을 앞둔 박용택 해설위원이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팬 사인회에서 팬들을 위해 사인한 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뉴스1]

은퇴식을 앞둔 박용택 해설위원이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팬 사인회에서 팬들을 위해 사인한 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뉴스1]

프로야구 LG 트윈스에서 은퇴한 박용택 해설위원이 621일 만에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밟게 됐다. 류지현 LG 감독은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전 3번 타자 좌익수로 이날 은퇴식을 치르는 박 위원의 이름을 적어넣었다. 박 위원이 잠실구장 전광판에 이름을 올린 건 그해 10월 28일 잠실 KT 위즈전 이후 처음이다.

KBO는 지난 시즌부터 은퇴 경기를 치르는 선수가 단 하루 정원 외로 1군에 등록할 수 있는 특별 엔트리 제도를 도입했다. 후배의 1군 한 자리를 빼앗지 않으려고 은퇴 경기를 포기하는 선배 선수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뜻에서다. 지난해 한화 이글스에서 은퇴식을 연 김태균 해설위원이 이 제도의 첫 수혜자였다. 박 위원이 두 번째 사례를 남기게 됐다.

박 위원이 실제 경기에 출전하는 건 아니다. 은퇴식 당일의 선발 라인업에 출전 기록을 남기고, 정든 그라운드에서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박 위원은 경기 전 시구를 마친 뒤 좌익수 자리로 나갔다가 주심이 플레이볼을 선언하면 곧바로 대수비 김현수로 교체돼 더그아웃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박 위원은 2002년 프로에 데뷔한 뒤19년간 LG에서만 뛴 '원 클럽맨'이다. 대졸 선수인데도 KBO리그 통산 최다 안타(2504개) 기록을 남길 만큼 꾸준한 활약을 펼친 타자였다. 통산 2236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8, 1192타점, 1259득점, 도루 313개라는 화려한 기록을 남겼다. LG는 롯데전이 끝난 뒤 박 위원의 등 번호 33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KBO리그 역대 16번째이자 41번(김용수), 9번(이병규)에 이은 LG 구단 역대 3번째 영구결번이다.

2020년 10월 28일 잠실 KT 위즈전에서 현역 생활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헬멧을 벗어 홈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박용택 해설위원. [뉴스1]

2020년 10월 28일 잠실 KT 위즈전에서 현역 생활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헬멧을 벗어 홈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박용택 해설위원. [뉴스1]

류 감독은 "박 위원은 늘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변화를 멈추지 않는, 마음이 열린 선수였다. 팬들과 소통도 굉장히 잘해서 모범적인 모습을 남기고 은퇴했다"며 "영구결번은 돈 이상의 가치가 있는 일이다. 우리 선수단과 현장을 찾은 팬분들 모두에게 기분 좋고 즐거운 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날 LG 선발 투수는 박 위원의 휘문고 13년 후배인 임찬규다. 평소 박 위원과 절친한 사이다. 로테이션상 등판 예정일이 아니었지만, 장마로 주중 두 경기가 우천 순연되면서 임찬규가 '하늘의 선택'을 받았다.

임찬규는 "우천 취소 뒤 '일요일에 던지는 게 어떠냐'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내심 기분이 좋았다. (박)용택이 형 은퇴식이 열리는 날 멋지게 이기면 좋을 것 같고, 나 역시 반등이 필요할 때다. 여러모로 타이밍이 좋아 사명감이 느껴진다"며 "꼭 선배님께서 웃을 수 있는 경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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