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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기술 기술” 외친 이재용…세계 첫 ‘3나노’ 내일부터 양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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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그는 기술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3나노 공정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 건 삼성이 최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그는 기술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3나노 공정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 건 삼성이 최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3나노미터(㎚·1나노=10억 분의 1m) 반도체’ 양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3나노 공정이 적용된 반도체를 만들어 제품으로 공급하는 건 삼성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30일쯤 이를 공식 발표할 전망이다.

나노는 반도체 회로 선폭에 사용되는 단위다. 웨이퍼(얇고 둥근 실리콘 판) 한장에 누가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지가 반도체 가격과 성능에 큰 영향을 준다. 초미세 공정이 중요해진 이유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기술에 기반을 둔 3나노 공정 제품을 양산하고 2023년에 3나노 2세대 제품을, 2025년에는 2나노 제품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았을 때 삼성이 내놓은 것이 바로 3나노 반도체 웨이퍼다. 양국 정상은 3나노 공정 웨이퍼 시제품에 서명했다.

사진은 양국 대통령이 서명한 3나노 공정 웨이퍼. [연합뉴스]

사진은 양국 대통령이 서명한 3나노 공정 웨이퍼. [연합뉴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에서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 ASML 최고경영진을 만난 것도 삼성이 초미세 공정 시장 선점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준다. ASML은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 미세공정에 필요한 핵심 설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공급하는 유일한 업체다. 당시 이 부회장은 출장 귀국길에서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이 이번 3나노 제품을 20년 이상 투자·개발해온 GAA 기반으로 만든다는 점에도 주목 할 만하다. 현재 반도체 공정에는 입체(3D) 구조 공정인 ‘핀펫(FinFET)’기술이 쓰인다. 이 기술은 평판 트랜지스터보다 효율이 높지만 4나노 이하 공정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 GAA 기술은 전류가 흐르는 채널 4면을 둘러싸는 방식으로 전류 흐름을 보다 세밀하게 제어하고 높은 전력 효율을 얻을 수 있다. GAA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고성능·저전력을 요구하는 차세대 반도체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이유다.

파운드리 시장 선두주자인 대만 TSMC는 올해 말 양산 예정인 3나노 제품까지는 기존의 핀펫 기술을 적용하고, 2025년 상반기로 예상하는 2나노 공정부터 GAA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1·2위가 3나노 공정에 도입한 기술이 GAA와 핀펫으로 나뉜 것이다. 파운드리 시장에 다시 뛰어든 미국의 인텔 역시 3나노 공정은 핀펫을, 2나노 공정부터 GAA 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다.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핀펫으로도 3나노 공정을 제작할 수 있는데도 GAA를 도입한 건 업계 선두인 TSMC를 따라잡겠다는 삼성의 도전적인 승부수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김 교수는 수율(정상품의 비율)을 삼성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았다. 그는 “수율이 60~70%만 돼도 성공적”이라며 “양산을 하며 수율 향상을 동시에 하는 게 관건이고, 실제 이익이 남는 80~90% 수율까지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3나노 공정 반도체를 공급할 고객사 확보도 숙제다. 품질을 신뢰할 수 있는 3나노 공정 생산량을 누가 더 많이 내느냐에 따라 대형 고객사들이 움직일 여지가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존 구도대로 TSMC가 퀄컴이나 AMD, 엔비디아에 충분한 생산량을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 이들이 삼성전자에 주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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