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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자금 돌리기'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 사건 파기환송

중앙일보

입력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이사. 연합뉴스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이사. 연합뉴스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회사 지분을 부당하게 취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은상(57) 신라젠 전 대표가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문 전 대표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회사가 외형적으로 인수대금 상당의 금전채권을 취득했더라도 그 거래가 정상적·합리적인 회사 영업활동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인수인 등이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부담하게 된 차용금 채무를 변제하기 위한 것이라면 인수대금이 회사에 실질적으로 납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경우 인수인은 인수대금을 납입하지 않고서도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취득해 인수대금 상당의 이득을 얻게 되는 반면, 회사는 사채 상환의무를 부담하면서도 인수대금 상당의 돈을 취득하지 못하므로 결국 그만큼의 손해를 입게 된다고 대법원은 지적했다.

대법원은 따라서 인수대금이 실질적으로 납입되지 않았음에도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업무를 담당한 사람의 배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문 전 대표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DB금융투자로부터 350억원을 빌려 신라젠 신주인수권부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한 뒤 신라젠에 들어온 돈을 다시 페이퍼컴퍼니에 빌려주는 '자금 돌리기' 수법으로 1918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았다.

특허 대금을 부풀려 신라젠 자금 29억3000만원 상당을 관련 회사에 과다 지급하고, 지인 5명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 뒤 매각이익 일부를 돌려받은 혐의도 있다.

1심과 2심은 문 전 대표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5년 형을 선고했다.

다만 그의 배임으로 인한 피해액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문 전 대표 등이 배임으로 사채대금 35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보고 벌금 350억원을 부과했으나 2심은 배임 규모를 10억5000만원으로 축소해 인정했다. 문 전 대표 등의 부당이득액을 정확히 산정하기가 쉽지 않고, 취득하지 못한 인수대금 350억원의 운용이익만을 회사의 손해액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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