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 역대 최악…시름 깊은 한국경제

중앙선데이

입력 2022.07.02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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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5호 01면

물가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무역마저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무역수지가 103억 달러 적자를 냈다. 상반기 기준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적자다. 수출은 최고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유가 상승 등으로 수입액이 더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 대내외 경제여건을 볼 때 당분간 고물가·고환율 영향이 이어져 하반기 수출 전망도 암울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5.6% 증가한 3503억 달러를 달성했다. 상반기 월별 수출액은 매달 사상 최고 실적을 내면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업일수와 무관하게 하루 평균 수출액도 처음으로 26억 달러를 넘었다. 반도체(20.8% 증가)·석유제품(89.3%)·석유화학(16%)·철강(26.9%) 등 주요 품목 대부분이 상반기 기준 최대 기록을 세웠고, 중국·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미국·유럽연합(EU)을 대상으로 한 수출이 모두 상반기 기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의 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중에서도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한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고물가·고환율 속에 상반기 수입액이 360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2% 증가하면서 무역수지는 103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로는 1997년 91억6000만 달러 이후 최대 규모고, 반기 기준으로는 1996년 하반기(125억5000만 달러) 이후 둘째로 큰 규모다. 올해 상반기에는 원유·가스·석탄가격 상승과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으로 3대 에너지원 수입액만 878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10억 달러(87.5%) 늘어난 규모다. 이 기간 국제유가는 60%(두바이유 기준), 액화천연가스(LNG)는 229%, 석탄은 223%(호주탄 기준) 올랐다. 산업부는 “3대 에너지원 수입액 증가가 무역적자 발생의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원자재 가격도 치솟으면서 비철금속·철강 수입도 3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

6월 무역적자는 24억7000만 달러로 4월부터 3개월 연속 적자다. 3개월 연속 적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국제유가는 최근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가 넘고, 환율은 달러당 1300원 근처에 머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출기업들의 3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94.4로 2분기(96.1)보다 악화될 것으로 관측됐다(한국무역협회). 이창양 산업부 장관도 “여름철 에너지 수요 확대와 고유가 추세가 복합해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7월 중 ‘민관합동 수출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고 금융·물류·마케팅, 규제개혁 등을 다각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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